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의 불안감, 이정희의 막말이 불을 질렀다’, 오늘자 조선일보기사다. 이런 기사는 볼 필요가 없다. 당연히 틀렸다. 이정희는 사실만 말했다. 그래서 네거티브도 아니고 ‘막말’도 아니다. 강하다고 하지만 진실의 무게에 비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오카모토 노보루’와 ‘다카키 마사오’의 차이 같은 거다. 이정희는 미군철수·보안법철폐·연방제통일도 꾹 참고 자제하며 말하지 않았다. 자칫 쟁점을 흐리고 빌미를 줄까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가 당선된 걸 가지고 이정희를 공격하는 건, 그만큼 두려워서다. 그만큼 박근혜와 이정희는 대비됐다. 수구파가 진보당을 공격하는 근본이유도 마찬가지다. 

진보당은 이번 대선에서 이정희를 후보로 세우며 선전했다. 수구파의 ‘종북세력척결소동’과 ‘분당사태’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빠르게 대오를 정비하고 나름 최선을 다해 대선을 계기로 어느정도 기력을 회복했다. 그 최고의 공은 잘 싸우고 잘 물러난 이정희에게 있다는데 이견이 없으리라. 구체적으로, 이정희의 박근혜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인상적이지만, 노동자·농민·서민을 직접 만나며 들은 이야기를 간명하게 정리해서 감동적으로 표현한 건 매우 돋보인다. 역시 진보당은 노동자·농민·서민의 당답게 그 속에 들어가 그 목소리를 듣고 대변해야 힘이 생긴다. 이정희의 대선토론은 바로 그 원칙과 정도를 확인해줬다. 

진보당의 대선평가는 총선이후 ‘진보당사태’에 대한 평가가 전제로 돼야 한다. 사실 그때 이미 진보당의 대선판이 사실상 결정됐기 때문이다. ‘진보당사태’의 평가는 외부로부터의 ‘종북세력척결소동’에 대한 대응이 적절했는가와 함께 내부에서의 ‘분당사태’가 어디로부터 비롯된 건지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한마디로 당내일부세력의 패권주의와 탈당일부세력의 분열기회주의가 맞물려 빚은 최악의 결과다. 총선전까지 오랜시일 고생해서 어렵게 이뤄낸 통합이 총선후 바로 분열로 깨진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심각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단언컨대 진보당의 미래는 없다. 다시 말해 진보당의 미래는 진보대통합에 있다. 

진보당으로부터 나간 세력들은 이번 대선에서 크게 정의당활동과 권영길·이수호선본활동으로 나뉜다. 정의당은 심상정을 후보로 세우고 등록전에 사퇴하는 결단을 내렸고 권영길·이수호선본은 각각 경남도지사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나름 선전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이정희·심상정의 사퇴와 권영길·이수호의 패배가 진보당관련 정치세력의 최종결산표다. 자칫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이 지점에서 냉정히 스스로를 돌아보고 전화위복의 출로를 모색하는 게 활동가들의 주체적이고 혁신적인 자세다. 단결해도 이길지 모를 정도로 상대가 강한데 분열하면 반드시 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2014년지방선거를 앞둔 내년에 반드시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해야 할 필요성과 절박성을 다시금 뼈저리게 확인한 대선이다. 

조덕원
기사제휴: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