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연말연시 이른 아침, <관리실에서 왔다> <윗층인데 배수에 문제가 있는거 같은데> 라며 쾅쾅쾅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현관문 앞 너머에서 느껴지는 수십명의 발자국소리와 인기척. 그렇게 거짓말을 앞세워 들어온 수십명의 경찰병력. 우리집 안전장치는 그렇게 공권력에 의해서 무방비 해지되었습니다.
아직 잠이 덜깬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학교와 유치원으로 보내고 TV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았던 장면이 우리집 실제상황이 되었습니다. 사람이란 무엇인지. 나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의 아빠이며 평생 뜻을 함께 하며 살수 있는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자신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어떤것을 귀중히 여기며 사는 것이 가치있는 삶인지 함께 배우며 실천하면서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한번쯤은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상황.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 후 3일 뒤인 12월 22일 오전 7시 50분. 민통선평화교회 이적목사님과 코리안연대 회원 및 12명이 국가보안법이란 명목으로 수십명의 경찰관과 조사관에게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진보정당활동가, 민주진보인사, 통일애국세력뿐아니라 양심적인 종교인, 법조인까지 마구잡이식으로 탄압하고 있는 박근혜<정권>의 거대한 공권력을 절감하면서 이미 짜 놓은 각본대로 거짓을 만들어내는 보수대나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한날 한시 압수수색을 당한 목사님과 동료들과 함께 지난 1월 8일 한국기독교회관 7층에서 농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소환장까지 발부된 상황에서 주변분들에게 차마 인사도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짐을 쌌습니다. 농성장으로 가는 날 저녁,, 엄마가 집으로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올해 학교에 들어가는 동생의 입학식을 깜짝 파티라며 미리 준비한 딸, 농성장에 오랫만에 만난 엄마에게 <용감한 엄마>에게란 쪽지를 주는 아이들을 보며, 두 아이를 떼어놓고 오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면서도 더욱 힘을 내게 하는 이유입니다. <탄압>을 이기는 힘은 <단결>과 <연대>에 있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박근혜<정권>에 탄압받는 모든 세력과 손잡고 공안몰이에 맞서기위해 아이들과 생이별도 감수하며 <농성>에 합류한지 어느듯 20일을 넘기고 있네요. 당사자 뿐아니라 주변사람까지 두려움에 떨게하는 국가보안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하며 씩씩히 이겨나가겠습니다. |
<용감한 엄마, 아빠에게, 엄마, 아빠 보고싶어요. 엄마 아빠 자주 놀러 올게요. 힘내세요. 빨리 통일돼서 행복하게 살자>
김포 민통선평화교회 이적목사, 코리아연대(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의 민주주의수호와 공안탄압저지를 위한 <피해자농성> 25일차인 1일, 4차 <공안탄압시국기도회>가 민통선평화교회주최로 열렸다.
이날 민통선평화교회교인들과, 피해자농성단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시국기도회 진행은 민통선평화교회 임용호목사가 맡았으며, 참여자들의 <여는기도>로 시국기도회가 시작됐다.
이어 찬송 <뜻없이 무릎꿇는>을 함께 부른 후 , <예배의 부름>, <주의기도>, <묵상기도>로 순으로 진행됐다.
인도자의 성경봉독후 목정평(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백광모목사가 설교했다.
백목사는 설교를 통해 <더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려면 옳지 못한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라며 <불의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힘써 저항하라,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외침이 그래고 오늘 읽은 마태복음에서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명박근혜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진자들에 대한 혜택은 그 도를 넘어섰고, 비정규직노동자들과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은 더욱 삶이 고단해졌으며 사회복지가 미미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내몰린 살인적 해고와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가해지는 자본가와 권력의 탄압은 내일의 희망마저 사라져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가장 기본권리인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 한 개인의 인권을 억압하고 제한하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라며 <악법중에 악법인 보안법이 아직도 살아서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면 <빨갱이>니, <종북>이니 하면서 탄압을 가하니 대체 문명국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여러분들이 벌이는 이 농성, 불의한 권력의 탄압에 맞서서 저항하는 예수와 요한이 펼쳤던 정의와 평화를 위한 투쟁이라는 신념을 잊지 말고 끝까지 버텨 투쟁해 승리하길 바란다>고 지지응원했다.
이어 25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두아이의 엄마 보안법피해자 김정희씨가 현장증언에 나섰다.
김정희씨는 먼저 <두아이가 엄마아빠에게 보내는 음성메시지>를 직접 들려줬다.
둘째아이 현이의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언제 집에 오세요? 저 3월달에 학교에 들어가요. 입학식에 꼭 오실거죠? 왜 못오시나요? 엄마, 아빠랑 같이 자고 싶어요. 민주주의 수호, 공안몰이 중단! 엄마, 아빠사랑해요>라는 음성이 들리자 참석자들은 흐느꼈고, 첫째딸인 원이의 <용감한 엄마, 아빠에게, 엄마, 아빠 보고싶어요. 엄마 아빠 자주 놀러 올게요. 힘내세요. 빨리 통일되서 행복하게 살자>며 엄마, 아빠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가 나오자 예배당은 울음바다가 됐다.
김정희씨는 이어 얼마전 동문밴드에 올린 글을 담담하게 읽어 내려간 후 <농성투쟁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농성단과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이 모두 투사가 돼가고 있는 거 같다>면서 <농성투쟁을 함께 하고, 지지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 우리들 뿐만 아니라 탄압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용호목사는 <이 슬픈 드라마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 지금이 공안몰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고 호소한 후, 축도하며 시국기도회를 마무리했다.
김정희씨가 동문밴드에 올린 글을 소개한다.
임진영기자
*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