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책이다



문재인의 정책이 괜찮다. 가장 돋보이는 건, 안철수와의 TV토론에서도 밝힌 남북관계공약이다. 당선되면 바로 특사를 보내고 북의 특사단을 취임식때 초청하며 내년 하반기에 남북수뇌회담을 하겠다는. 이 부분에서 문재인은 박근혜와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인다. 박근혜는 누가 뭐래도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파탄시킨 이명박새누리당정권의 후보이고 그 계승자기 때문이다. 6.15공동선언·10.4선언은 오늘 평화·통일이냐 전쟁·분단이냐를 가르는 기준이다.


문재인이 오늘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한 검찰개혁안도 괜찮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공정성을 위해, 검찰총장추천위, 검찰인사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중수부폐지, 검경수사권조정, 검찰항소권제한 등 그간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에 의한 폐해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잘 내놨다. 누가 봐도 이렇게 되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는 문재인과의 이런 주제의 TV토론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과 심상정의 ‘새정치 실현을 위한 공동선언문’이 같은날 발표됐다. 선거가 얼마 안남았으니 일요일인데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눈에 띄는 건, 결선투표제와 ‘정당에 대한 지지가 의석수에 비례하여 반영되는 선거제도’다. 한마디로 프랑스식 결선투표제와 독일식 정당비례대표제다. 이렇게 해야 대통령선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국회의원선거가 정책선거로 간다. 또 쌍용차·현대차·삼성반도체·비정규직문제와 용산문제가 언급된 점이 돋보이는데, 강정이 빠져 안타깝다. 재벌개혁·금융민주화·조세정의와 연간의료비100만원상한제도 놓치지 않았다.


아마 문재인과 이정희의 합의가 있었다면, 여기에 연방제와 보안법폐지, 미군철수와 관련된 내용이 보다 진전되거나 가능한 껏 확대됐으리라 본다. 물론 지금 민주당은 진보당과의 연대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해서 스스로 알아서 사퇴해주길 바라는 형국이다. 심상정이 그렇게 했고 사퇴후의 합의와 발표 방식으로라도 이정희측에게도 일정한 힌트를 보내고 있다.


문재인정권이 출범한다면, 민주개혁진영도 그렇지만 진보진영도 노무현정권의 실패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가령 검찰개혁은 노무현처럼 문재인이 죽느냐사느냐의 사활적 과제의 하나다. 또 첫해에 10.4선언이행으로 추동력을 만들지못하면 미국과 반북극우들의 역공에 휘말려 노무현정권때처럼 지리멸렬해질 거다. 노동자·농민을 비롯한 광범한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는 게 관건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걸 전략적이고 전격적이며 성과적으로 추진해야한다.


결국 정책이다. 선거에서 후보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대변해야 한다. 앞으로 뭐가 달라질 지를 포지티브하게 보이지않고 네거티브만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없다. 안철수를 품고 노무현을 뛰어넘는 문재인의 비전에 대선승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근혜’와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싸움이고, 사실 스스로와의 싸움이 아니겠는가. 이정희와 진보당이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다. 


조덕원

기사제휴: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