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HD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5일부터 최근까지 사내협력업체사무실 등에 설치된 <안전출입시스템> 80여대를 떼어냈다. 사측에서는 노조간부 7명을 업무방해·재물손괴로 고발했다.

안전출입시스템은 HD현대중공업이 사내협력업체사무실에 설치한 안면인식기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신체정보를 수집하면서 대체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근로계약이행의 불이익만 강조한 것은, 노동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험한 발상이며 폭력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2월5일부터 하청노동자임금체불방지를 위해 <에스크로제도>를 도입하면서 안면인식방식의 출퇴근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으로 병력과 산재이력 등 민감한 신체정보를 비롯해 HD현대그룹이해관계자유무와 복리후생·안전교육제공일도 확인한다. 나아가 주택담보대출서류와 주택임대차계약서 등 재산내역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신체정보를 수집하면서 대체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근로계약이행의 불이익을 강조한 것은 노동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5년 서울고법은 지문인식방식의 출퇴근기록에 응하지 않아 징계를 받은 사건에서 <지문은 개인의 고유성과 동일성을 나타내는 생체정보로 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이 있는 경우 피해를 예방하거나 대처하기 어렵다>며 <지문정보의 제공 및 출·퇴근시간 기록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적지 않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사한 사건들에서 지문등록 외 대체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사실상의 지문등록강요라고 지적했다. 

박지아변호사는 동의거부권리가 있다고 하나 불이익이 근로계약체결불가로 보이기까지 한다며 수집항목과 목적 사이에 상관관계도 보이지 않는 등 불이익이 추상적이고 민감정보수집목적이 필수적으로 보이지 않아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