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탄압받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권과 관련한 행사들이 취소되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밝힌 스타벅스직원들은 유대인단체로부터 해고압력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정책에 비판적인 아랍계미국인들에 대한 협박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작가 비엣타인응우옌은 전날 오후 8시로 예정됐던 뉴욕 92번가Y문화센터(92NY) 간담회가 취소됐다. 그는 <파친코>로 유명한 재미교포 이민진작가와 최근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다.
응우옌은 92NY가 최근 자신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간담회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해당 서한은 지난 18일 영국의 유명서평지 런던리뷰오브북스(LRB)에 실린 것으로, 작가들 750명이상이 서명했다. 서한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공습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 매리엇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연례만찬도 취소됐다. CAIR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호텔측에 따르면 행사를 강행할 경우 호텔에 폭탄을 설치하고 2021년 의회습격사태 때처럼 호텔을 공격하겠다는 협박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인권을위한미국캠페인(USCPR)은 오는 27~29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힐튼 휴스턴 포스트오크호텔에서 연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8일 호텔측으로부터 취소통보를 받았다. USCPR은 호텔측이 보안강화를 이유로 10만달러(약 1억3500만원)를 더 청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정통유대인상공회의소(OJC)는 이에 대해 호텔에 대한 자신들의 압력이 통했다면서 <테러지지단체의 행사를 유치하는 것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자평했다.
OJC는 팔레스타인지지를 밝힌 스타벅스매장을 폐쇄하고 해당직원들을 해고하라는 압력도 넣고 있다. 앞서 스타벅스노동자연합은 지난 9일 X에 <팔레스타인과 연대!>라고 쓴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스타벅스는 매장폐쇄는 불법이라면서도 스타벅스노동자연합 명칭 및 스타벅스로고 사용에 대해 소송을 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계 미인권변호사 누라에라카트는 최근 CBS와 ABC에 출연해 하마스의 공격을 이스라엘의 점령과 억압이라는 맥락에서 설명했는데, 이후 온라인에 올라온 방송에서는 그의 발언이 삭제됐다.
아랍계언론인들에 대한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 우파압력단체인 중동보도·분석정확성위원회(CAMERA)는 최근 LA타임스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에디터 사라야신에 대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판하는 칼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해 언론인의 직업윤리를 어겼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친이스라엘 성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언론인들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퍼스바자편집장 사미라나스르는 이스라엘의 단전·단수조치로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사내와 패션업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사죄의 글을 올려야 했다.
한 아랍계미국기자는 가디언에 <이것은 팔레스타인 및 친팔레스타인 목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세상을 보는 정당한 방법은 하나뿐이며 다른 어떤 것도 논의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