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 직업병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교섭을 시작한 지 3개월이 흐르고 있지만 삼성측이 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8명의 피해자 및 가족들에 대한 우선보장만을 반복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반올림은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차례 교섭에서 삼성은 직접 교섭에 나선 8명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 논의부터 먼저 하자며 피해자들 사이를 가르려 했다.>며 삼성측의 제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그룹내 전자산업부문계열사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직업병에 걸린 제보자는 총 233명에 이르며, 이중 협상대상자인 삼성전자 반도체·LCD부문 피해자만 164명이고, 그중 70명은 이미 사망했다.

 

고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에서 근무하다 병에 걸린 사람이 200명이 넘는데 협상참여자인 8명만 우선보상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중인 한혜경씨는 <8명만 우선보상하겠다는 삼성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것도 억울한데 누구는 보상을 하고 누구는 안하겠다는 것이냐>며 <한명의 산재신청자도 배제해서는 안된다. 모두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97년 6월 삼성 LCD공장에 입사해 3년6개월동안 일을 하다 다발성경화증에 걸린 김미선씨도 <15년간 투병생활을 하며 수시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언제 어느 부위로 재발될지 몰라 불안하다>며 <삼성은 나 말고도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혜경씨, 김미선씨 외에도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씨, LCD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빈혈을 얻어 2012년 사망한 고윤슬기씨의 어머니 신부전씨 등이 참석해 증언했다.

 

반올림은 <삼성에서 일하다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의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일부 피해자에 대한 선별적 보상만으로는 이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사과하는 사람이 사과했다고 생각하는 게 사과가 아니다>며 <삼성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에 소홀했던 점, 노동자들의 산재신청 및 보상을 적극적으로 방해해왔던 점 등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며 사과할 수 없다고 했고,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진단을 한번 받아보는 것외에 더 할 것이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이 세워질 수 없다.>며 <너무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어온 피해자들에게 더이상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며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촉구했다.

 

지난 13일 열린 6차교섭에서 삼성측은  <교섭에 참여하는 8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 논의하여 기준점을 찾고, 이를 참고해 다른 관련자에 대한 적용방법을 검토하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반올림측은 <8명에 대한 보상논의로 기준점을 찾으면 보상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너무 협소해지므로, 더 많은 피해자를 포괄하는 보상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그동안 산재신청을 통해 피해가 분명히 드러난 33명의 명단을 제출하고, 33명이 포함된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삼성은 보상대상을 정하는 기준으로 <소속회사, 질병의 종류, 재직기간, 재직중 담당업무, 퇴직시기, 발병시기 등 6개 기준을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차기 협상에서 밝히기로 했다.

 

7차교섭은 다음달 3일 열릴 예정이다.

 

김진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