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시대다. 내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청춘을 바치고 재산을 바치고 더 바칠 게 없을 때 목숨까지 바치는 그런 사람들을 순교자라는 말보다 영웅이라고 부르고싶다. 시대의 영웅! 시대의 앞길을 밝히고 만인의 심장을 울리는 참된 인간들이다. 그 영웅들이 현장곳곳에서 사회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중적 영웅주의, 항쟁정세의 가장 뚜렷한 징후중 하나다. 

소인배들은 이 마음을 모른다. 쁘띠들은 이 느낌을 모른다. 우리모두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혁명적 비극의 주인공처럼 미소지으며 마지막길을 의연히 떠나는 그 신념, 그 정서를 알지못한다. 운동가·활동가의 연한보다 중요한 건 그 정신이다. 언제나 그 초심·초지를 잊지않는 그 기풍이 생명이다. 투쟁의 대의보다 패권·자리다툼에 골몰하는 쁘띠적인 운동가·활동가들은 영웅적 투쟁을 벌이는 대중들을 이끌 수 없다. 당연하다. 

가슴아프게도, 지난해는 최강서열사로 시작해 이남종열사로 끝났다. 박·새정권의 파쇼적 본질은 그 임기첫해를 노동자를 죽이며 시작해 시민을 죽이며 끝냈다. 이게 파쇼고 독재며 폭압이다. 노동자들을 죽이는 정권은 기층민중도 죽이고 시민도 죽인다. 노동자·기층민중이 살기위해 처절히 싸울 때, 시민들도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쌍용의 노동자, 밀양의 기층민중만이 아니라 서울시민도 통곡하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권영길·천영세,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의 고비고비 빛나게 아로새겨져 있는 이 이름이 지금 ‘제2의6월항쟁’의 기관차에 한삽의 석탄이 되겠다고 엄동설한에 단식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영웅적인 선봉투쟁을 200% 초과달성하고 더 어려운 현장투쟁으로 전환한 철도노조의 공백을 대신 맡아 고령의 민주노총지도위원들이 총대를 잡고 나섰다. 때가 되면 두려움도 주저도 없이 모든 걸 걸고 나서는 시대의 영웅, 시대의 의인들로 역사의 기관차는 힘차게 나아간다. 우렁찬 기적소리 지축을 뒤흔들며!

조덕원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