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4명중 1명은 비정규직”
노동계는 공공부문과 불법파견문제를 비정규직문제해결의 핵심쟁점과제로 선정했다. 정부도 2011년 9월9일 비정규직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특별히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수많은 비정규직중 공공부문비정규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상징성이다.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시대이니 일반기업체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일반기업체의 비정규직문제 또한 해결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며 2010년부터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공공부문비정규직의 문제점,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자.
공공부문비정규직 규모
90년대 외환위기 이후 대두된 비정규직문제는 어느새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정부와 여당조차도 비정규직문제해결을 운운하는 판이다.
통계청이 2011년 8월에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865만명(전체 임금노동자의 49.4%)이고 정규직은 886만명(50.6%)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정규직이고 나머지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2011년 정부와 관계부처합동으로 공공부문비정규직실태조사를 벌였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비정규직은 현재 34만1000명으로 공공부문노동자중 20.1%를 차지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 5명중 1명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장을 다니며 확인해보면 실태조사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다. 그 이유는 각급기관들이 의도적으로 규모를 축소해서 발표하는 경향이 있고, 비정규직현황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누락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에 앞서 정부와 관계부처합동으로 벌인 실태조사를 신뢰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 정부와 노동계가 사용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개념차이가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공공부문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정부는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노동계는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이다. 그 이유는 뒤에서 밝히기로 하고 정부의 실태조사에서 정규직으로 조사된 인원 중 무기계약직은 제외해야한다. 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은 중앙관계부처에 1만2134명, 자치단체에 4만5783명, 교육기관에 5만8110명이 있다. 그러므로 실태조사상의 정규직은 123만4193명(135만220명-11만6027명)이고 비정규직은 45만6663명(11만6027명+34만0636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공기관에서 일하면 다 공무원인줄로 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공무원과 똑같은 업무를 하지만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적어도 27%이상, 즉 4명중 1명은 비정규직이고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공공부문비정규직의 정확한 규모를 알기가 쉽지 않다. 규모가 방대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동계가 여전히 실천적으로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다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무기계약직에 대해서 확실히 규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이견이 없으나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자꾸 정규직이라고 우기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정식으로 맡은 직위나 직책을 뜻한다고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정규직이 아니면 비정규직이다. 공공기관의 정규직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이 아니면 비정규직이다.(편의상 사립학교 제외)
무기계약직은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그전에는 상용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면서 2년이상 근무한 기간제, 계약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그들을 예산상·형평성상의 이유를 들어 공무원채용을 거부했다. 그리고 기간에 정함이 없는 계약직이라는 의미의 무기계약직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예산상의 이유는 공무원과 동일한 처우를 하기에는 돈이 부족하다는 거고, 형평성상이라는 것은 공무원은 시험보고 들어왔는데 무기계약직은 시험 안 봤다는 의미다.
중앙관계부처와 자치단체정규직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일괄지침에 따라 관리된다. 근속년수와 직급에 따른 급여와 근무조건 등이 동등하게 적용된다. 교육기관의 경우도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급여와 근로조건 등이 관리된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중앙관계부처의 경우 그 부처, 자치단체의 경우 자치단체장이 인사권자이며 민간인취업규정, 또는 무기계약및기간제근로자등관리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급여 및 근로조건도 부처와 자치단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교육기관 또한 최근 진보적인 교육감이 있는 지역을 위주로 광역시도교육청이 관리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대다수는 각 학교장이 인사권자다.
후에 구체적으로 다시 언급하겠지만 무기계약직의 급여수준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또 무기계약직이라고 하지만 자치단체마다 ‘민간위탁촉진에관한조례’가 다 있고, 정규직의 경우 해당사업이 없어지면 타부서로 발령이 나는 게 기본이지만, 무기계약직의 경우 해당사업이 없어지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끝으로 업무는 사실상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업무에 관한 권한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결재권한이 없다. 전자결재권한도 없고, 하다못해 공무원여비규정에 의한 출장비도 지급받지 못한다.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이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인사권자도 다르고, 급여도 다르고, 관리법규도 다른데 어떻게 같은 정규직일 수 있겠는가. 무기계약직은 단지 기간에 정함이 없는, 하지만 얼마든지 계약해지할 수 있고 민간위탁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일 뿐이다.
다음 회에는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조치와 노동계의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겠다.
유재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