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위성발사와 핵시험에 이은 미국∙유엔의 제재, 그리고 그에 대한 북의 대응조치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 보고 생략하겠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의 남코리아정세에 대해서 짚어보겠다.
미국과 남코리아가 지난 3월 키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에 핵전략폭격기 B-52와 스텔스전략핵폭격기 B-2를 동원해 북침을 가상한 폭격연습을 벌이자, 북은 최대로 격하게 반발하며 4월8일 개성공단의 종업원들을 철수시키고 그 사업을 잠정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자 남코리아에서는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은 100여개지만 그 협력업체는 수천개이다. 남코리아인들도 그전까지는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하다가 이때부터는 정말 전쟁이 터지는 것 아닌가고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생필품사재기가 시작되고 외국자본이 주식시장에서 빠지며 외환이 들썩거리고 특히 국가부도위험수치가 급등하였다. 그러자 박근혜대통령이 외국투자자들과 오찬을 하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만나 의견을 듣는 형식을 취하며 처음으로 북과 “대화하겠다”고 발언하였다.
이때 라스무센나토사무총장과 케리미국무장관이 4월12일경에 방남을 해서 박대통령과 회담하였다. 두관료들의 공통된 주장은 북과 ‘대화’하라는 것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북과 전쟁을 벌이게 되면, 미군이나 나토가 개입한다는 걸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하여튼 케리는 남코리아에 이어 중국을 방문해서 9.19공동성명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5월7일 오바마∙박근혜정상회담의 의제가 9.19공동성명과 10.4선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국제적인 9.19공동성명과 국내적인 10.4선언은 내용적으로 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북과 미 외에 남코리아 또는 중국이 결합하는 3자 또는 4자간 종전선언이다.
문제는 북이 지난해 같으면 이 안을 받을텐데 지금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은 올해 정전협정60돌과 공화국창건65돌을 말그대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결정적인 전기로 만들려고 작심하였다. 구체적으로 1안 미군∙나토개입포함한 북제국주의전면핵전, 2안 미군∙나토개입없는 조국통일대전, 3안 북미평화협정과 북남연방제합의를 상정하고 있어 보인다. 이런 추정은 그간 북이 발표한 공식문서들을 분석해 내린 결론들이다. 그러므로 북은 적어도 3안보다 낮은 9.19공동성명∙10.4선언의 합의수준으로 결말이 지어지는 걸 한사코 반대할 것이다. 실제로 이 성명∙선언은 아직껏 전혀 시행되지 않고 오히려 북미관계, 북남관계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입증되듯이 종잇장에 불과하다. 북은 더이상 북침을 전제한 미∙남합동군사연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김대중∙노무현정권때 합의한 6.15공동선언∙10.4선언을 부정하며 반북호전적인 남의 정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3안이 아니면 2안을 결행하겠다고 하는 거다. 북은 5월7일 오바마∙박근혜정상회담에서 미국∙남코리아가 어떻게 나오는가를 마지막으로 보고 최종결심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북의 입장에서는 지난 60년처럼 더이상 참고있기만 하다가는 경제건설도 힘들고 늘 전쟁위험속에서 불안불안하게 사느니 어떻게든 판을 바꿔야 하겠다는 결심이 확고해 보인다. 물론 북도 어떤 전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자체성명의 표현과 달리, 온세계가 핵전쟁에 휘말리는 1안은 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우리 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는 박근혜정권이 하루빨리 북과 대화하고, 동맹보다 민족과 공조하며, 연방제를 적극 검토하라고 촉구하였다. 그리고 그 신뢰조치로 당장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고 반북호전적인 국방장관∙합참의장을 인사조치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결정될 오바마∙박근혜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방북의 결단, 평화와 통일의 결단을 내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정권에도 북미평화조약을 체결하라고 촉구하였다. 당장 미∙남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고 유엔제재와 대북경제봉쇄조치를 해제하라고 요구하였다. 우리코리아연대나 남코리아진보개혁평화세력은 전쟁을 무조건 반대한다. 어떤 전쟁이든 무고한 인명의 살상과 막대한 재산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더욱이 코리아전은 자칫 핵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코리아인에게는 이보다 큰 비극은 없다. 그래서 코리아전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견해와 남코리아진보세력의 견해는 근본에서 하나이다. 내용과 표현의 수위만 좀 낮을 뿐이지, 개혁세력이나 평화애호세력의 견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노동운동과 반전운동이 제대로 결합하고 있지 못한데, 메이데이를 지나고 정세가 더욱 긴장되면 결국은 하나되어 폭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참고로 코리아에서의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은 변증법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노동계급은 계급모순만이 아니라 민족모순의 해결에서도 주도역량이다. 결국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고통받는 세력이 노동계급이고 그 가족이며 남코리아사회의 99%이다. 시간이 갈수록 남코리아내 노동계급을 비롯한 99%민중은 반북호전적인 1%의 수구보수세력들이 전쟁정세를 고조시키는데 격분하고 궐기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민중의 자주적 요구를 반영한 진보정당은 각계각층의 진보단체와 하나되어 대규모연대연합체를 건설하고 이에 기초해 노동자∙민중이 정권의 주인이 되는 진보적이고 자주적인 사회를 세우는 것을 총적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에 그간 노동자∙농민∙청년∙여성을 비롯한 모든 진보정당∙단체들이 결합된 ‘민중의힘’에 개혁∙평화세력까지 가세한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행동’이라는 역대최대규모의 연대연합체가 결성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진정으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진보적이고 자주적인 정권이 들어선다면, 코리아반도에는 다시는 북침전쟁연습도 주남미군이 수도한복판을 차지하고 작전권을 틀어쥐는 일도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지금같은 일촉즉발의 상황도 없을 것이다. 위기는 위태로운 기회일뿐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지금의 전쟁위기가 남코리아내 민중중심의 진보정권이 들어설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을 잃지 않고 있다. 이제 자주와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민중의 참된 민주정권의 수립은 노동계급을 비롯 99% 민중의 사활적인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상준(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공동대표)
*기사제휴: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