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당진시는 예당평야에 전통적인 농업이, 21세기 들어 조성된 산업단지에 철강산업이 함께 발달한 독특한 도시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를 <최첨단, 친환경 설비가 어우러진 제철소>라고 소개한다. 산뜻한 느낌이지만 현실은 소개와 다르다. 열연·철근·특수강 등을 생산하는 현대제철당진제철소노동자들은 3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가동되는 제철소는 고용문제, 임금문제, 노동환경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23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당진제철소내 생산부서사무실 통제센터를 기습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조합원 100명은 농성투쟁에서 <올해 임금협상에 자회사가 아니라 원청인 현대제철이 직접 나설것>을 촉구하고 있다. 25일에는 비정규직지회를 포함해 전국금속노동조합의 1400명 노조원들이 당진제철소내부에서 <직접고용쟁취!>구호를 들고 집회를 가졌다.

가을장마가 한창인 가운데 30일 월요일,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농성투쟁에 민중민주당당원들이 아침선전전으로 연대했다. 🔗 http://prolabour21.com/wp/?p=10981 선전전에 참가한 민중민주당당대표와 당원들은 2021년 여름의 비상한 정세와 코로나19대유행에 주동적으로 대처하며 정당연설회, 선전물배포, 가로막게시로 전국을 누비는 가운데 충청남도 당진시에서 전격적인 연대투쟁을 전개했다. 진보노동뉴스는 민중민주당과 연대한 현대제철비정규직노동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입수했다.
연대선전전 이후 대화를 나누고 있는 현대제철비정규직노동자들 © 진보노동뉴스

우리 요구는 고용보장 … 교착상태인데 사측은 <협상중>이라고 언론플레이

고준석비정규직노동자 | 7월부터 현대가 어용노조를 부렸습니다. 한국노총을 사측노조로 만들어서 도발을 시작했습니다. 조합원 50명으로, 금속노조현대제철지부와는 전혀 상의가 되지않은 상태에서 자회사를 출범시켰고 그로 인해 노노갈등을 빚었습니다. 그일을 원인으로 우리 비정규직지회가 농성투쟁을 하고 있는것입니다. 2500여명은 자회사 입사를 거부하고 투쟁중입니다.

23일 오후6시30분쯤에 점거를 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무엇보다 고용보장입니다. 그리고 고용보장과 근무지전환배치철회, ITC추가채용금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요구상황이 관철될 때가지 싸울텐데 방송에는 논의중, 협상중이라고 보도가 됩니다. 언론이 29일까지 집중교섭 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그런적 없습니다. 사측이 언론플레이중인것입니다.

9월1일부로 자회사를 운영하겠다면서 전환배치명령을 내린 상태인데 비정규직은 전환배치를 전원거부했습니다. 더 강력한 투쟁이 있을것으로 예상됩니다. 많은 연대단체들이 도와주고있고 금속노조등에서 지원하고 있어서 끝까지 싸우면 충분히 이길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제철 고준석비정규직노동자 © 진보노동뉴스

파렴치한 회사가 어용노조-자회사설립-전환배치까지 갑작스럽게 …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방역법으로 위협

전상미비정규직노동자가족 | 남편이 저에게 회사이야기를 자세히 해주는 편이라 6월 중순경 어용노조로 한국노총이 만들어졌다길래 그때 이미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7월 말엔 동료가족 몇팀과 휴가가려던 차에 그중 한팀이 새로 생긴다는 자회사로 간다고 하면서 휴가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자회사설립이나 전환배치가 너무 갑작스러웠고 전혀 노조와 논의가 되지않은 채로 일들이 진행됐습니다. 회사분위기가 흉흉해졌습니다. 누구는 간다, 가지않는다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거리가 생겼습니다. 남편이 워낙 회사를 좋아해서 속상했을것입니다. 남편은 회사가 모든것을 제공해준다고 믿었고 목욕탕, 헬스장이 있어서 집보다 회사가 편하다고 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지금까지 15년, 아니 20년 일했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법이 좋아졌으니까 정규직으로 갈수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8월 들어서 이렇게 된것입니다.

자회사를 세워서 옮기라고 하라는것 자체가 저는 가족으로서 이해가 안됩니다. 정규직을 시켜도 모자른 판에 자회사로 가라는것은 회사를 나가라는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습니다. 회사를 일군 비정규직노동자들입니다. 정규직이 4명이면 비정규직이 6명이었습니다. 많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현대를 세계적기업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에 와서요? 가장 수출이 잘되고 회사가 잘 되가고 있는 이때에? 안그래도 코로나로 살기 힘든데 노동자들을 내모는것은 무슨 경우입니까. 파렴치한도, 은혜를 몰라도 이럴수 있나 싶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는 노동자들에게 집회에 참가했다고 방역법을 들먹이면서 생존권을 위협합니다. 지금 구사대라는게 들어와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그사이에 코로나환자가 있었습니다. 방역법 책임은 구사대인지 경찰인지 정부인지 모르겠지만 밤잠 못자고 투쟁하는 노동자들 건강까지 위협하는 <견찰>과 구사대는 반성해야합니다. 저는 그들을 즉각 방역법으로 고소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쟁하다가 돌아가면 사회로 돌아가는데 그러다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질수 있겠습니까. 이런일을 벌이는 현대는 무슨 나쁜말을 갖다붙여도 가당찮습니다. 글로벌기업이라고 하는 기업이 그런 행태를 보인다는것을 전세계 만방에 알려야합니다.

전상미비정규직노동자가족 © 진보노동뉴스

왜 노동자가 나라경제에 따라서, 사장들에 의해서 떠돌아다녀야 합니까

박중걸비정규직노동자 | 입사한지 만3년이 됐고 이제 4년차에 접어들어갑니다. 어느 순간 다니던 회사가 없어지고 이력서를 다시 써야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회사가 망한것도 아니고 잘 나가는 회사인데 말입니다. 내가 원하지않는 상황에 의해서 다니던 회사에서 고용이 정지되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라는 이상황이 어이가 없습니다. 이렇게 보니 가장 중요한것은 고용보장인것 같습니다. 타의에 의해서, 사측에 의해서 일잘하던 노동자가 원치않는 곳으로 직장을 옮겨야한다는게 처해보니 경력이 단절되는 느낌입니다.

저는 사회생활 30년을 하면서 직장을 자의반 타의반 많이 옮기긴 했습니다. IMF때 한보그룹과 관련된 회사에서 공장총무를 했습니다. 그회사가 국가경제상황속에서 폐업하고 회사에 차압, 저당 잡히고… 없어지고 다시 생기고 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는것이 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상황에 맞춰서 운영되는구나 느꼈습니다. 공장총무를 하면서 회사가 새로 생기고 성장하고 폐업하고 팔아 넘기고 하는 과정을 몸소 겪었습니다. 그때 느낀게 노동자들의 삶이 고용이 보장돼야 하는데 국가가 경제위기에 처하면 단절이 되고만다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일을 해서 나라든 회사든 책임을 져야하는데 그런것이 없습니다. 나는 착하게 일을 하는데 왜 나라경제에 따라서, 사장들에 의해서 떠돌아 다녀야 하나… 이력서를 왜 다시 써야하나…

현대제철 박중걸비정규직노동자 © 진보노동뉴스

정규직이 아니라 다같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 목적이기에 단결해야 합니다

전상미비정규직노동자가족 | 현대제철안의 노동자들사이에도 계급이 있는것처럼 느껴집니다. 비정규직안에서도 협력사들이 직영이 있고 1차, 2차, 3차로 외주가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노동자들 사이에 다양한 층이 형성됩니다. 이번에 자회사까지 만들려는것은 노동자들을 갈갈이 이간질 시켜서 싸우게 만들고 자기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는 인간이하의 행태를 보이게 만들려는것입니다. 이순간에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노동자가 언제 내가 정규직이 될지보다도, 우리들은 아이들이 비정규직 외주로 갈수도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이때 단결해서 하나가 돼서 사측과 싸워야합니다. 다같이 좋은 세상에 어울려 사는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단결하는게 중요합니다. 정규직노조들도 관망하지 말아야합니다. 노동자들마저 분열되는 이런것들을 빨리 없애야지 자라나는 세대들이 우리와 같은 싸움에 휘말리지 않습니다.

자회사로 옮기기로 한 노동자들에게 사측에서 얼마만 주면 언제든지 자를수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전환배치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동의한 사람들도 있고, 문서를 찢고 나온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에게 칼만 안들었지 그건 협박입니다. 그런 계약서를 자회사에서 쓰게 했습니다. 언론에는 고용이 보장되는 자회사라고 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과 무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회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방역법이니 뭐니 하면서 화살이 돌아가고있는데 현장에서 직접 보시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찰들이 더 말이 안된다는걸 알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도 이런 일을 벌인 현대가 주범입니다.

입사과정에서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 … 회사가 노동자들간 분열조장

박중걸비정규직노동자 | 저는 이회사를 인맥으로 들어왔습니다. 저희가 직고용을 원한다니 사측에서 반대의견이랍시고 <정규직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는데 어떻게 너희들이 같은 조건이 되느냐, 날로 먹으려고 하느냐>고 합니다. 그럼 과연 채용을 정당한 방법으로 했는가를 따져봐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날로 먹었으면> 그런 고용을 실행한 사측은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했습니까. 간혹 협력사직원으로 입사해서 정직원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합니다.

전상미비정규직노동자가족 | 중요한것은 회사안에서 같은일을 같은노동을 같은시간대에 하고있는데 입사하는 과정에서 누구는 1000대1의 경쟁률로 입사, 누구는 인맥추천으로 입사가 다 무슨 소용입니까. 모두 사측이 만들어놓은 덫이고 핑계고 허울입니다. 비정규직이 없다면 이공장은 그렇게 돌아갈수 없습니다. 목숨걸고 위험한 현장에서 털가루, 먼지를 마셔가면서 공장을 문제없이 돌리는 그분들에게 입사경쟁률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 실상은 현장에 많이 있는 비정규직들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일을 하고있습니다. 현장에 필요한 노동자가 만명이나 된다면 왜 40퍼센트는 정규직으로, 그런 경쟁률로 뽑는가… 다 똑같은 방식으로 뽑아야하지 않습니까.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갈라치기 수법입니다.

고준석비정규직노동자 | 인사과의 직무유기 아닐까요. 고용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합니다. 비정규직은 100대1, 정규직은 1000대1하는 놀음으로 비정규직 만들지 말고 말입니다. 만약 공무원들처럼 말단으로 시작해서 현대제철정규직이 될수있는 통로를 만들어준다면 밑에서부터 기어서 올라갈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못해보더라도 후손들, 아들딸들이 이회사들어가서 일할때 그런것을 만들고 싶다는것입니다. 내가 죽을때까지, 일할수 있는 몸과 지식이 허락하고 노동력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평생고용 보장해달라>고 투쟁할것입니다. 제아들딸이 들어갈때는 공정한 룰이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제철비정규직노동자들과 그가족이 투쟁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 진보노동뉴스

전상미비정규직노동자가족 | 내가 현대의 노동자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져야합니다. 입사할 때 경쟁률 갖고 키를 재보는것은 사측이 바라는 모양새입니다. 현대공장을 돌리는데 일임을 담당하고 있다면 모두 같은 노동자들입니다. 우리끼리는 다툴 때가 아닙니다. 앞으로는 노동자들끼리 서로 반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안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지금의 모든것을 만든 사측은 즉각 반성하고 지금까지 뺏어간것을 다 돌려내야 합니다.

박중걸비정규직노동자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지고 투쟁할 때는 정규직이 되기위해서만 싸우는것이 아닙니다. 내가 정규직이 되기위해서 싸우는게 아니라 이나라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되는것을 위해 싸우는것입니다. 현대제철노동조합이 귀족노조로 불리는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임금 더 받기위한 투쟁을 하는게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