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단식 41일째, 유가족이 청와대앞 밤샘농성을 2일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23일오후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 - 청와대는 응답하라!>를 개최했다.
이날 2000여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메웠다.
단원고2학년3반 고김시연양의 어머니 윤경희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아이는 사고난지 6일만에 80번이라는 번호로 내게 돌아왔다.>고 말한 후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우리아이는 친구들과 침착하게 배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저에게 굉장히 우는 목소리로 무섭다고 무섭다고 말을 했었고, 헬기가 왔고 구조선이 왔으니 구조되고 나서 꼭 전화하겠다 했지만 6일동안 전화기를 꼭 쥔 채 싸늘하게 돌아왔다>며 울먹였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던 윤경희씨는 <우리 엄마아빠는 믿고 기다렸고 팽목항에서 울부짖으며 매달리고 매달렸지만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고 거짓말만 했고 언론에서조차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면서 <팽목항에서 그렇게 힘이 없었지만 전국으로 서명운동을 다녔고, 지금은 청와대로, 국회로, 광화문으로 향하며 이렇게 싸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희 엄마아빠들도, 생존한 아이들도 많이 힘들지만 같이 자란 형제자매들도 지금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트라우마도 굉장히 심하다. 그런 아이들을 집에 두고 우리 엄마아빠가 밖에서 특별법 제정해달라며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여러분도 지겹다 지겹다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수사권과 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용산참사로 희생된 고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는 <2009년 살고 싶었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 망루에 올라갔지만 공권력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살인학살을 했다. 지금까지도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외치면서 방방곡곡을 다니고 있다>면서 <<세월>유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하지만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여러분곁에 국민들이 있다. 힘없고 연약하지만 우리들이 힘을 모으고 머리를 모으고 목소리를 모아서 투쟁해서 곡 특별법 제정하리라 믿는다. 여러분과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이경환총학생회장은 <<세월>호참사가 있고나서 120일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것도 분명하게 바뀐 것이 없다>면서 <대한민국을 전반적으로 바꾸자고 대통령이 말했음에도 진실이 단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고, 정부와 여당 심지어 야당까지 가세해서 이것을 뭉개고 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유가족이 이상한 사람인냥, 무리한 요구를 하는냥 몰아가는 여론과 선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싸움은 절대 유가족만의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문제>라면서 <대학생들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서울대, 경희대 학생들이 <유민아빠를 살려내라,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를 가지고 서울대정문에서 출발해 한강대교를 건너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며, 또 <9월에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움직여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을 만들어내겠다>고 이총학생회장은 전했다.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양한웅공동운영위원장은 <민심은 천심이다. 천심은 곧 역사다. 박근혜<대통령>은 민심을 알고 역사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며 <민심은 곧 유가족의 뜻이고 국민의 뜻이다. 박근혜<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29일에는 4대종단이 시청앞에서 법회와 기도회를 연 후 청와대로 행진할 예정이며, 30일 이전에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유가족과 국민대책회의는 대규모집회를 열겠다.>면서 <30일이 지나도 꿈쩍하지 않는다면 추석전에 수천만장의 유인물을 전국 방방곡곡에 배포하는 등 대규모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가 끝난 후 시민들은 유가족들이 밤샘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청와대인근 청운동주민센터로 가기 위해 평화적으로 행진하려 했지만 경찰은 광화문광장을 봉쇄하고 행진을 가로막았다.
경찰은 <선동행위 중단하라>, <미신고 불법집회다>, <불법행위 중단하라>며 해산경고방송을 해댔고, 시민들은 평화행진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국민대책회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유족들이 농성하고 있는 청운동주민센터로 집결해달라>고 호소했고, 시민들은 오후7시 행진을 중단하고 해산한 후, 삼삼오오 흩어져 청운동주민센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은 광화문광장에서부터 경복궁역, 통인시장,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주변의 차도에는 차벽을 설치하고 인도에 병력을 배치하며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했고, 유가족의 농성장으로는 시민은 물론 언론사들의 출입도 차단했다.
경찰의 봉쇄를 뚫고 청운동주민센터 맞은편 장애인복지센터앞까지 온 200여명의 시민들은 차벽과 경찰병력으로 인해 유가족이 있는 농성장으로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연좌시위를 하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함성소리가 들리자 맞은편 유가족들도 소리를 지르며 환영했다.
유가족들은 시민들이 연좌시위하는 곳으로 건너와 <시민의 함성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렸다. 우리옆에 시민들이 와있구나 함성으로서 알게 됐다. 전혀 겁도 안났고 같이 있구나 느꼈다>면서 <특별법 제정할 때까지 우리곁에 항상 있어주길 바란다. 우리곁에 있어 줄거죠? 우리도 함께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무조건> 노래를 부르며 <특별법 제정할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끝까지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무아빠> 한상철씨는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데, 안전한 나라를 위해서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 해주는 이 시간 만큼은 역사의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여러분이 한목소리를 내는 하나하나가 우리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이 힘을 바탕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바뀔 수 있도록 역사를 만드는데 동참할 것이다. 여러분 도와달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의원은 <세월호참사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이유는 국가정보원이 관여돼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 나라에서 딱 한사람의 지시만 받고, 딱 한사람에게만 보고한다. 바로 박근혜<대통령>>이라면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바꿔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9시30분께 약식집회를 마치고 참가자 일부는 해산했으며 일부 시민들은 가족들과 밤새 함께 하겠다며 남았다.
하지만 경찰은 9시50분경 연좌시위하던 자리에 앉아있던 10여명에게 4차강제해산명령으로 위협하고, 400여명의 경찰이 에워싸고 불법적으로 채증하며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이들 시민들은 구호도 외치지 않았고 집회도 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은 불법운운하며 해산하라고 위협한 것이다.
김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