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다르다. 한 평화사진작가가 말하는 결이란 이런건가. 일반 형광등아래선 결코 이런 빛이 나오지않는다. 촛불과 랜턴이 어우러져 이런 빛과 사진이 나왔다. 마치 영화속의 한장면 같다. 영화스틸사진이라 해도 믿겨진다. 하긴 순간순간, 하루하루가 영화와 같다. 사랑과 투쟁으로 살아움직이는 삶이니 왜 안그렇겠는가. 이렇게 해서 3월27일 저녁 불빛이 사라진 기독교회관7층에 아름다운 일화가 피어났다.
진정으로 삶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삶의 고통에 초연할 수 있다. 사람들의 삶을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게 하기 위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다. 이웃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불행은 기꺼이 감내한다. 아니 그건 이미 불행이 아니라 참된 행복이다. 고통은 사랑과 투쟁을 통해 희망으로 승화되고 그런 삶의 주인들 얼굴은 자존과 승리의 기운으로 빛난다.
전기를 끊으니 진짜빛이 나오고 탄압을 받으니 참용기가 드러난다. 아이둘을 낳고 중년으로 접어드는 나이건만 사랑과 투쟁속에 청춘으로 빛나고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건만 여전히 20년전 학생운동시절의 열정이 넘친다. 어떻게 해야 이런 웃음을 짓고 어떻게 해야 이리 지칠줄 모르는가. 전등불이 없어도 농성장은 사랑하고 투쟁하는 이들의 웃음과 낭만으로 충분히 밝다. 애기봉의 <전쟁트리>를 반대하는 농성장의 <평화트리>는 행동하는 목사와 굴함없는 투사들의 사랑과 용기와 희생으로 밝은 빛을 뿌린다.
사랑과 투쟁의 결은 후대들의 삶에 비껴 이어진다. 누가 이 끈끈한 삶의 유대를 끊을 수 있겠는가. 한없이 맑고 밝은 청년들의 미소야말로 공권력의 야수적 침탈을 막는 가장 큰 힘이다. 외부의 어떤 폭압과 겁박도 이 희망과 낙관의 미소를 앗아갈 수 없다. 다시 사진을 본다. 농성장을 이끄는 리더의 왼쪽어깨위에 빛이 내렸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별이 빛나는 유정한 밤, 여기는 농성장이다.
*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
조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