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의 죽음, 살아남은 자의 고통
2009년 쌍용차의 정리해고이후 22명이 죽었다. 해고, 무급휴직, 희망퇴직자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심지어 그의 가족까지 죽었다.
자연재해나 특정사고로 인한 죽음이 아니다. 자살을 택한 김모씨는 희망퇴직을 한 후 대인기피증이 1년전부터 있었고, 6개월전부터는 외부출입을 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면서 하나씩 관계를 정리해나갔다. 심지어 고인의 휴대전화에는 본인사진 두장과 친구 한명의 전화번호밖에 없었다.
자살,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 22명의 죽음이 비슷하다. 2009년 정리해고이후 쌍용차가족들에게는 실직, 생활고, 소송이 이어졌고 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감에 내몰렸다.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죽음을 강요당했다. 이는 개인의 죽음이 아닌 자본과 정권, 그리고 이 사회가 행한 ‘사회적 살인’에 다름 아니다.
살아있는 자들은 무엇이 다를까. 쌍용차출신이라는 경력이 취업을 어렵게 하고, 3년이 지나도록 불투명한 복직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더욱 심했다.
특히나 무급휴직자는 실직상태가 아니어서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더욱이 회사측 150억, 정부 20억, 메리츠증권 구상권 110억 등 약28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로 인해 다수의 조합원들의 임금 및 퇴직금, 부동산 등이 가압류됐다. 생존을 위한 길이 보이지 않는 희망고문속에서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실태조사결과 조사에 응한 노동자중 절반 가까이 되는 202명(50.4%)이 적어도 한번이상 자살충동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유병률은 52.3%이었고, 50.0%는 정신과치료가 필요한 고도의 우울증상을 보였다.
구조조정이후 노동자들의 사회관계도 많이 악화됐다. 부부관계는 노동자의 95.9%가 악화됐다고 답했는데, 실제 구조조정후 1년반만에 노동자의 7.3%가 이혼했거나 별거중이다. 자녀문제 역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응답자의 78.5%가 자녀의 성격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정혜신박사는 "다른 해고노동자들과 달리 쌍용차해고노동자들은 2년 전에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진압을 겪었다. 이는 사람들이 심리적인 방사능피폭상태가 된 것과 마찬가지며 심리적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통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상태로 일생동안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족대책위 이자영대표는 “공장에 있다 집에 오면 아이가 방패놀이를 하는 거예요. 전경흉내를 내면서 전경들 구령 외치고, 방패로 바닥 팡팡 찧고 이런 흉내를 내요. 곤봉 같은 막대기가 있으면 꼭 주워 들고, 헬멧 쓰고, 한여름에 아이가 부츠를 계속 신고 다녔어요. 경찰을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경찰이 우리를 막았듯이 집안에 있는 큰 장난감들로 방을 막고 바리케이드를 쌓아요.”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리해고는 21세기 사회적 살인
지난해 ‘경영상 필요’에 의해 정리해고된 노동자가 1998년 외환위기이후 13년동안 최대치인 10만2,000여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보다 30%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일상화하면서 정리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정리해고가 일부사업장의 문제가 아닌 전사회적 문제임을 반증한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지만 기업의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에도 정리해고가 인정되었다. 법원은 기업이 사전에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그것을 해고회피노력으로 인정해주는 등 정리해고요건이 계속 완화됐다. 정리해고가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의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쌍용차의 경우 2004년 상하이차로의 매각당시 재무상태가 나쁘지 않았으나 헐값에 매각했다. 이어 지속적인 투자불이행과 기술유출에도 산업은행과 정부기관은 이를 방치했고 사측은 법정관리와 정리해고를 강행하기 위해 회계조작을 자행, 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쌍용차정리해고사태의 본질은 해외투기자본의 먹튀행각과 국가의 방조, 폭력, 방관 속에 피해가 오로지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아니 죽음을 강요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바로 ‘사회적 살인’이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에 따르면 정리해고가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사망률증가, 심혈관계질환증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악화, 상병결근의 변화, 음주흡연증가 등 건강악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아남은 노동자의 경우도 스트레스와 노동강도강화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질병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쌍용차정리해고자들의 죽음,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일맥상통한다.
오늘도 서울 대한문앞에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며 8․6합의이행, 공장복직을 요구하는 다양한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죽음을 강요하는 사회적 방관과 무대책 속에 이대로 23번째 죽음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삶의 희망을 만들 것인가. 지금 쌍용차노동자들이 이 사회에 던지는 인간본연의 메시지다.
다음에는 쌍용차노동자들의 요구와 문제해결의 제도적 해법을 조명해본다.
구철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