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성명이 나왔다.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대변인의 성명. 비중있게 김영철정찰총국장의 발표. 한마디로 3월11일자로 정전협정이 완전히 무효화된다는 거다. 북과 미 사이에 이젠 어떤 통로도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상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참으로 체계적인 과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 치밀함에 전율감마저 든다. 상대측 심정도 다르지 않으리라. 

요지는 미·남이 ‘키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이 본격화되는 3월11일 그시각부터 이젠 형식적인 정전협정효력조차 전면 백지화되고, 조선인민군판문점대표부활동도 전면 중지된다는 거다. 또 이런 전쟁행위에 대처해 제3차핵시험 이상의 ‘보다 강력한 실제적인 2차, 3차 대응조치들을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북의 전선군집단을 비롯 육군, 해군, 항공·반항공군부배들· 전략로케트군, 노농적위군·붉은청년근위대들이 최고사령관이 최종싸인한 작전계획에 따라 이미 전면대결전에 진입한 상태에 있다고 다시금 확인했다. 

정확히 북은 가장 잘 하고 늘 반복해온 그 호흡과 기백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특히 상대를 양자택일의 궁지로 몰아가며 이렇게 나와도 좋고 저렇게 나와도 좋은 식으로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돌로 치면 돌로 치고 떡으로 치면 떡으로 친다는 김일성주석의 명언을 인용했는데, 오늘은 ‘원쑤들이 칼을 빼들면 장검으로 내리치고 총을 내대면 대포로 풍지박산내고 핵으로 위협하면 그보다 더 위력한 우리식의 정밀핵타격수단으로 맞선다’고 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대목은 당연히 ‘정밀핵타격수단’이 뭔가다. 

성명의 다른 부분에선 ‘미제가 핵무기까지 휘두르며 덤벼들고있는 이상 우리 역시 다종화된 우리식의 정밀핵타격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 하면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지난날과 달리 경량화되고 소형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밀’, ‘다종화’, ‘경량화’, ‘소형화’, ‘모든것’이 의미하는 핵탄으로 우선 떠오르는 건, 지상500km 극궤도를 따라 돌고 있는 걸로 추정되는 초전자기파핵탄이다. 몇개가 도는지 알 수 없으나 하여튼 그중 한방이면 미국본토는 쑥대밭이 되고 전기·전자장치파괴로 군통신망·금융망이 마비된다. 그걸로 전쟁이 끝나고 경제는 구석기시대로 돌아간다. 

이제 미국은 전쟁이냐 대화냐,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택일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있다. 3월7일 유엔안보리에서 ‘제재’를 결정한다 어쩌구 하는데, 그 철저히 불공정하고 실효없는 ‘제재’결정이 불속에 다이너마이트를 던지는 격이 될 거다. 혹 터져도 코리아반도의 국지전이라고 보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보다 어리석은 착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코리아전은 전면전이고 세계전이다. 제1차·2차세계대전을 다 합친 거에 백배, 천배 심각한 후과를 낳을 미증유의 아마겟돈(Armageddon)이다. 

이미 북은 길닦는인부(Roadman)을 통해 오바마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의 특사도 바라리라. 북의 입장에선 미, 남과의 관계는 선후차는 있되 거의 함께 풀어야 할 대상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어둠이 깊어진다는 거고, 이는 새벽처럼 해결도 가까워진다는 걸 의미한다. 누군들 서로 죽는 길을 택하겠는가. 더욱이 가진 게 많은 1%들은 이런 배짱싸움에 밀리지 않을 수 없다. 키신저나 그레그의 말이 그 힌트가 된다. 게다가 지금은 지하300미터·수중요새를 가진 북은 살고 못가진 미국 등은 죽는 판이 아닌가. 


조덕원

*기사제휴: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