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국가손해배상 및 국가폭력피해당사자들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쌍용차소속 67명중 트라우마진료를 희망한 24명의 병원진단서를 공개하며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취하를 촉구했다.
김득중전국금속노동조합쌍용차지부장은 <이 진단은 장기간소송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표가 될 것>이라며 <소송이 지속되는 동안 개인의 자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부여된 권리, 가족의 일상까지도 모두 위협받아 왔다. 그 결과 오늘의 트라우마진단에 이르게 된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노동자들은 2009년 회사의 대규모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점거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농성을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크레인과 헬기 등 경찰장비가 파손됐다는 명목으로 농성참가노동자들에게 1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과 2심은 노동자들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대법원에 장기계류중이다. 그 사이 지연이자가 붙으면서 쌍용차노동자들이 배상해야 할 액수는 29억2000만원(2심판결문기준 추정계산액)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경찰의 쌍용차노조진압은 과도한 경찰력행사였으며,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은 2018년 경찰청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확인됐다.
당시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의 강제진압은 청와대가 최종승인한 것으로 확인됐고, 경찰이 사측과 공조해 진압계획을 세웠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진상조사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손해배상소송취하를 경찰에 권고했다. 2019년 민갑룡 당시경찰청장은 쌍용차조합원들에게 직접 사과했지만, 여전히 경찰은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
김득중지부장은 <국가폭력은 인정받았지만 경찰의 입장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소송이 길어지면서 당사자들의 고통이 심했다>며 <우리가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소취하다. 소취하가 되지 않는 한 당사자들이 국가폭력의 피해로부터 벗어날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09년 쌍용차에서 해고된 뒤 퇴직금과 부동산을 가압류당했던 김정욱씨는 <지금 유지하고 있는 일상이 언제든 한순간에 무너질수 있다는 두려움을 끌어안고 13년을 보내고 있다>며 <형사처벌도 모자라 13년이 넘도록 수십억원 소송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감내했고, 남은 생을 트라우마와 싸우며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당사자 채희국씨도 월급을 가압류당한 경험을 전하며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보험을 해약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쌍용차사태가 모두 마무리됐다고 알고 있지만, 저는 2009년 이후 13년동안 경찰청이 철회하지 않고 있는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는 보이지 않는 투명철장에 가로막혀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해고로 한번 죽였으면 됐지, 손배가압류로 한번 더 죽이지는 말아달라. 제발 살려달라.>고 성토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손해배상소송취하를 요구하는 입장을 내고 <경찰은 지금이 국가폭력을 스스로 멈출 기회임을 직시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국가폭력의 끝을 위해 반목이 아닌 대화를 요구하며, 경찰청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