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권은 민주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노동법을 개정했다.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라는 미명하에 ‘타임오프(Time-Off)’와 ‘복수노조교섭창구단일화’법안을 동시에 통과시켰다. 타임오프는 2010년 1월1일부로 시행됐고, 교섭창구단일화는 1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1년 7월1일부로 시행됐다.
노동계의 극렬한 반대를 무시하고 이 법안을 강행했을 때 지금과 같은 각종 부작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법을 재개정하겠다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타임오프와 교섭창구단일화가 시행된 지 각각 2년반, 1년이 지났다. 이명박정권의 대표적인 민주노조말살정책이라 할 수 있는 타임오프와 교섭창구단일화로 인해 드러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1.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도입배경
2. 타임오프도입이후의 통계현황
3. 타임오프시행으로 나타난 문제점
4.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시행으로 나타난 문제점
5. 국격 높이려면 국제기준에 맞게 노조법 재개정해야 |
타임오프시행은 노동계에 큰 타격이 됐다. 각사업장의 단체협약이 만료되고 새롭게 갱신되는 시점부터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타임오프는 활동가들의 발목을 잡았고, 노동운동전반을 크게 위축시켰다.
일부전임자들은 활동이 중단되어 사업장으로 들어갔고, 일부는 무급활동을 결의했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특별결의금을 모으거나, 조합비인상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정부와 경영계가 기대한 만큼 일방적인 결과가 벌어지진 않았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강요된 타임오프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총연맹차원의 타임오프분쇄 투쟁이 전개됐고, 각사업장에선 타임오프를 놓고 회사와 기싸움을 벌였다.
앞서 기술했듯 고용노동부는 2012년 7월 현재 타임오프준수율이 99.8%라 발표했다. 하지만 그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이 6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전임자가 축소됐고, 고용노동부발표처럼 단순지표상으로는 타임오프가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장의 74.3%는 단체협약에서 타임오프를 규정했고 나머지 19.6%는 보충협약에 명시했다. 타임오프 관련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거나 구두 또는 관행으로 인정하고 있는 회사는 6.2%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덧붙여 노사담당자 63.8%가 노조법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노조법재개정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54.9%가 개정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 조사결과는 타임오프의 부당성을 경영계조차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노동연구원발표를 두고 보더라도 고용노동부의 타임오프준수율은 뻥튀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타임오프가 말도 안 되는 법이지만 엄연히 현행법이고,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타임오프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의 발표와 다르게 타임오프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타임오프 관련해서 이미 몇차례 ‘이면합의’ 소동이 있었는데, 이면합의가 공개되는 것은 노동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경영계조차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그 규모와 현황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노조법이 재개정되어 타임오프가 폐지되면 훗날에 통계사료로 조사해보는 것도 의의는 있을 것이다.
경영계조차 타임오프가 문제가 있으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고용노동부는 각사업장 전수조사를 벌이지만 내심 이면합의를 적발하지 않기 바란다. 고용노동부가 타임오프 2년을 평가하며 99.8%의 준수율, ‘성공적 안착’을 운운했는데 이면합의가 밝혀지면 발표가 허위가 되고 성공적 안착이란 표현도 취소해야 할 판이다. 모순에 빠졌다.
노동계 역시 타임오프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99.8% 준수율, 성공적 안착 발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노조법을 재개정해야 하는데 자칫 그 발표가 법을 유지하는 근거로 작용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이처럼 타임오프는 노동계, 경영계, 정부 모두에게 불편한 현실이다. 물론 타임오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건 당연히 노동계다.
타임오프로 인해 가장 먼저 분쟁이 발생한 곳은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였다. 타임오프시행시기와 단체협약만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회사는 타임오프를 활용하여 어떻게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고 획책했다.
노동조합전임자 204명에 대해 무급휴직을 발령했다. 전임자 234명 가운데 7월이전에 현장업무에 복귀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급휴직 처리했다. 또 노동조합에 제공했던 차량 등도 회수하기로 했다.
기존 유급전임자 234명을 19명으로 줄여야 하는 현행법에 대한 문제인식과, 회사의 처사에 대한 분노는 결국 투쟁으로 표출됐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회사의 탄압에 대해 주말특근 거부로 투쟁의 포문을 열었고, 조합원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투쟁으로 응답했다.
기아차지부의 경우 결국 기존 노조전임자 204명에서 유급전임자 21명, 무급전임자 70명으로 대폭 줄였다. 무급전임자 70명의 급여해결을 위해 1인당 조합비를 월평균 1만4200원씩 인상하는 것으로 잠정 해결했다.
기아차지부뿐만 아니라 타임오프가 시행되는 기회에 노동조합을 무력화해보려는 회사와, 타임오프 원천무효를 주장한 노동조합 간의 대결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 곳곳에서 벌어졌다. 분쟁의 원인은 노동조합이 타임오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도 있었지만, 회사가 민주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타임오프를 핑계로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금속노조 KEC지회의 투쟁은 타임오프를 빌미로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대표적인 사례다. 단체협약유효기간이 만료되자 노동조합과 회사는 타임오프에 대한 입장을 타진했다. 회사는 노동조합이 타임오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교섭할 수 없다고 뻗댔다. 단지 타임오프문제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커졌다.
회사는 직장폐쇄까지 단행했다. KEC자본이 노동조합을 무력화한 후 아웃소싱과 분사, 구조조정을 계획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KEC지회는 파국을 막기 위해 타임오프문제를 양보했다. 노동조합이 타임오프 법적 한도를 수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분사와 희망퇴직, 구조조정을 운운하며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았다.
KEC지회투쟁은 장기전이 되었다. 노조법이 개정된 후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린 분쟁, 직장폐회, 어용노조설립, 민주노조 교섭권박탈. KEC도 예외가 아니었고, 타임오프는 이러한 민주노조말살의 빌미였음이 증명됐다. 이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정부는 어떤 반성도 없다.
양대노총은 6월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된 지난 2년 동안 노동현장은 황폐화되었고, 노동조합활동은 크게 위축됐다고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기자회견에서 “노조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해 하한선을 정하는 외국의 타임오프제도와는 정반대로 우리나라 타임오프제가 전임자상한선을 정해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또한 고용노동부가 타임오프실태점검을 빌미로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노사관계개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제 매우 엄중한 문제로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 및 내용, 노사관계까지도 참견하고 있다. 이에 양대노총은 “이는 사실상 노동조합에 대한 감시와 사찰행위”라고 비판했다.
타임오프는 끝내 사람의 목숨마저 앗아갔다. 2011년 6월9일 오전.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노안위원으로 활동하던 박종길열사가 회사의 탄압에 자결로 항거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타임오프를 빌미로 사측의 탄압이 극에 달했다‘, ‘노안위원의 정상적인 활동마저 무단이탈, 무급으로 탄압하는 사측을 용서할 수 없다‘, ‘목숨을 던져서라도 노동탄압 분쇄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죽어서도 노동조합을 사랑한다던 박종길열사.
결국 이명박정권의 민주노조말살정책과 그에 편승한 현대차자본의 과도한 현장통제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타임오프가 사람을 죽였다.
타임오프로 인해 벌어진 현장의 분쟁을 모두 기술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것이다. 민주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강행된 타임오프. 민주노조를 포기하던 노조법을 재개정하던지 둘중의 하나가 아니라면 타임오프로 인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진영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