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문제점도 지방자치단체 및 중앙관계부처기관의 문제점과 비슷하다. 인건비항목이 총액인건비제로 규정되어 있는 점, 무기계약직과 기간제비정규직으로 나뉘는 점, 1년을 일하나 20년을 일하나 임금에 차이가 없어 호봉제도입이 시급하다는 점, 직종이 다양한 점, 언제든지 민간위탁 등 외주화를 할 수 있다는 점, 통일된 관리규정이 없어서 각급기관마다 급여 및 근로조건이 천차만별인 점 등이 유사하다.
기본적인 문제점은 유사하지만 급여 및 근로조건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지자체 및 중앙기관비정규직노동자들보다 더욱 심각하다. 먼저 임금수준이 훨씬 열악하다. 물론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직종이 40여개에 이르고, 지자체 및 중앙기관비정규직의 경우도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직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보니 직접비교는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어림잡아도 학교비정규직이 훨씬 열악하다.
학교비정규직중 임금상위직종인 영양사나 사서의 급여가 지자체의 임금하위직종인 단순노무원(행정보조, 사무보조 등)과 비슷하다. 또 조리종사원의 경우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급여는 지자체소속 조리종사원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 편이다.
관련기관에서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경우 방학이 있어서 지자체비정규직노동자보다 근무를 적게 한다는 근거를 내어놓기도 하는데 교육공무원과 비교해봤을 때 일관성 없는 주장이고, 설사 방학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급여차이가 심각하기 때문에 참 옹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기준근무일을 249일정도로 책정하는 직종도 많이 있다. 기준근무일에서 방학기간을 제외한 것이다. 방학을 제외하지 않더라도 저임금에 시달릴 텐데 방학까지 제외하니 그 심각성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다음으로 근로조건이 지자체나 중앙기관보다 훨씬 열악하다. 교육기관의 특성상 아무래도 구조가 수혜자인 학생을 위주로 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의 수가 지자체나 중앙기관보다 월등히 많고, 적은 인원이 여러 곳에 분산돼있다 보니 편의시설을 하나 마련하려고 해도 비용문제가 상당할 것이다. 그런 연유에서 근로조건이 열악한 것은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외의 근로조건이나 복리후생부분들이 다 위의 근거로 설명되고 용인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조리종사원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어깨, 팔, 손목 등 근육과 관절질환을 겪는다. 적은 인원이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의 음식을 준비하다보니 근골격계질환을 겪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치료를 해주고 보상을 해줘야 하지만 그런 것들조차 잘 되고 있지 않다. 교육기관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는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충남도의 경우 돌봄교사외주화를 추진하고 있어 말썽이다. 광역시도 교육감에게 많은 권한이 있어 만약 충남도처럼 보수교육감이 행정을 펼친다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는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김종성)은 교섭에는 나오지 않고 단시간근로로 안 그래도 열악한 돌봄교사들 외주화에만 혈안이 돼있다.
나우누리라는 업체를 지정해놓고 각학교장들에게 지침을 내려 학교와 계약한 돌봄교사들 계약해지를 종용했다. 또한 돌봄교사들에게 지금 나우누리와 계약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그마저도 잃을지 모른다고 협박했다. 이에 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충남도교육청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그런 일에 개입한 적 없다고 발뺌하면서 돌봄교사외주화는 각학교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라며 각급학교장에게 지침(?)을 하달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용자가 누군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학비연(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 경기, 강원 등 6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육청이 사용자임을 거부하고 학교장이 교섭의 주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노동계는 광역시도교육감이 인사권자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기관에서는 학교장이 인사권자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다행히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은 사용자임을 인정하여 처우개선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그외 지역은 여전히 사용자가 누군지에 대한 다툼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미 노동위원회가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해 노동관계법상 단체교섭권자가 교육감이라고 인정했으니 논란은 끝났다고 봐야하지만,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관심이 없는 교과부와 보수교육감들은 여전히 아닌 보살하고 있다. 더욱이 교육기관이 국립, 공립, 사립 등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용자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학비연은 7월19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시도교육청이 단체교섭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5개 조직 3만3000여명, 꾸준히 조직중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지금도 꾸준히 조직되고 있다. 전체 5개조직에 3만3000여명이 조직됐으니 적은규모가 아니다. 그러나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전체인원이 15만명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제 막 20%를 넘은 수준이니 만족하기는 이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2010년을 기점으로 조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 전에는 민주노총의 경우 공공운수노조에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을 조직한 예가 있다. 2000년대 중반에 조직했는데 강원지역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2000명정도 조직했다. 상급단체를 두고 있지 않은 전국여성노동조합도 2010년 이전에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을 전개했다.
앞선 기사에 언급했듯 2010년이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전환점이 됐다. 지자체선거이후에 조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서울일반노조 1200여명, 여성노조 3000여명,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에 9400여명,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1만7700여명이 조직됐다.
다음 회에는 공공부문비정규직조직화사업을 주체적 관점에서 짚어보도록 하자.
유재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