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오후2시 서울에서부터 제주까지 전국 50개지역에서 어른손을 잡은 아이부터 학생, 청장년, 노인 할 거 없이 각계각층 4000여명은 2차밀양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시청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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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만5000볼트 밀양송전탑공사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4000여명은 밀양시청에서부터 고유한숙어르신의 분향소가 있는 영남루를 거쳐 한전밀양본부를 지나 밀양역까지 “송전탑공사 즉각 중단”, “전기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 “경찰은 밀양에서 즉각 철수하라” “고유한숙어르신께 한전과 경찰은 사죄하고 책임져라” 구호를 외치며 5.5km를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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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에 앞서 밀양시청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먼저 여수 율촌면 봉두마을에서 온 주민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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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두마을송전탑설치반대대책위 최선례씨는 “봉두마을주민들은 암과 뇌출혈 등으로 30여명이 사망했고, 현재도 백혈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이 한두명이 아니다”라면서 “옆 마을과 비교해 땅값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팔고 싶어도 거래가 안되고 있어 농가부채를 갚을 길이 없어 막막한 실정”이라고 심경을 전하면서 “거대한 철탑과 전자파로 인해 암, 뇌출혈, 백혈병 등 죽음의 공포로 불안에 떨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 봉두마을 좀 도와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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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으로 불리는 한옥순할머니(밀양 부북면)는 2차밀양희망버스참가자들을 향해 “너무 고맙다. 이제까지 싸우면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다. 경찰놈들과 한전과 정부와 우리가 얼마나 끌려다니면서 얼마나 당했는지 그것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여러분들이 전국에서 많이 오셔서 천군만군 얻은 것 같다”고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밀양할머니들은 목숨을 내놓고 끝까지 경찰놈들과 박근혜대통령을 향해서 싸울 것”이라면서 “박대통령이 할머니들을 죽이고 있다. 민주국가라고 하면서 우리들을 개잡듯이 이리잡고 저리잡고 경찰3000명을 보내 밀양주민을 전부 다 쫓아내고 한전이 차지하려 한다”고 분노하면서 “똘똘 뭉치면 막으면 철탑을 세우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노총 이상진부위원장, 민주당 장하나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의원, 노동당 이용길대표, 녹생당 이현주운영위원장, 정의당 박창호경북도당위원장도 송전탑을 저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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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대오는 고유한숙어르신분향소앞 밀양교난간에 하얀 국화를 매달며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고유한숙어르신은 지난해 12월2일 송전탑건설을 반대하며 음독자살을 시도했고, 12월6일 돌아가셨지만 아직 장례를 치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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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밀양본부앞에서는 고유한숙어르신의 아들인 유동찬씨는 “지난해 12월2일 음독자살을 시도했고, 부산대학교응급실에 있을 때 부산경찰서 경찰관3명이 수사를 나왔다. 아버지께서는 765송전탑 때문에 살기 싫어서 농약 먹고 죽으려고 했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면서 경찰의 사인왜곡수사발표, 지상파와 주요언론사들의 왜곡보도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765송전탑공사 중단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사죄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한전과 정부가 한통속이다. 정부, 경찰, 밀양시, 한전은 에너지정책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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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역에 6시께 도착한 참가자들은 저녁식사를 함께 한 후 저녁7시 ‘우리모두가 밀양이다’ 희망문화제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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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문화제는 춤극, 백기완선생 발언, 밀양주민들의 송전탑저지투쟁영상, 밀양주민과 희망버스참가자들의 토크쇼, 밀양할머니들의 합창, 스카이웨이커스의 노래공연 등 다채롭게 펼쳐졌다.

 

희망문화제에서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소장은 “박근혜정권의 실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거짓말이 소름끼치는 독재정권’”이라면서 “우리들이 전개하는 송전탑반대운동은 그냥 저 송전탑 몇 개를 뽑아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소름끼치는 박근혜독재정권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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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밀양전>을 제작한 박배일감독, 1월17일 고답마을에서 크레인차량아래에서 농성하다 연행된 조은별학생, 밀양대책위 곽빛나간사가 참여한 토크쇼에서 밀양 곽정섭할머니(부북면)는 “설치가 끝난 126번송전탑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현장에 같이 가주고 같이 밥먹어주고 그것이 진짜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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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준민들로 구성된 ‘밀양할머니합창단’은 희망버스참가자들에게 큰절을 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데모가 좋은 나인데 내나이가 어때서> 등의 노래를 불러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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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26일오전11시 참가자들은 고유한숙어르신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의 송전탑공사 즉각 중단할 것 △한전과 경찰은 고유한숙어르신에게 사죄할 것 △인권침해, 공권력 남용 경찰은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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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정임출할머니(부북면)는 “우리 할매들이 전부 나서서 죽을 때까지, 우리가 못하면 후손이 하더라도 이 철탑을 꼭 막아낼 것”이라면서 “철탑을 막는 것이 밀양을 위해서만 아니라 후손을 위해서 이 나라를 위해서 철탑을 막아내고 원전을 없애도록 하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송전탑이 죽음을 부르고 있다. 고유한숙어르신의 죽음, 죽음으로 송전탑을 막고 싶다는 밀양주민들이 그렇다. 그런데 이 죽음에 답하는 이가 없고, 책임지는 이가 없다. 경찰도, 한전도, 대통령도 침묵뿐”이라면서 “2차밀양희망버스는 침묵을 깨고 희망을 말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어 “밀양시내를 가득 메운 4000여명의 희망버스참가자들은 송전탑은 중요해도 사람은 거들떠도 안보는 정부와 한전에, 아직도 밀양송전탑이 밀양의 문제라고만 아는 시민들에게 당당하게 우리모두가 밀양임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할 것이다. 서로에 확인한 희망을 함께 지킬 것이다. 1차희망버스가 다시 2차밀양희망버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듯, 우리는 앞으로도 희망을 키워나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죽음의 송전탑을 멈추게 할 것이고, 밀양에 죽음대신 희망을 심을 것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전기는 없다. 우리는 정의로운 전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모두는 밀양이고, 함께 싸워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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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퍼포먼스로 박을 터트렸고, 박이 터지면서 ‘폭력경찰 물러가라’ 현수막이 펼쳐졌다.

 

퍼포먼스를 끝으로 2차밀양희망버스 행사를 모두 마치고 밀양주민들과 참가자들은 서로 포옹하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6시경 참가자들은 송전탑공사장으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마음별로 수백명씩 모여 ‘신고리-북경남 765kV송전선로’ 132번(평밭마을), 107번(골안마을), 113번(고답마을), 112번(도곡마을), 97번(동화전마을), 101번(용회마을) 공사장쪽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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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입구와 마을입구에는 경찰이 곳곳에 배치돼 공사장쪽으로 오르려던 참가자들과 충돌이 벌어졌고, 고답저수지인근에서는 참가자 3명이 연행됐으나 다행히 풀려났다.

 

 

 

김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