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족대책위(<세월>호참사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는 노숙농성 4일째인 25일오후3시 청와대인근 청운동주민센터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대통령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족들의 심경과 최근 밝혀진 국가정보원 사찰, <세월>호특별법 제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청운동사무소앞에 갇힌 지 4일째다. 우리는 청와대의 응답이 있을 때까지 여기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음에도 우리가 무슨 시한폭탄이나 되는 듯 청운동사무소앞을 경찰차로 빙둘러 막고 있고 우리에게 오는 분들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면서 <왜 우리가 자유롭게 1인시위를 하러가거나 시민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을 막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청와대에서 박근혜<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관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며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40일 넘도록 길에서 자고 단식을 하고 울부짖는 것이 현안이 아닌가>라고 되묻고 <우리 가족들과의 약속 그리고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시간이 왔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들은 어제 국정원에 대한 가족사찰의혹을 제기했다>며 <국정원개혁 얘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반복했던 <국내정치개입 금지>, <사찰 금지> 내용을 스스로 어긴 것이다. 국정원은 우리가 밝힌 사실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족대책위에 따르면 <유민아빠의 고향인 정읍면사무소와 이장에게 유민아빠의 신상을 묻는 전화가 왔고, 유민아빠가 동부병원에 실려온 날인 지난 22일에는 국정원직원이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병원장을 찾아와 유민아빠의 주치의인 이보라씨에 대해 물었다.
가족대책위는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온갖 정보기관을 동원해 <세월>호참사유가족을 분열하고 음해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유가족의 의견이 반영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청와대앞 농성을 시작한 지 4일째, 오늘도 가족들은 대통령께 재차 면담을 요청드린다>며 <아이들을 잃고 길을 헤매는 우리들을 만나달라. 그리고 유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박근혜<대통령>이 결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오후3시 서울대 총학생회, 민주화교수협의회, 민주동문회와 경희대와 동국대 등 20여개 대학생단체로 구성된 <세월호대학생대표자연석회의> 등 400여명이 각각 서울대와 경희대를 출발해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세월호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행진참가자들의 가슴에는 <수사권, 기소권,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문구를 달고 손목에 노란 리본을 매고서 <<대통령>이 <세월>호유가족을 만나고 특별법을 제정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줄 것>을 촉구했다.
대학생들은 광화문광장행진 이후 <세월>호유가족들이 농성중인 청운동주민센터를 찾아 유족들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또 정의구현사제단은 같은날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제와 수녀 등 수도자를 포함해 8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전국 사제, 수도자 단식기도회>를 열었다.
다음은 지난 23일 청운동주민센터앞에서 <세월>호가족들이 청와대에 보내는 편지들이다.
● 대통령님 유가족들의 간곡한 요청입니다. 단 한번이라도 저희에게 하셨던 약속을 지켜주세요. 130일이 지난 지금까지 저희는 기다렸고 앞으로도 기다릴 겁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안 만나 주시는지 작은 소시민으로서 이해가 안갑니다. 저희들도 분명한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이 나라에 계속 살게 해주세요. ● 세월호 특별법은 생명법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은 생명을 위한 항명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는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이윤보다 생명입니다. 더 이상 벼랑으로 밀지 말아주세요. ● 대통령님. 진도 체육관이랑 청와대에서 유가족들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는지요. 대통령님, 저희는 기다리겠습니다. ● 우리 유가족이 필요한 것.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그것만 알고 싶네요. 다 필요 없으니 그것만 가르쳐 주세요.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입니다. ● 한 사람의 인간으로 가슴으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행동해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걸 떠나서 인간으로... ● 우리 유가족에게, 국민에게 하셨던 약속. 언제든지 다시 만나겠다는 그 약속! 지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 우리 부모들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 내 딸이 나와 같이 있지 않는지, 내가 왜 여기에 와서 대통령님께 편지를 써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 싫습니다. ● 대통령님,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님, 저희는 유가족입니다. 또한 지금 제 곁에 있는 모든 분들이 유가족입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아니군요. 저희는 “세월호” 유가족이군요. 생때같던 자식을 잃고 제발 아이들 죽은 이유나 가르쳐달라고 힘없이 외치는 유가족이군요. 제발 가르쳐주십시오. 부모로써 자식 앞세운 이유라도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욕심인가요? 지난번 청와대 방문 시 저희에게 말씀하신대로 실행해 주시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인가요? 저희는 정치도 싫고 시위? 이런 것은 정말 싫답니다. 저희 마음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 편하게 보내주고 싶을 뿐입니다. 지난번에 경황없이 저희들을 만나셔서 저희들의 진심을 다 못 보신 듯합니다. 지금 바로 앞에서 저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하지만 마시고 한번 만나주세요. 만나보시면 저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도 이제 진정한 유가족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맘껏 소리 내서 울어도 보고 싶고 맘껏 아이 이름 외쳐도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맘속에 응어리를 풀자고 하기엔 먼저 보낸 아이들 눈빛이 너무나 가엽고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저희 손을 잡아주십시오. 잡아주시는 손은 부모 손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 손입니다. 제발 희망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2학년 3반 예은 삼촌이 드립니다. ● “세월호” 특별법은 나라를 구하는 법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대통령만 모르는 우리나라의 구조를 왜 모르십니까? 왜 우리 아이여야만 합니까? 서글프고 힘없고 빽없는 이 부모들은 어찌해야만 하나요. 믿게 해주세요. ●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지도력을 보여주십시오. 한 인간으로서 하신 말씀에 책임을 지십시오. ● 50년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 조국 대한민국은 정이 넘쳐나는 아름나라였습니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이후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제 눈이 이상해진 걸까요?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진 탓일까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가 17년을 키워온 자식을 잃은 아비가, 왜 죽었는지를 알려달라며 40일을 굶어 죽기 직전까지 가서 한 번 만나줄 것을 요청하는데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만나주지 않는 겁니까? 우리 유족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진실을 알고 싶다고 외쳐온 지 130일이 지나갑니다.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도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데 우리 유족들의 계절은 4월 16일에 멈춰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깨어진지 오래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노숙에 익숙해져갑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눈을 들어 바로 코앞을 보십시오. 바로 당신 앞에 세월호 유족들이 피 흘리며 주저앉아있습니다. ● 대통령님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저희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특별법 제정 약속을 해주십시오. ● 대통령님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유가족 언제든지 만난다고. 유가족 뜻 반영한 특별법 제정하여 국가 개조 이루겠다고. 그 약속 잊으신 겁니까. 아니면 외면하시는 겁니까. 대통령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에서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죽어가는 유민 아빠를 늦기 전에 빨리 만나주십시오. 유가족의 소리를 들어주십시오. 2학년 1반 이수연 아빠 드림 ● 17살, 이제 거울보고 면도를 시작해보고 여자친구에게 관심을 가지던 아이...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엄마 아빠에게 애교 떨며 하얀 이를 내놓고 해맑게 웃는 내 이쁜 아들... 아직도 실감나지도 인정하지도 못한 울 불쌍하고 무능력한 부모... 모든 것이 전부였던 내 보물... 비가 오면 삼겹살 먹고도 저녁엔 1인 1닭 비비고 쪽쪽대고 쓰다듬어주고 어루만지던 그 전으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울 부모가 눈감고 숨 거두는 그 순간까지는 울 애기를 놓을 수 없는 현실.. ● 대통령님께! 참... 직접 뵙고 손도 맞잡고 진심어린 위로를 드린다는 말도 듣고 우리의 말을 손글씨로 메모까지 해가며 경청을 하고 결국엔 TV 안에서 눈물로 약속까지 하셨죠.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나라의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마냥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결국엔 우리 아이들처럼 기다리란 말을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꼼짝없이 죽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배 안에 갇혀 물속에서, 우리들은 경찰 버스에 막혀 청와대 앞 길바닥에서... 대통령님! 나라의 근본은 국민이 아닌가 봅니다. 나라의 근본은 권력이며, 힘이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완전범죄를 꿈꾸는 사람들의 집단인가 봅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양심에 손을 얹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 꼭! 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살면서 정말 다시없는 결단을 내렸음을 꼭 깨닫게 되실 겁니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으로 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경찰버스 좀 치워주세요. 더워요. 아이들은 물속에서 부모님은 경찰차에 둘러싸여. 한숨밖에 나오지 않네요. 우리도 편안히 집에 가고 싶어요! 2학년 2반 24번 윤솔 아빠 드림 ● 대통령님! 저에겐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지금 제 아이 방에는 정리하다 만 박스들이 널려 있습니다. 문득문득 내가 지금 무얼 하나 싶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힘없는 엄마는 무얼 하고 있는지요? 소중하고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제 딸 아이의 추억들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고 싶은 게 작은 소망입니다. 보잘 것 없는 엄마의 소원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 대통령님 갑자기 이러한 대형사고와 더불어서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하신 것으로 그 진상규명을 꼭 해야 된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이렇게 법 제정을 저희 유가족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하는 유민 아빠와 저희들은 반드시 그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던 이유를 알아야 부모로써 나중에 천국에 가서 만나더라도 떳떳하게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되어서 이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하면서 복되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저희 자식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에 우리와 같은 유가족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발 안전한 나라 되게 해 주세요. 수사권, 기소권 특별법을 통과시켜주세요. ● 대통령님, 단원고 2학년 부모입니다. 단 하나의 소원뿐입니다. 사랑하고 이쁜 딸이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진실 규명을 해주십시오. ● 대통령님께! 이 나라에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제 딸 아이는 지금 하늘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어른들의 이 행태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저희 부모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 저희가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저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대통령께서 하신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시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됩니까? 언제든지 찾아오라던 약속과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시겠다던 약속을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 ●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질, 조건의 으뜸이라 봅니다. 약속은 대통령의 조건이라기보다 사람다움의 조건이 아닐까요? 지켜주십시오. 2학년 4반 최성호 아빠 ● 대통령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모범을 보이십시오. ● 세상에는 많은 죽음이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부모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그러나 우리 유가족은 원인조차 알지 못하고 자식의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한을 풀 수 있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대통령님께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아십니까.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부모의 마음을 아십니까. |
김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