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진보·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다수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의 정보를 수집해 만든 내부 문건을 관계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해당 문건에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는 정세 분석과 함께 세월호 참사와 이번 사건을 비교분석하는 내용, <보상금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2일 SBS가 공개한 자료 등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은 지난 30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책 참고자료>를 만들고 다음날 관계기관에 배포했다.

문건내용을 살펴보면 <진보단체 등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저마다 정부 규탄 논리 모색 중>이라는 소주제로, 진보 단체의 동향이 상세하게 서술됐다.

문건엔 <진보성향단체들은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의 대응 미비점을 상기시키거나 지난 정부의 핼러윈 대비 조치와 올해를 비교하는 카페글·카톡·지라시 등을 공유하며 정부 성토 여론 형성에 주력>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특히 경찰은 이번 사태를 세월호 참사 직후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어 이번 참사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촛불승리전환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가 <정권퇴진운동>으로 사태를 끌고 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빠른 보상금이슈해결과 고위공직자들의 입단속을 강조하며 <향후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될 소지가 있어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와 치료비, 보상금과 관련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 세월호 당시 모 여당 의원의 <교통사고발언>등이 이슈화되며 비난에 직면했고 대통령 보고 시각, 지시 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문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정보 경찰이 민간인 사찰을 하며 정리한 사찰문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경찰은 통상적 수준에서 취합한 것으로 사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관계자는 이 보고서의 작성 경위에 대해 <경찰법에 경찰 직무 중 공공안녕과 질서에 관한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수집 기능이 있고, 대통령령에 정보의 종류 중 하나로 정책정보를 두고 있다>며 <정책과 관련된 공공안녕과 위험 요소를 분석해 각 기관에 배부하도록 하고 있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거세다.

한편 경찰은 해당 문건을 <특별취급>으로 주의 표시하며 <대외 공개, 수신처에서 타 기관으로의 재전파, 복사 등을 할 수 없습니다>라며 보안 유지를 각별히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