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은 <산재공화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9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개정안, 공정경제3법(상법개정안·공정거래법전부개정안·금융감독법제정안), 사회적참사특별법(사회적참사의진상규명및안전사회건설등을위한특별법)개정안 등이 국민당(국민의힘)의 반대속에서도 통과됐다. 반면 10만명의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채 2020년 첫정기국회가 마감됐다. 김용균청년노동자의 산재사망이후 28년만에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으나 여전히 중대재해사망사고는 줄을 잇고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한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2001년부터 2007년 정부통계로만 154만3797명이 산재사고를 당했고 매년 2400여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있다. 발전소에서 일어난 산재사고 10건중 9건은 하청노동자에게 일어났으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발전노동자 40명중 37명이 하청노동자다. 고 김용균의 죽음이 우연이 아닌 이유다. 문제는 현행법상 산재책임이 경영자가 아니라 중간관리자며 이또한 평균 400만원의 벌금액이나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가로막는 친자본세력들은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제정이 어렵다고 떠들고있다. 제정법이어서 공청회 등 절차를 거치며 입법에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조항검토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한편 국민당은 처벌보다 <예방·책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기존 법안과 별 차이가 없는 법안을 발의하며 물타기를 하고있다. 이들의 논리는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자본가들이 내세우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민심의 요구를 배신하며 정부·여당이 자본가들과 결탁해 감행하는 반노동만행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있다.

문재인·민주당정권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원회에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당초 산업안전보건법 부분개정으로 대체하려던 입장보단 낫지만 과연 문재인·민주당정권을 믿을 수 있는가. 정기국회에서 국제노동기구핵심조항을 거론하며 오히려 노동계가 극렬히 반대해온 노동개악법을 강행통과시키며 민심을 우롱한 문재인정권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있다. 고 김용균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 어머니인 김미숙김용균재단이사장이 국회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중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은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