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철도노조는 오후5시 서울청계광장에서 열린 <총파업승리 촛불문화제>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김영훈 철도노조위원장이 낭독한 선언문에는 <성과연봉제가 헌법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 사람은 정녕 대통령이었나. 전경련의 청부입법 쉬운해고와 평생 비정규직노동개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공공부문이라도 비틀어서 800억원에 대한 보은을 하려는 사람의 지시는 아닌가.>며 국정농단을 저지른 최순실과 이에 협조한 재벌들을 암시하며 정부의 무리한 성과연봉제도입을 규탄했다.

 

이어 <그러하기에 오늘 우리는 927일 발표한 총파업 선언문을 다시 읽는다.><오늘날 한국사회 안보위기와 경제위기의 진앙지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지금 우리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역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모든 거짓과 미신과의 투쟁이다.>라고 다시 선언했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철도노동자 시국선언문

 

2013년 겨울. 멀쩡한 KTX를 분할한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 동일한 선로에 역을 공유하며, 차량 정비도 코레일에서 하는데 새로운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느닷없이 독일식 모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고속철도는 프랑스에서 도입했는데 독일식이라니, 독일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민영화저지 파업이 시작되자 수서KTX()는 코레일의 자회사로 두고 경쟁시키겠다고 했다. 부모와 자식 간에 경쟁하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대통령은 민간에게 운영을 맡길 뿐 민영화는 아니라는 이상한 말들만 늘어놓았다.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고 경찰병력 5,500명을 동원하여 민주노총을 침탈할 때 책임자는 강신명이었다. 지도부는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가 경찰조직을 웃음거리로 만든 강신명은 외려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파업을 마친 노동자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선량한 농민 백남기 어르신은 끝내 그들에게 타살됐다.

코레일과 통합 운영하면 없어도 될 낙하산들이 만들어졌고 강남에 사옥을 짓네 하면서 혈세를 낭비했다. 수서KTX로 이직한 코레일 출신 기장들은 개통준비는 뒤로하고 철도파업을 막기 위해 지금도 코레일 대체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다.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 모두가 비정상의 연속이었는데 대통령은 그것을 정상화라고 했다. 차라리 대통령이 되고 보니 민영화로 맘이 바뀌었다고 했으면 쉬웠을 것을 철도노동자들에게는 구속과 해고 탄압보다 대통령의 언어 이해가 더 힘들었다.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도의 꿈을 말할 때에도 이상했다. 민족화해의 상징으로 복원된 남북철도 운행을 중단시킨 대통령이 이미 유럽과 연결된 철도를 미래의 꿈이라고 할 때 아연실색했다. 북녘땅을 거치지 않고 어찌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간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성과연봉제가 대체 무엇이길래, 대통령이 이렇게 집착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내뱉은 첫 마디는 중단 없는 노동개악이었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헌법을 지키라고 요구했지만 무조건 도입부터 하고 시행방식은 시행 후에 논의하자는 전후가 뒤바뀐 주장만 반복했다.

철도노사는 성실 교섭하기로 합의하고 단체교섭에 들어간 직후 사측은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강행했다. 우리가 4개월 동안 교섭을 촉구하고 적법한 조정절차를 거치고 파업을 예고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많은 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막기 위해 파업에 돌입했으나 유독 철도노조만 불법이라고 했다. 밑도 끝도 없이 불법만 외치는 정부하에서 지도부는 스스로 사법당국에 출석하여 모든 것을 소명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불법이라고 한다.

저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군대를 훈련 시켰으며, 파업을 기다렸다는 듯이 전격적으로 특전사를 투입했다. 코레일 사장은 파업이 6개월이 가더라도 조합원들 없이 철도를 운영하겠다면서 군대와 MOU를 체결하자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기 위해 군대를 이동시킨 것은 단언컨대 헌법부정이다.

성과연봉제가 헌법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 사람은 정녕 대통령이었나.

전경련의 청부입법 쉬운해고와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공공부문이라도 비틀어서 800억원에 대한 보은을 하려는 사람의 지시는 아닌가.

철도노조만 깨면 투쟁 전선은 무너질 것이고, 공공부문이 뚫리면 민간으로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게 아닌가.

우리의 오랜 궁금증은 지도부가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다음 날 모두 해소됐다.

그러하기에 오늘 우리는 927일 발표한 총파업 선언문을 다시 읽는다.

오늘날 한국사회 안보위기와 경제위기의 진앙지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지금 우리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역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모든 거짓과 미신과의 투쟁이다.

자랑스러운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 동지들이여

우리 모두의 자유와 평등,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자.

우리에겐 새로운 대한민국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내일 민중의 복지이다.

총파업 33일 차, 전 조합원의 뜻을 받들어 역사와 국민 앞에 파업 1일 차의 마음으로 총파업 선언문을 다시 읽는다.

20161029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