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은 만들어나가는 거다. 항쟁정세냐 아니냐의 논쟁에서 이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항쟁을 혁명으로, 북이 말하는 ‘전민항쟁’으로 높이 보고 그런 준비가 안됐다는 착오, 항쟁과 항쟁정세를 혼동하는 착오, 항쟁의 요인과 항쟁승리의 요인을 같이 보는 착오, 다 좋다. 바로 잡기만 하면 된다. 착오하게 된 근본원인이 뭔지 깊게 파지않아도 좋다. 하지만 항쟁을 만들어나가는 관점에서의 결여는 성격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과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선동의 내용이 다를 수 있다. 과학적인 설명과 추동적인 호소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선 전략전술의 ABC도 세울 수 없다. 비공개전략·공개전략, 비공개경로·공개경로도 사실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않다. 허나 현정세를 항쟁정세로 보는 건 이런 대중선동·대중호소의 개념이 아니다. 앞서 밝힌 착오가 없는, 정확한 개념규정이다. 항쟁정세개념을 선동용표현으로 착오하지말아야 한다.

‘항쟁정세’란 책임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1930.5.30폭동과 같은 좌경망동사건을 추동하자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 대중들을 동원해 미대사관·청와대를 점령하자는 게 아니다. 온통 광화문네거리를 화염병의 불바다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 한겨울에도 두번씩이나 그거도 조직적으로 만들어낸 10만의 함성을 20만, 30만, 50만, 100만의 함성으로 키워 끝내 박근혜를 하야시키겠다는 주체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여기에는 모험주의도 없고 주관주의도 없다. 물론 소극주의·패배주의도 없다. 단계적으로 전진하는 합리적인 견해고 그러면서도 전쟁정세변수까지 반영한 창의적인 견해다.

항쟁정세를 항쟁정세가 아니라고 하면 실천적으로 후과가 크다. 반대도 성립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그건 착오다. 하지만 이런 논쟁을 다 떠나서, 한마디로 지금은 노동자·민중을 힘찬 반박근혜투쟁에 최대로 동원해야 할 정세가 아닌가. 열차로 비유되는 민주노총이 대대를 열어 유례없는 국민파업을 연속적으로 5~6월에 벌이자고 결정하는 판인데, 기관차로 비유되는 운동핵심들이 항쟁정세 아니라며 투쟁의 열기에 김을 빼면 어떡하나. 투쟁하는 민중에 반발앞서 나가겠다더니 어느새 한참 뒤처지는 건 아닌지 심각히 돌아볼 때다. “항쟁은 만들어나가는 거다”, 이말은 투쟁하는 민중속에서 나온 말이다.

조덕원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