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베이징발 <개헌봇물론>. 김무성, 정말 재미난 인간이다. 박상학에게 깨지면서 박근혜에게 대들고 있다. 하긴 이정도 수완도 없어서야 어떻게 집권여당대표를 해먹겠는가. 김무성의 장기는 꼼수다. 이명박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간다 하겠다. 개헌론을 던지고 하루만에 사과한 일도 치고빠지는 전형적인 수법이 아닌가. 이원집정부제까지 꺼내들며 개헌의 방향까지 잡아준다. 베이징에서 발언한 거도 나름 머릴 쓴거다. 정몽준이 쓰지못하는 수다.
김무성의 대권야심은 비밀이 아니다. 문제는 박원순·문재인·안철수·안희정 등 화려하게 포진된 새정치연합쪽 대선후보진을 이길 후보가 새누리당쪽에 없다는 거다. 김무성·정몽준·김문수 다 비리비리하니 오죽하면 반기문이야기까지 나오겠는가. 현실적으로 차기대권이 어렵다면 그다음은 바라볼 수 있겠는가. 새정치연합쪽에 줄줄이 있는데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권력을 분점해 외치를 맡은 대통령은 새정치연합쪽에 주고 실질적인 내치를 맡은 총리를 새누리당이 먹겠단 뜻이다.
이는 여든 야든 국회의원들이라면 모두 귀가 솔깃한 제안이다. 국회의원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의원과 장관을 겸직할 수 있고 총리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3개헌선을 쉽게 넘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정치권에서 나오면 국민투표도 쉽게 통과된다. 가능성 있는 개헌론의 봇물을 터뜨렸으니 당연 흐름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의 레임덕을 촉진시켜 척을 질 수 있는 수, 김무성으로선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당장 내년에 개헌이 되면 박근혜는 아무런 힘을 쓰지못한다. 그순간 완벽하게 절름발이오리신세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의 퇴진을 바라는 야당의원들만이 아니라 광범한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개헌론이 분출하는 대중의 항쟁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개량주의적 조치가 된다는데 있다. 공화국의 모든 권력이 비롯된다는 국민들의 기본권, 정치·경제·문화적 권익을 향상시키는 내용은 빼고 오직 당리당략을 위한 권력구조논쟁만 하는 거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당장 <세월>호법제정·5.24조치해제의 초점을 흐린다. 이런 함정만 잘 피해가며, 박근혜-김무성간의 갈등이 첨혜화되고 박근혜의 레임덕을 촉진하는 측면을 잘 살릴 필요가 있겠다. 하여튼 꼼수와 거리가 먼 경상도민들중에서 이명박·김무성과 같은 꼼수달인이 나왔다는게 신기하다.
조덕원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