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노동뉴스>는 8월25일 창간 10주년을 맞아 현시기 노동자들의 살아있는 현장을 취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6년째 CJ대한통운 택배일을 하고있는 택배노동자, 택배노조 강원지부 정일선지부장을 만났다. 정일선지부장은 전국의 모든 택배노동자들이 영하15도의 아스팔트위에서 침낭하나와 비닐만을 의지한 채 <더이상 택배노동자가 더이상 죽음을 강요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외쳤던 그날을 떠올리며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노예가 아닌 주인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1. 반갑습니다. 올해로 진보노동뉴스가 10주년을 맞이하게 돼 인터뷰를 요청하게 됐습니다. 먼저 정일선 택배노조 강원지부장님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6년째 CJ대한통운 택배일을 하고있는 택배노동자입니다

2. 코비드19 사태가 상당기간 진행돼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와 그로 인한 가슴아픈 소식들이 알려지고 노동조건에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정부에서는 백신접종에 대해 필수노동자로 지정해 지원한다고도 했고요. 택배노동자들에게 염려와 지지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것 같은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요.

비대면배송이 늘어나면서 염려해주신 문제들은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 <사회적 합의>에도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요.

기본적으로 대리점 소장들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표준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구하지 않으면 모른척 하는게 보통입니다.

한편 생활물류법 발효일인 작년 7월27일 이후 신규 또는 갱신계약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그 맹점을 악용하여 올해 7월27일 이전 갱신계약에 대해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울산 신울주 범서 대리점이 그러한 사례인데, 지난 3월 파업종료 이후 지금까지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기존 계약을 유지한다는 노사합의를 지키지 않는 소장의 퇴출을 요구해 왔고, 최근 원청은 해당 대리점에 계약종료를 통보한 상황입니다.

4. 복수노조로 택배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국적으로 어떤 상황인가요.

지난 1~2년간 한국노총 조직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얼마전 강원인제 대리점에서 대리점장이 직접 노동조합을 조직한 사건으로 인해 구약식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대리점장이 가까운 이들을 동원해 만든 어용노조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현재 CJ대한통운 산하 한국노총조합원은 600여명가량 되고 있으며, 전국곳곳에서 교섭대표노조를 다투고 있는 상황입니다.

5. 최근 택배노조에서 택배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산재대책 마련을 제기하고 있다고 알고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설명 바랍니다.

원청의 사용자성인정문제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CJ대한통운원청이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었고, CJ대한통운이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현재 심리가 진행중입니다.

산재대책마련이라고 하시면 너무 광범위해서 어떤 부분을 답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과로사방지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의 산재보험비용은 전액 원청이 부담하고 있으며, 최근 CJ대한통운 삼산대리점에서 택배노동자 한분이 사망하셨고, 노동조합은 유족분들과 함께 해당 노동자에 대한 산재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CJ대한통운에 고인의 근무관련기록을 받아 산재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 생산노동자와 또다른 고충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노동자성 인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만큼 노동자들의 노조조직이 중요해보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 조직의 원칙과 방도에 대해 들었으면 합니다.

노조조직의 원칙과 방도가 다른 노동조합의 원칙, 방도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거 같습니다. 다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과 급여 등 여러 조건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기획, 전개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7. 투쟁을 전개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화를 듣고 싶습니다.

작년과 올해 큰 투쟁이 있었습니다. 전국에 모든 택배노동자들이 서울에서 영하 15도가 넘는 아스팔트위에서 침낭하나와 비닐만을 의지한 채 밤을 지새우며 더 이상 택배노동자가 더이상 죽음을 강요당하지 않게 해달라 청와대앞에서 외쳤던 그날이 기억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8. 노동이나 혹은 투쟁에서 방해와 탄압 또는 어려움이 있을텐데요, 투쟁을 계속 이어갈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법천지의 택배현장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사측의 갑질과 전횡에 맞서 투쟁해가면서 택배노동자들의 지위가 상승하고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었습니다. 각종 탄압과 방해에도 투쟁을 이어가는 것은 우리가 노예가 아닌 주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법천지 택배현장에서 사회적합의를 제도화해 과로를 방지하고, 갑질을 방지하고,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아 진짜 사장이 책임지도록 만들어 택배일터를 힘들지만 할만한 직업으로 만들고 싶다. 이런 다짐을 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9. 오늘날 가장 절박한 노동사안, 사회문제가 무엇인가요.

97년 노동법 개악 당시, 이전에는 <중간착취>라는 이유로 금지되었던 간접고용이 허용되면서,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일은 다 시키면서 노동자로서 가져야 할 권리는 다 빼앗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사측의 행태를 이제는 중단시키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노동사안이자 사회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무법천지 택배현장에서 사회적 합의를 제도화해 과로를 방지하고, 갑질을 방지하고,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아 진짜 사장이 책임지도록 만들어 택배 일터를 힘들지만 할만한 직업으로 만들고 싶다. 이렇게 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10. 인터넷노동뉴스 또는 노동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씀 부탁합니다.

재계 등에서는 경제신문 등을 활용해 노동조합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기사들을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계속 보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보노동언론이 이런 부분을 계속 제기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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