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박진혁노동자 9주기추모제가 28일오후5시 서울 강남 삼성본관앞에서 삼성일반노조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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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박진혁씨는 2004년 울산 삼성SDI사내협력에 입사했으나 2005년 4월 근무중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걸려 그해 11월29일 입사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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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일반노조 김성환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삼성반도체를 비롯해 삼성전자계열사에서 1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직업병질별으로 사망했고 200명이 넘는 피해노동자들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이는 기업살인이다>면서 <삼성자본이 삼성백혈병 등 직업병피해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사과, 보상, 재발방지 등을 하겠다고 지난 5월14일 삼성전자 권오현대표이사가 대국민사과를 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어떠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조원의 이익을 보는 삼성자본이 마음만 먹는다면 삼성직업병문제 해결 못할 이유가 없겠지만 가해자 삼성자본이 가해자로서 자기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교섭이 지지부진하고 있다>면서 <삼성족벌이씨일가의 3대에 걸친 세습경영을 원만히 완성하려고 백혈병문제를 두고 <생쇼>를 하고 있다. 백혈병 등 직업성질병이 삼성과 연관이 있다고 하면 문제가 커질 것이 두려워 생색만 내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하면서 <지금이라도 피해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직업병을 인정하고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를 인정하는 상태에서 백혈병문제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돼야지, 지금처럼 어정쩡한 위치에서 삼성자본이 아무리 사과하고 보상하고 재발방지 하겠다고 이야기해봤자 해결은 요원하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삼성SDI 등 계열사와 삼성그룹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가 건설됐다면 고박진혁씨 9주기추모제에 삼성노동자들이 삼성본관앞에 모여 그 죽음을 기리면서 앞으로 더이상 삼성에서 일하다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가 없도록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 될 텐데 박진혁씨아버님께 죄송하다>면서 <삼성일반노조는 삼성SDI 노무담당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미행감시하고 사찰했는지 그 문건을 폭로하고 있다. 삼성노동자들이 노조를 건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은 삼성의 미행, 감시, 도감청, 위치추적 등 온갖 사회적 범죄행위를 통해서 헌법으로 보장된 노조의 결사의 자유를 방해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반노동적 반사회적인 인권유린과 범죄행위를 이제 끝장내기 위해, 더이상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억울한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민주노조건설을 결의하면서 힘차게 투쟁하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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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인정하라며 삼성과 7년여동안 싸워온 삼성반도체 백혈병사망노동자 고황민웅씨의아내 정애정씨는 <삼성본관앞에서 하는 추모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영정속에 있는 젊은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그 아비의 마음이 무너질까 그 마음이 느껴진다>면서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이고 병들게 했으면서 1년에 한두번하는 추모제 그 한시간남짓도 삼성은 허용하지 않는 것을 오늘도 경험했다>며 삼성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어 <삼성전자대표이사가 대국민사과를 한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해결된 거 하나 없다. 하지만 삼성을 상대로 전면적으로 싸울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많은 노동자들이 삼성을 상대로 싸울 수 있다는 상식적인 생각으로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되는 등 적지 않은 변화들이 있었다>면서 <삼성이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유가족들은 굴하지 않고 싸우겠다. 삼성이 사업장별로, 계열사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피해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해도 우리 유가족들은 삼성직업병피해자이름아래 똘똘 뭉쳐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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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과혁신을위한진보노동자회 김병동대표는 <백혈병을 앓다가 떠난 고박진혁노동자는 20대였기 때문에 불타는 사랑도 꿈꾸었을 것이고, 30대에는 단란한 가정도 꾸리고 부모 잘모시고 효도하는 꿈도 꾸었을 것이지만 지금 그는 우리곁에 없다. 바로 삼성자본이 박진혁노동자를 사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의, 제3의 박진혁노동자를 더이상 만들어서는 안된다>면서 <삼성에 민주노조가 있었다면 산재를 입은 노동자들과 피해유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려 진상규명과 보상요구를 처절하게 외치는 세월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이제는 더이상 거리로 내몰지 않도록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건설에 삼성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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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예술인 장성진씨는 살풀이를 통해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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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아버지 박형집씨는 <삼성본관에 잊을만하면 한번씩 오곤 한다. 벌써 9년째가 됐다. <우리 아들처럼 억울한 죽음이 계속 생기지 않기를 바랐는데 최근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재발이 되지 않도록 삼성은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3년째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회사내부에서 조그만 변화가 있다고 하는데 그나마 보람으로 삼고 있다. 추모제에 참석한 분들과 뒤에서 애쓰는 분들을 항상 잊지 않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박형집씨는 2012년 6월부터 울산 SDI남문사거리에서 삼성SDI는 아들의 백혁별직업병을 인정하고 아들의 죽음에 사죄하라며 1인시위를 진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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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가 끝난후 참가자들은 영정에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한편 이날 서초경찰서는 소음이 크다고 소리를 줄이라며 1년에 한번뿐인 고인의 추모제를 방해했고, 이뿐만 아니라 유가족들이 고인의 현수막을 걸려 하자 삼성경비들이 이를 방해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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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