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프랑스노동자들이 ‘고용안정화협약’에 반대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이번시위는 파리, 릴, 툴루즈, 스트라스부르크 등 전국175개 도시에서 진행됐으며 총20만명이 결집했다. CGT(노동총동맹)가 주도하고 FO(노동자의 힘), Solidaire(연대노조연합), FSU(단일노조연합), FG(좌파전선)가 참여했으며 PS(사회당)의원 일부도 결합했다.
9000명이 모인 파리시위에는 처음으로 CGT와 FO의 위원장들이 나란히 참여했다.
CGT위원장 베흐나흐 티보(우)와 FO위원장 졍 끌로드 마이(좌)
베흐나흐 티보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노동권을 침해하는 합의문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은 그 시작일 뿐, 앞으로 의회를 압박하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고용안정화협약’은 올5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지난1월11일에는 노조·정부·기업주간 협상끝에 합의문이 발표됐다. 협상에 참여한 5개노총중 3개노조는 동의했으나 CGT와 FO는 합의문서명을 거부했다. 사인한 3개노조는 전체노동자의 38%를 대표한다.
노동자삶 파탄내는 ‘고용안정화협약’, 누구를 위한 유연성인가
고용안정화협약의 주요쟁점은 △정리해고절차변경 △노동불안정해소 △고용유지대책이며 이중 ‘해고절차변경’항목은 대량해고유발가능성으로 논란이 되고있다.
현재 50명이상고용기업이 경제적 이유로 10명이상노동자를 해고할 경우 의무적으로 법원에 해고계획안을 제출해야한다. 법원은 계획안에 대한 심의후 취소·거부하거나 적법하지 않을시 기업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합의문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정리해고는 해당행정기관의 승인 또는 기업내 노사합의로 가능’하다. 부당정리해고의 경우 노동자들은 12개월내에 이를 법원에 제소할 수 있으나 ‘정리해고절차 지연방지’에 따라 100명미만해고는 2달, 250명미만은 3달, 그 이상은 4달내에 제소해야 한다.
프랑스일간지 르누벨옵세흐바퇴흐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흐노자동차CGT조합원 파스칼은 “협약에 명시된 유연성의 본질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일하고 덜 가져가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작년 흐노자동차가 17억유로흑자상태에서도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자동차1대당생산비를 300유로씩 절감할 것”을 노동자들에게 요구했다며 지금도 경제위기를 내세워 ‘고용안정화협약’을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규탄했다.
프랑스무기제조업체 탈레스노동자 알랑은 “전에는 실업상태가 되면 두려웠는데 지금은 일하면서도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동유연성을 이야기했던 스페인의 실업률은 급격하게 증가했고, 미국노동자들은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일하는 것과 부의 재분배”라고 강조했다.
현장투쟁과 의회투쟁의 결합, 대안은 있다!
프랑스하원FG원내대표 엉드헤 샤쌘은 진보노동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협약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며 “경쟁력이라는 명분과 ‘개인의 잘못’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은 ‘유연하게’ 해고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임금삭감과 노동시간증가, 일자리의 불안정성, 법원의 통제력 약화”가 나타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자지지발언중인 엉드헤 샤쌘
그는 정부의 법안이 하원에 제출될 때 그 내용을 낱낱이 파헤쳐 국민들과 의원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100여개의 개정안을 제시해 대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안은 있다. 승리하는 노동투쟁을 보여주자”며 인상깊은 경험을 전했다.
샤쌘은 “FG상·하원의원들은 2012년 2월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없이 주가상승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주식해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반주식해고법안‘을 상원에 제출한 바 있으며 곧 ’경제해고‘와 ’기만주식해고‘의 개념을 추가수정한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FG가 투쟁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발의한 법안으로 프랑스의회역사상 최초로 현장투쟁과 의회투쟁이 결합된 법안발의사례라고 강조했다.
투쟁장기화와 올렁드정부의 지지율하락
한편 노동현안해결에 소극적인 올렁드정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5일 프랑스여론조사기관 이폽에 따르면 3월현재 올렁드정부지지율은 집권이후 가장 낮은 30%까지 하락해, 같은시기 전대통령 니콜라 사흐코지의 37%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CGT는 성명을 발표해 ‘올렁드정부가 1년전 선거운동당시공약들을 모두 버렸다’며 ‘4월 상·하원의회법제화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조치가 나올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GT는 3월14일 브뤼셀에서 있을 반긴축유럽공동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정부의 입장변화가 없는한 투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최일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