대학과 계약을 하고도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강사에게 대학이 휴업수당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6-3민사부(재판장 박평균)는 21일 국립 경상대학교 대학강사 하태규씨가 국가를 상대로 휴업수당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국가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면 하씨는 360만원 상당의 휴업수당과 이자를 지급받게 된다. 이는 대학강사의 휴업수당을 인정한 첫 법원의 판결이다.
2019년부터 경상대학교 정치경제학과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하씨는 지난 2022년 1학기에는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학교측은 <강의가 없는 학기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계약조항을 들어 하씨에게 강의료를 주지 않았다. 하씨는 6개월간 사실상 실업상태였지만 대학이 면직처분을 하지 않아 강사신분이 유지되면서 실업급여도 받을수 없었다.
하씨는 2022년 10월 경상대학교가 국립대인만큼 국가를 상대로 휴업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했다. 지난해 6월 1심에서는 하씨가 졌다.
2심은 하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학이 강의를 아예 배정할수 없었던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대학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상태에서는 강사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강의가 없는 학기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휴업수당을 사전에 포기하는 건 근로기준법에 벗어나 위법하기 때문에, 휴업수당을 주지 않는 근거가 될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당수 대학은 강사와의 계약서에 <강의가 없으면 임금도 없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강사계약을 하고도 강의를 배정받지 못해 급여를 못받았던 다른 강사들도 휴업수당을 받을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