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유민이아버지 김영오씨가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16일 오전 시복식에 앞선 카퍼레이드행사도중 세월호유가족들을 만나 위로를 전했다. 교황은 지나가던 차에서 유가족들을 본 뒤 유민이아버지 김영오씨의 손을 잡고 편지를 받았다. 그는 편지봉투를 수행원에게 전달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자신의 흰색 수단(성직자복) 안쪽에 집어넣은 뒤 자리를 떠났다. 

김영오씨는 친필로 쓴 편지를 담은 노란색봉투를 교황에게 전달하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 제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말했다.

편지는 <가족들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기소권, 수사권이 있는 조사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특별법은 돈을 달라는 것도,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부정부패의 원인을,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죽어간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편지전문이다. 

유민 아버지가 교황에 전달한 편지 전문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황님. 저희의 이 글을 꼭 읽어주십시오. 

‘세월’은 한국말로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이름을 가진 배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 가족들 시간은 흐르지 못하고 멈추었습니다. 

글을 쓰는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죽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부모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한 숨을 쉴 때마다 “보고 싶다” 한탄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자식은 이름밖에 부를 수 없습니다. 딱 한번만이라도 만지고 싶고,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바닷물에 불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시신이 상할까봐 제대로 안아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실종되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10명이 됩니다. 우리는 죽은 아이라도 찾았지만 그들은 DNA확인이 아니고서는 알아볼 수도 없게 된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족 4명이 배를 탔다가, 엄마는 시신으로 돌아오고, 아빠와 7살 아들은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해, 5살 딸만 살아남은 가족도 있습니다. 5살 딸은 “엄마 아빠, 오빠가 나만 두고 이사 갔다”고 울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추기경이었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 화재 현장에 직접 달려가 구조 활동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소방차보다 먼저 달려가 법원이 판결 내렸을 때도 어영부영 넘어간 정부와 검찰을 강력히 비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화재의 숨은 원인이 드러났고 피의자들은 호된 심판을 받아야 했다 들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도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참사 이후 진도 팽목항과 안산에서 매일 미사를 집전해 주셨습니다. 수 백 명 신부님 수녀님이 광화문 광장에서 가족들과 시민들과 함께 단식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노력이 쓸모 없도록 한국 정부와 수사기관, 사법기관과 국회, 심지어 언론은 가족들 요구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습니다.

우리 요구는 단순합니다. 가족들이 죽어간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왜 위험한 배를 바다에 띄웠는지,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왜 방송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고, 해양경찰들이 제대로 구조도 하지 않는데 대대적인 구조작업 중이라 거짓 방송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과 많은 정치인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고 특별법을 만들어서 진실을 밝혀주겠다 했습니다.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일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가족을 무시합니다. 언제든지 찾아오라더니 청와대 가는 길을 경찰이 막습니다. 두려운 것이 있나 봅니다.


대통령은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행적이 불분명했다고 합니다. 바로 우리 가족들이 죽어가던…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그조차 알려 하지 말라 합니다.

참사를 조사하는 책임 여당 국회의원은 가족을 모욕하는 문자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항의하는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러 크게 다치고 있습니다. 사고에는 무능했던 정부와 여당, 공권력은 우리 가족들을 괴롭히기만 할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온통 거짓말과 기만으로 일관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가족들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기소권, 수사권이 있는 조사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별법은 돈을 달라는 것도,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부정부패의 원인을,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죽어간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여 참사의 원인이 된 부정부패가 바로잡혀 다시는 우리처럼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는 이가 없도록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 해에도 몇 개씩 벌어지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법이기도 합니다. 그걸 잘 아는 국민들이 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우리 가족들과 함께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나라에서 힘없는 국민들만이 우리에게 ‘국가’였습니다.

죽은 아이들 중에는 교황님을 존경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사제가 되어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다 생을 마감한 이태석 신부님처럼 되고 싶다고 한 박성호가 그 아이입니다. 성인 집안의 김웅기도 예비사제였습니다. 장준형 학생도 사제의 꿈을 꾸었습니다.

외동아들이었던 최성호, 엄마가 새로운 직장을 잡도록 같이 공부하자고 했던 건호도 외동아들이었습니다. 이혼 이후 두 딸을 어렵게 키우던 유민아빠는 유민이를 잃고서 30일 넘는 단식으로 온 몸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없는 보석 같은 내 아이들, 눈앞에서 잃어버린 아이들, 교황님 우리 가족의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다시 살릴 수는 없지만 왜 죽었는지는 밝혀야 죽어서라도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겠습니다. 꿈에라도 보고 싶은데, 진실을 밝히지 못해서 그런지 꿈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보고 싶어서 아이들이 입던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다니지만 그마저도 다 낡으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생존한 아이들은 자기들이 친구를 두고 왔다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생활했던 교실에 찾아와 책상 줄을 맞추고, 앉아 있기도 합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도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옥 같은 세월호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갈 것입니다. 세월호 이후 멈춘 시간 속에서 우리 모두 하루하루가 죽음 같은 고통이고 뼈가 아프고 심장이 녹습니다.

저희는 우리 아이들이 다시는 못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말라 기도했습니다. 지켜주지 못하고 살려내지 못해서 미안하고 부끄럽고 우리 자신들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망가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과 싸우려고 합니다. 이 싸움은 우리만이 아닌 안전한 나라를 위한 국민 모두의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교황님. 진실을 찾는 길만이 저희들에게 멈춘 시간이 흐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죽어간 아이들이 좋은 곳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도록 살펴주십시오. 저희가 이 모든 부정부패와 냉담한 현실 속에서 싸워나갈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세월호 가족 일동 드림. 


임진영기자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반일행동, 미버지니아주애난데일소녀상앞에서 논평발표·일인시위 진보노동뉴스 2021.02.24
1920 [글] 현정세의 네가지 초점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7
1919 [글] 8.15의 두 범국민대회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7
» 〈교황님, 이 글을 꼭 읽어주십시오〉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7
1917 코리아연대 〈민심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한다〉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7
1916 코리아연대 〈우리민족의 힘찬 단결투쟁으로 자주·평화·통일의 새시대를 앞당겨 나아가자!〉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7
1915 〈세월〉호범국민대회 5만참가, 청와대방향 가두행진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6
1914 8.15범국민대회개최, 남북공동선언 성실이행촉구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6
1913 〈남북노동자들 힘을 합쳐 〈평화통일 한반도〉 실현할 것〉... 8.15노동자대회 file 김동관기자 2014.08.16
1912 [현장사진] 〈청와대를 향한 함성!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6
1911 [현장사진] 〈일본집단적자위권반대, 한반도평화통일을 위한 범국민대회〉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6
1910 [현장사진] 8.15전국노동자대회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6
1909 [현장사진] 세계 일본군〈위안부〉기림일 맞이 촛불문화제 〈나비야 촛불을 들자!〉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6
1908 〈공공의료기관 〈속초의료원〉을 조속히 정상화하라!〉 file 유하은기자 2014.08.15
1907 〈세월〉호가족대책위 〈제대로된 <세월>호특별법 제정, 대통령이 결단하라〉 file 김진권기자 2014.08.14
1906 전회련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 12일 하반기 투쟁선포결의대회 열어 file 최일신기자 2014.08.13
1905 416인 국민농성 돌입 ... 〈독립적인 수사, 기소 보장된 특별법 제정하라〉 file 김동관기자 2014.08.12
1904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사측관리자, 〈노조무력화 프락치공작〉 파문 file 김진권기자 2014.08.11
1903 〈야합 철회하고, 수사권 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하라〉 ... 1만의 〈특별한 외침〉 file 김동관기자 2014.08.10
1902 [현장사진] 〈광화문에서 아주 특별한 외침〉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10
1901 [글] 야합은 판갈이를 부른다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08
1900 [글]〈여자김한길〉, 박영선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08
1899 [글] 김관진, 살아남기 힘들다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08
1898 새누리당 안홍준 <제대로 단식하면 벌써 실려갔어야> 발언 파문 file 김진권기자 2014.08.08
1897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수사권, 기소권 없는 특별법야합 무효, 재협상하라〉 file 김동관기자 2014.08.08
1896 〈세월〉호가족대책위 〈여야합의, 유가족들 두번 세번 죽였다〉 file 김진권기자 2014.08.08
1895 교육시민단체 〈반교육적 낡은 인사 황우여후보자 사퇴하라〉 file 유하은기자 2014.08.08
1894 〈핵참화 불러오는 을지연습, 싸드배치 즉각 중단하라〉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07
1893 가족대책위, 〈국정원 지적사항〉 관련 추가증거보전 신청 file 김동관기자 2014.08.07
1892 강원 5개의료원,〈속초의료원 정상화〉촉구 릴레이단식농성 등 공동투쟁 돌입 file 김동관기자 2014.08.06
1891 15일, 10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 열린다 file 김진권기자 2014.08.06
1890 〈세월>호유가족 등 광화문농성단, 프란치스코교황 향해〈낮은 자세로 임하소서〉 file 김진권기자 2014.08.05
1889 통일애국인사 고이희영선생 49재 열려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05
1888 가족대책위, 조속한〈세월〉호 청문회 개최 촉구 ... 〈김기춘실장도 증인으로 채택하라〉 file 김동관기자 2014.08.05
1887 〈우리딸 반드시 눈물 닦아줄게〉 ... 〈〈세월〉호가족과 함께 하는 음악회〉 file 김동관기자 2014.08.03
1886 〈세월〉호청문회무산 ... 김태흠, 유가족을 노숙자에 비유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03
1885 [현장사진] 〈〈세월〉호가족과 함께 하는 음악회〉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8.02
1884 속초의료원 직장폐쇄 단행 ... 〈민주노조 파괴하려는 의도〉 file 김진권기자 2014.08.01
1883 철도노조 〈철도안전 확보, 노조탄압 중단에 새누리당 적극 나서라〉 file 김동관기자 2014.08.01
1882 현대차노조 〈임금협상결렬〉선언...파업수순 밟을듯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7.31
1881 양대노총공대위 〈공공기관 가짜정상화 불법적 압박 즉각 중단하라〉 file 김진권기자 2014.07.31
1880 〈미국은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라〉 ... 1137차 수요집회 file 유하은기자 2014.07.30
1879 〈위법·부당한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예산안 폐기돼야〉 file 김동관기자 2014.07.30
1878 〈세월〉호생존학생, 해경부실구조 증언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7.29
1877 검찰, 이석기의원항소심 징역20년구형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7.29
1876 보건의료노조 〈홍준표, 진주의료원 35년치 지원비 422억원 낭비〉 file 김동관기자 2014.07.28
1875 민주노총, 노사정대표자간담회 불참 선언 file 김진권기자 2014.07.28
1874 의혹만 커져가는 국정원개입 ... 〈수사권, 기소권 있는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 file 김진권기자 2014.07.27
1873 [현장사진]〈수사권, 기소권 있는 진상규명 특별법 촉구 국민촛불〉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7.27
1872 〈국민의 명령이다 민영화 중단하라!〉 ... 3차 생명과 안전의 물결 file 김동관기자 2014.07.27
1871 [현장사진] 3차 생명과 안전의 물결 file 진보노동뉴스 201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