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realist)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이 말은 체 게바라의 명언이다. 리얼리스트를 현실주의자나 사실주의자로 번역해서는 그 본의를 담아낼 수가 없어, 그냥 리얼리스트로 불러야 할 거 같다. 잘 알다시피, 그 뜻은 ‘실사구시(實事求是)’다. 사실에서 진리를 찾는단 말이다. 세상의 이치, 문제해결의 방도는 사실·진실에 있지 다른데 있지않다. 유물론과 변증법의 이치를 터득한, 관념론과 형이상학을 배격하는 진보주의자, 체 게바라다운 말이다. 

초점은 ‘불가능한 꿈’이다. 콩고를 혁명하겠다는 시도가 실패하고 볼리비아에선 죽게 될 운명을 예감한 걸까. 물론 이는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더라도 언젠간 이뤄질 꿈이다. 콩고·볼리비아가 쿠바처럼 혁명에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체 게바라의 불굴의 신념이 담겨있다. 실제로 체 게바라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회한도 없이 기꺼이 서서 죽음을 맞았으며 그렇게 죽어 영생하는 혁명가로 길이 빛나고 있다. 

두개의 인상적인 영화가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감독의 영화 <체>에선 쿠바혁명을 가능케 한 후 불가능한 볼리비아혁명의 과정에서 후회없는 생애를 마치는 리얼리스트 혁명가 체 게바라의 삶과 투쟁이 담담히 펼쳐진다. 헐리우드상업영화를 만들어 성공하면서 어렵게 얻은 제작기회를 체 게바라영화로 만든 감독의 뜻에 공감하며 맷 데이먼은 기꺼이 까메오출연을 하며 힘을 보태고 베니치오 델 토로가 명연을 펼친다. 이런 영화는 영화제작 자체도 감동을 준다. 다른 한 영화는 바우테르 살리스감독의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인데, 마지막의 생일날 나병환자들이 있는 섬으로 천식환자에게 치명적인 수영을 하면서 넘어가는 체 게바라의 모습은 그 혁명가적 생을 함축하는 가장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며 체 게바라의 빛나는 삶을 추억하리라 확신한다. 

김정은제1비서는 2014.1.1영상신년사에서 “우리의 투쟁은 인민의 아름다운 이상과 꿈을 앞당겨 실현하기 위한 보람찬 투쟁”이라고 강조한다. 김정은제1비서와 조선노동당에게 ‘인민의 아름다운 이상과 꿈’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닌 거 같다. 신년사의 곳곳에 표현돼 있듯이 구체적인 실현수단·방도가 이미 마련돼 있거나 마련될 가능성이 충분한 ‘가능한 꿈’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체 게바라가 방북해 김일성주석을 만나 그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을 극찬했다는 영상이 인터넷에 떠있다. 체 게바라가 혁명이 승리한 쿠바의 경제건설책임자가 되어 또다른 ‘리얼리스트’ 피델 카스트로가 소련 주도의 코메콘(세브)에 들어가며 ‘불가능한 꿈’으로 된 그 자립경제건설노선이 북에 실현돼 있다는 게 바로 ‘인민의 아름다운 이상과 꿈’을 ‘가능한 꿈’으로 만든 물질경제적 기초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불가능한 꿈’을 ‘가능한 꿈’으로 만드는데 혁명의 본질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덕원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