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하루 파업으로 직장폐쇄, 대규모 용역투입

 

727일 새벽 금속노조 SJM지회 용역침탈소식에 놀랄 경황도 없이 연이어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세공장에 대규모 용역이 침탈중이라는 것이다. 오후두시반경 평택공장에는 500여명, 문막에는 200여명, 잠시 후 세시경에는 익산에 300여명의 용역이 배치됐다. 이후에도 용역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났다.

 

72715시를 기해 ()만도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직장폐쇄를 공지하는 문자를 발송했다. ‘파업참가중인 만도지부 조합원에 대해 공장출입을 금하는 통보와 함께 만약 어길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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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폐쇄 후 무장한 용역 정문 봉쇄 중 사진출처 : 금속노동자>

 

만도는 728일부터 여름휴가가 계획됐다. 회사는 조합원이 없는 틈을 타 전격적으로 공장을 봉쇄했다. 전면파업 하루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대규모 용역을 투입한 것은 노동관계법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는 용역침탈에 대해 명백히 공권력의 비호나 지시 없이 불가능한 침탈이며 노조파괴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야만적인 폭력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짓밟은 것에 대해 강력한 투쟁으로 기필코 응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금속노조가 주장했듯 만도의 직장폐쇄는 공권력의 비호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속노조는 용역이 비정상적으로 대규모로 집결하자 고용노동부에 금속노조사업장 가운데 직장폐쇄사전통보사실이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백주대낮에 무장한 용역이 1000명 이상 집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제지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했다.

 

비단 회사의 공격적 직장폐쇄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전반의 정황과 흐름이 정부기관의 개입을 배제하고는 설명하기 힘든 까닭이다. 그래서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만도 직장폐쇄문제를 이명박정권의 민주노조말살책동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작년 유성기업때 그랬듯 정권과 자본이 결탁하여 대대적으로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보수언론이 연일 나발을 불어대는 모양새가 너무나 유사하다.

 

이명박정권의 민주노조말살정책과 자본의 기획탄압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

 

최근 복수노조 설립과 관련하여 조합원 동지들께 많은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먼저 이번 사태는 사전 사측의 치밀한 계획 아래 민주노조 파괴정책의 일환입니다. 직장폐쇄를 기점으로 노조말살 음모는 몇몇 세력들이 어용노조를 세우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국 사측은 꼭두각시를 내세워 나중에 조합원 동지들의 생존권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뜻입니다.

만도지부는 오는 8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지도부 공백상태를 최소화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복수노조 저지와 조기선거체제로 돌입하여 직장폐쇄 사태가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금의 공격적 직장 폐쇄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사측과 어용노조의 회유와 협박에 흔들리지 마시고 25년 역사의 만도지부를 굳게 지켜나갑시다.

만도지부는 사측의 노조파괴 책동을 동지들의 힘으로 극복하고 동지들의 유일한 조직으로 굳건히 서겠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지부

<금속노조 만도지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

 

729일 만도지부 지부장, 수석부지부장, 사무국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원사퇴했다. 그리고 8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초유의 탄압을 받고 있는 와중에 지도부까지 공석이라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25년역사의 민주노조가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을 것이다. 지부 성명에도 명시되어 있듯 이번 사태는 회사의 치밀한 계획아래 진행되는 민주노조파괴책동이다.

 

전면파업 하루만에 직장폐쇄, 용역투입, 민주노조를 비방하는 언론플레이, 어용노조 출현의 일련의 흐름을 보면, 만도자본이 하루이틀 만에 기획한 모략극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약 2~3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을 것이고, 그러한 자본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용인한 것도 정권이고, 경비용역업체가 경거망동하는 것을 눈감아주는 것도 정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도사태는 단지 회사만의 독자적인 노조탄압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만도사태는 노조법개악이후 자행된 이명박정권의 민주노조말살책동과 궤를 같이 한다.

 

이번 만도사태는 경비용역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것도 특징이다. 용역깡패문제가 오늘에야 생긴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들어 급격히 질양적으로 확대되는 경비용역업체는 민주노조말살을 위한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에스제이엠과 만도에 연이어 경비용역이 투입되었다. 이 용역들은 방패와 곤봉은 기본이고 복장까지 일식으로 갖췄는데 경찰의 무장력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들은 완벽한 무장을 갖춘 채 매우 폭력적으로 노동자를 탄압했다.

 

특히 에스제이엠의 경우 그들의 폭력에 의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크게 다쳤다. 에스제이엠과 만도에 투입된 경비용역업체는 컨택터스라는 곳으로 이명박대통령 대선후보시절 경호를 맡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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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터스, 홍보자료>

 

용역들의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사병제도(私兵制度)의 부활이라 개탄하는데 그럴 듯하다. 공권력의 비호를 받는 이러한 사권력은 재벌과 자본이 필요로 할 때마다 그들의 훌륭한 사병역할을 한다. 김기덕변호사는 파업을 진압하고 노조를 무찌르기 위해 자본의 시대에 사병이 부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변호사의 지적처럼 조선시대 태종이후 철폐되었던 사병제가 보기 좋기 부활했고, 공권력은 언젠가 자신들을 겨누게 될 이 사병을 금이야 옥이야 하며 비호하고 있다.

 

다음은 어용노조의 출현이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이후 노조탄압의 교과서가 되어버린 어용노조출현은 예견된 수순이다. 유성기업이 그랬고, KEC, 발레오만도가 그랬다. 민주노조의 모든 분쟁사업장엔 어김없이 어용노조가 출현한다. 스스로 온건파라 지칭하기도 하고, 민주노총의 정치투쟁과 결별하기 위한 결단이라고도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는 법. 미사여구가 여럿 달린 어용노조일 뿐이다.

 

731일 만도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만도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각공장별로 임시사무소를 설치하고 출범선언문배포와 동시에 금속노조탈퇴서 및 조합원가입원서접수를 진행중이다.

 

이런 흐름을 두고 파죽지세 또는 일사천리라고 한다. 그야말로 치차처럼 척척 맞아 들어간다. 만도사태가 치밀하게 기획됐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공병옥이라는 사람이 새로 만들어진 노동조합의 위원장을 맡았는데, 그는 정치투쟁과 허구적 산별주의가 총체적으로 실패한 사례라며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키고 이익을 대변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조와 어용노조 사이에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분쟁이 붙으면 통상적으로 민주노조가 불리하다. 회사가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도 이유겠지만 조합가입대상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어용노조는 민주노조의 가입대상이 아닌 사무직이나 관리직까지 노조에 몽땅 가입시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차지한다. 이렇게 해서 민주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려는 것이다. 단체교섭권이 박탈된 노조가 힘을 쓰기 힘든 것은 불문가지다. 만도의 경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한다.

 

25년 역사의 민주노조가 한순간에… 주체에서 원인 찾아야

 

만도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잘 믿겨지지 않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27일 직장폐쇄에 이어 용역이 들어오자 지회장들이 사퇴하고, 그 지회장이 기업노조설립을 주도했다는 소문이다.

 

민주노조 말살책동이 치밀하게 준비되었을 것이라는 판단은 있었지만 지회장까지 녹여낼 거라곤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쉽게 예측하지 못할 만큼 회사는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25년역사를 자랑하는 민주노조가 어찌 이렇게 되었는가. 단지 회사가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기 때문인가. 회사의 공격도 매서웠지만 주된 원인은 주체에서 찾아야 한다. 바로 정파다. 정치조직의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선거조직으로 전락해버린 정파문제. 서로 헐뜯고 할퀸 상처만 남아 더이상 동지애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선거승리를 위해서 향우회든 친목계든 가리지 않고 자파조직에 끌어들였다고 한다.

 

그 결과 민주노조운동과 무관한 사람이 노조간부가 되었고, 조합활동 등 일상사업은 전혀 되지 않는 악순환의 반복. 이런 악순환속에서 조합원들이 민주노조에 회의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교훈을 잘 찾아야 한다. 분명 위기다. 혹자는 위기를 위험한 기회라고 한다. 교훈을 잘 찾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파조직이 공조직을 떠받들어야 하는데, 공조직위에 정파가 군림한다. 거꾸로 됐다. 정파는 공조직을 보조하는 본연의 임무를 못할 바엔 해체하는 게 옳다. 활동가들은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느끼는 불만, 어차피 그놈이 그놈인데 민주노조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냐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합원들을 믿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공조직의 체계와 질서를 바로세워야 한다. 25년역사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만도지부 동지들을 믿는다. 응원하고 연대할 것이다.

 

유재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