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과 아파치 경남도는 한해 적자가 60억원 안팎이고 누적 적자가 300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진주의료원의 문을 닫으려고 한다. 육군은 2016년부터 3년 동안 1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형 공격헬기인 미국 보잉사의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사기로 했다. 진주의료원과 아파치 헬기는 어떤 관계일까? 언뜻 아무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진주의료원)와 군비(아파치)의 관계를 기회비용 개념으로 설명한다. 맨큐 교수는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대개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고 기회비용을 설명한다. 군비(아파치)에 돈을 더 쓸수록 복지(진주의료원)는 낮아진다는 얘기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서구 사회에서는 군비와 복지 가운데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 이 둘 사이의 적정 분기점이 어디인지를 따지는 ‘대포 버터’(guns or butter)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논쟁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1950년대 초반 소련과의 냉전이 격화되자 영국 정부가 군사비(대포)를 늘리고 국민보건비(버터)를 깎았기 때문이다. 아파치 36대의 도입 비용은 약 1조8000억원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진주의료원을 포함해 전국 지방의료원 34곳의 2011년 한해 적자총액은 655억원가량이다. ‘대포 버터’란 기회비용 개념으로 보면, 1조8000억원을 주고 아파치 36대를 사는 ‘선택’을 하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적자총액을 28년간 메울 수 있는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 분단 현실에서 튼튼한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복지 등 다른 분야를 포기하고 아파치를 선택해야 할 절실한 이유를 명쾌하게 군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형 공격헬기 도입은 육군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데 대형 공격헬기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는 군의 논리는 그때그때 달라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군의 대형 공격헬기 도입 논리는 북한의 탱크 등 기갑전력을 막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북한 전차 3900대, 남한 2300대로 북한 기갑전력이 월등히 우위란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 전차 3900대 가운데 70%가 2차 대전과 50년대 개발된 낡은 장비다. 남북 전차전력은 우리가 수적 열세지만 질적으로 다소 우세하다”며 반론을 폈다. 그러자 육군은 2000년대 초중반에는 남북통일이 되면 드넓은 만주벌판에서 전개될 중국군 기갑전력 견제용으로 대형 공격헬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당시는 김대중 정부의 남북화해 정책이 속도를 내던 때였다. 군은 이런 변화를 의식해 현존 위협(북한)이 아니라 미래 위협(중국)에 대비해 대형공격헬기가 필요하다고 재빨리 말을 바꾼 것이다. 이번에 군은 아파치 가디언 36대 구입 결정을 발표하면서 공기부양정 등을 이용한 북한군 특수부대의 국지도발 대처를 추가했다. 그런데 2011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가 낸 보고서는 북한군 특수부대의 해상침투 대처에는 아파치 같은 대형 공격헬기뿐만 아니라 소형 무장헬기로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정부는 적대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사야 하고, 진주의료원 같은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도 운영해야 한다. 돈 쓸 곳은 많고 쓸 돈은 모자라는 정부는 결국 무엇인가를 ‘선택’하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과거에는 소수 전문가와 정부 안 정책결정권자가 버터(복지) 대신 대포(군비)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복지를 내세워 당선된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포냐 버터냐’ 결정은 폭넓은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권혁철 사회2부 (한겨레, 2013.4.23) |
김진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