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책연구원의 김장민연구위원은 2월17일 공주에서 열린 진보노동자학교에서 진보세력들이 ‘민주당의 왼쪽방에 들어가는 것‘과 ‘진보정당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비판하며 진보정치의 혁신과 통합을 강조했다.
김연구위원은 진보정당들의 경쟁체제로 인해 “진보정치에 대한 대국민인식이 악화되고, 보수야당과의 협상력이 저하되고, 수구세력의 탄압에 힘있게 반격하지 못함으로써 진보정당전체가 자기파괴적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진보정치는 일단 당을 정상화하고, 내부혁신을 단행한 후 단기적으로는 재창당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진보대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호비방과 법률적 공방을 철회하고 진보후보단일화를 위한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제 와서 패권세력과 분열세력이 서로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패권과 분열을 모두의 잘못과 한계로 인정하고, 이제는 혁신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결의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을 제시했다.
진보세력들이 민주당의 ‘왼쪽방’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김위원은 ‘진보정치가 보수야당의 왼쪽방에 들어가 자기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이 형성돼 있지 않다‘며 ‘진보정치는 기존의 역사적, 조직적, 제도적 성과를 기반으로 독자적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김장민연구위원의 글 「민주당왼쪽방, 진보정당경쟁체제가 아닌 혁신과 통합으로」 전문이다.
민주당왼쪽방, 진보정당경쟁체제가 아닌 혁신과 통합으로 낙담하여 진보정치를 청산하거나 보수야당으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막연한 근본주의로 회피하여 길게 보고 밑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을 가려내는 냉철한 대안이다.
I. 문재인과 안철수 중심 정계개편에서 진보정치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
지역대결, 이념대결, 세대대결을 정책경쟁으로 전환하는 전향적 정계개편이 필요
민주당은 4월24일 국회의원재보궐선거를 고려하여 조기전당대회로 당을 정상화할 것이다.민주당의 대표세력은 박지원의원과 문재인전대선후보로 상징되는 호남세력과 친노세력이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세대는 아직 당권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과 지도자가 없다.
문희상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에서 보듯이 정권교체를 담보할 뚜렷한 신진세력이 없으며, 사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식상한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혁신과 정계개편을 주도하여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세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싶지만 내부에 이 정도의 동력이 없으며, 국민의 관심도 끌기 힘들다.
안철수신당이 성사되더라도 민주당이 자기를 버리지 않는 한 보수야당의 분립에 그침
안철수식 정치혁신은 본인이 당선되거나 혹은 문재인후보의 대선승리후 문재인과 손을 잡고 정통야당인 민주당을 해체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야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야권단일화의 시너지효과가 예상보다 적고, 안철수의 소극적인 문재인지지가 대선패배의 하나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대선패배에 일정책임이 있는 안철수가 조기에 신당창당이나 정계개편을 주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는 정계개편을 수용하고, 박근혜식정치가 일정부분한계를 드러내는 외부적 조건에 따라 안철수의 신당여부나 시기는 유동적이다. 민주당이 친노와 호남의 30%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안철수의 민주당입당을 종용하는 등 구태의 모습을 청산하지 않으면, 야당의 정계개편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여당의 독주와 여당견제에 안주하는 야당, 즉 보수정당체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야당이 독주하는 야권판도변화를 경계하며, 진보정치를 제3세력으로 재정립해야 함
민주당 ‘왼쪽방’ 흐름은 야당정계개편으로 다시 동요할 것이다. 진보양당에서 이탈한 세력 일부는 민주당에 이미 입당했지만, 상당수는 향후 문재인과 안철수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야권정계개편을 계기로 보수야당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정치는 이들을 변신세력으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의 부진과 분열로 인한 부작용라는 관점에서 이탈세력을 이후에도 진보정치에 포괄시키는 전략과 행보가 필요하다.
진보대통합을 전제로 한 선택적 야권연대는 현정치제도에서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
지난 진보대통합은 논란끝에 통합진보당을 성사시켜 13명의 의원을 당선시켰으나, 분열로 치달아 2016년 총선까지 원내에서 진보양당경쟁구도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현재 진보정당들의 의석은 진보대통합에 기반한 정당명부득표율과 힘 있는 야권연대에 의한 지역구당선으로 가능했다. 따라서 진보정치의 분열과 대국민인식 악화, 그로 인한 야권공조의 지지부진이 지속되면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을 거치면서 진보정당의 원내 교두보는 소멸되거나 군소정당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향후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각종 선거에서 진보대통합에 근거한 힘 있는 야권연대를 유지하고, 노동자와 농민 및 빈민 등 대중의 통일적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보양당은 분열과정에서 발생한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정략적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이기의 정치’가 아니라 노동자 서민을 위한 ‘이타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특히 통합진보당사태의 시발점인 부정선거논란에서 진보양당 모두 책임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국민앞에 모두 다같이 사죄하고 진보정치를 회생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자기문제에 발목이 잡힌 진보정치가 아니라 노동자, 서민을 위한 진보정치가 필요함
현제도안에서 2016년이후 원내진보정당이 복수로 존재할 수 없으므로 진보양당은 서로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사활적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진보정치에 대한 대국민인식이 악화되고, 보수야당과의 협상력이 저하되고, 수구세력의 탄압에 힘 있게 반격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전체가 자기파괴적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진보정치의 혁신과 통합을 전면에 내걸어 이탈세력을 견인하고, 대국민인식을 전환하고 어렵더라도 전체민중의 지지를 받는 하나의 원내진보정당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진보정치는 일단 당을 정상화하고, 내부혁신을 단행한 후 단기적으로는 재창당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진보대통합에 나서야 한다. 진보양당간 감정의 앙금과 국민여론의 추이를 보건대, 일단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호비방과 법률적 공방을 철회하고 진보후보단일화를 위한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진보와 개혁진영의 적극적인 연대를 기반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구보수정권을 심판한 후, 이와 같은 성과를 이어받는 한편,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대중단체의 정치방침이 정리되는대로 다시 진보정당대통합에 나서야 할 것이다.
II. 제3세력을 중심고리로 진보정당들이 통합하는 것이 최선
기존의 정당을 깨고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차선책이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을 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 주체나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제3의 세력은 기존 진보정당과 병렬적으로 이들을 보완하는 것이지,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 아니다. 따라서 제3정당은 명분과 실리 및 동력이 없다.민주노동당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노총의 민주사회당, 녹색당, 진보신당의 부침을 보면 명망가, 활동가, 대중 이중 어떤 것이라도 없으면 한국사회에서 제도정당은 성공할 수 없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중 어느 하나를 택하고 다른 것을 버릴 수 없다. 둘다 오류를 시정하고 한계를 극복하여 하나의 원내진보정당으로 포섭돼야 한다. 통합진보당내 패권과 폭력, 진보정의당측 분열과 자기기만(셀프제명)은 모두 비판대상이며 극복대상이다.
제3세력 혹은 새로운 대중적 주체는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장기적으로 기존의 진보정당들을 매개하는 전략인가? 아니면 단기적으로 기존의 정당과 단절하는 전술인가? 매개와 단절은 분리돼 있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기존의 정당과 구별되는 새로운 주체가 필요하지만, 이 새로운 주체는 기존을 정당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묶는 견인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정당, 바람직한 통합정당에서 제3의 건강한 세력들이 형성돼 기존 정파를 순화시키는 차원이다.
진보정치가 대선국면에서 분열의 자기파괴적 결과를 각성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진보정치통합을 위한 원탁회의가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5.31합의문이 나왔던 진보원탁회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제3세력이 정당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재창당과 단계적 통합이 가능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진보정당은 진보대통합에 대한 중간층의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방선거에 있어서도 1차적으로 진보정당내의 교통정리와2차적으로 자유주의정당과 선거연합이 불가피하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소한 연대와 통합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이 좋다.
2013년 하반기중으로 민중투쟁의제와 선거공조를 논의하는 정기적인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당건설과 진정한 진보대통합을 위한 제정치세력연석회의를 지방선거 직전까지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지방선거전에 연대와 통합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결국 2014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2016년 총선을 앞두고 2015년에 통합논의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기존의 진보정당들이 자기 파괴적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해 진보정치대통합의 활로를 뚫지 못할 수 있다.즉 총선전까지 통합하지 못한다면 2016년 총선에서 참패한 후 기존정당이 헤쳐모이는 방식의 통합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진보대통합의 대중적 동력은 부문대중단체에서 나와야 한다. 가장 좋은 모습은 정치부대와 식자층이 여론을 조성하면 노동, 농민, 빈민 등 부문대중들이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분명히 하고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진보정당은 기존 정당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 농민, 빈민이 진보대통합의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진보정당건설과 진정한 진보대통합은 2016년 총선직전으로 미뤄질 것이다. 이 경우 진보적 정치부대와 식자층들이 진보대통합의 명분과 동력을 유지한 채 제3의 세력으로서 2016년 총선까지 진보정당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
경쟁관계인 진보정당을 통합으로 견인할 정치부대가 필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은 물론 진보신당까지 현실정치에서 의미있는 세력으로 남으려면 원내단일정당노선으로 복귀해야 한다. 전국적인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부문대중조직이 민중의 분열을 피하고자 이들 정당들에게 대통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3주체가 민중들의 절실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미 결별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통합을 자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세력들이 이들을 어떻게 견인하느냐의 문제이다.
첫째, 부문대중의 힘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전농과 전여농, 빈민조직들이 기존의 3주체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재통합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배타적 지지의 한계를 반영하여 당과 대중조직의 관계에 대한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둘째, 진보정치대통합의 전략을 짜고 그에 근거하여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갈 정치부대가 필요하다.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에 몸담지 않았지만, 진보정당독자노선과 통합노선에 동의하는 진보정치활동가들이 구체적인 노선의 차이에 연연하지 말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셋째, 진보대통합의 명분과 논리를 확산하는 스피커로서 진보적 식자층의 여론활동이 필요하다. 문제는 통합진보당의 실패로 인해 진보대통합의 여론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에서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하나의 원내진보정당이어야 한다는 점, 끝으로 진보정치가 구태를 혁신하여 이번에는 반드시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기존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진보정치인, 진보적 지식인,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인사, 부문대중의 전현직대표자, 진보적 언론인들이 대선평가와 진보정치전략을 논의하는 대규모 연속토론을 열 필요가 있다. 그 결과를 모아 정당들에게 지방선거 공동대응과 진보정당통합을 제안할 수 있다.
III. 몇가지 쟁점들
진보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역사적 제도적 조건들은 아직도 유효하다
민주노동당과 같은 대중적 진보정당은 반세기에 걸친 자생적 진보세력과 민중운동의 필연적 결과이다. 전국적인 부문대중운동, 민중투쟁운동, 통일운동을 기반으로 하는 진보정치 통합은 진보적 대중의 확고한 요구이다. 진보정치가 단결만 한다면 정당명부비례대표선출제도에 따라 어떠한 조건에서 10%내외의 지지를 기반으로 원내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배타적 지지를 매개로 하여 부문대중운동속에 터잡고 전국적인 민중투쟁운동과 함께 원내외 투쟁을 전개해왔는데, 이러한 모델은 아직도 유효하다.
바야흐로 복지가 안보를 제치고 가장 뜨거운 선거이슈가 됐다. 진성당원제도는 다른 정당으로 파급되고 있으며, 급기야 문재인 민주당후보까지 정당명부제확대와 대통령결선투표제실시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어느 사회나 진보정치의 최소한의 역사적 사명은 그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른 바 등대정당론이다. 만약 진보정치가 애당초 민주노동당을 창당하지 않고 보수야당으로 들어가 이런 주장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단 이러한 주장을 외칠 수 있는 연단에 서지도 못하고, 마이크를 잡지도 못했을 것이다.
진보정치가 보수야당의 왼쪽방에 들어가 자기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이 형성돼 있지 않다. 일단 보수야당내의 진보정치인은 공천의 벽을 넘을 수 없다. 비례대표의 공천은 지역구공천과 달리 더욱더 비민주적이다. 물론, 세력연합정당인 브라질노동당과 영국의 노동당 모델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정치에서 보수야당은 진보정치를 자신들의 수혈대상을 여길 뿐 독자적인 생존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세력으로 존중하지 않는다. 진보정치는 기존의 역사적, 조직적, 제도적 성과를 기반으로 독자적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성장과정 중에 제도정치의 캐스팅보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진보정당과 진보대통합에 대한 국민적, 민중적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진보정당의 추악한 면을 목격한 국민들은 진보정당이 왜 따로 필요한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당원과 지지자들은 그 말썽 많은 진보대통합을 또다시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진보정당은 스스로 이에 대한 답을 내야하고, 당원과 지지자, 그리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문제는 진보정치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역사적 사명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점에 있다. 다수세력으로서 자민통은 자신의 구체적 이론을 합법적 대중정당에 걸맞게 보완하고 원칙과 상황에 부합하게 탄력적으로 적용하지 못했다. 자민통은 통일전선을 주창하면서도 그에 모순되게 패권적 사업방식에 집착하여 자신에 대한 반대세력과 비판여론을 양산했다. 진보정치의 주도권이 보장되지 않은 조건에서 집권한 자유주의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했다. 자민통은 통일전선의 정치적 대상과 조직적 대상을 혼동함으로써 진보정당내에서 정치적 조직적 일체성을 스스로 파괴한 셈이다.
그렇다고 반대세력이 패권을 탓하며 분당으로 치달은 것은 더욱더 명분이 없다. 다양한 세력들이 모인 통합진보당에서 특정세력의 패권은 오래 갈 수 없었다. 이미 패권의 폐해가 대중에게 폭로되고, 패권세력들이 고립을 자초하여 패권에 반대하는 강기갑지도부가 탄생했다. 비록 대의기구에서 패권세력을 압도하지 못했지만, 끊임없는 민주주의투쟁을 통해 다음 선거에서 패권을 극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물론, 이제 와서 패권세력과 분열세력이 서로 탓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패권과 분열을 모두의 잘못과 한계로 인정하고, 이제는 혁신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결의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사태의 시발점이 된 부정선거만 보더라도 패권세력이나, 분열세력이나 상대방만을 탓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서로가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 아니라 국민들앞에서 용서를 빌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고소와 손해배상, 그리고 적대적인 감정을 거둬야 한다. 자신들의 악연에 집착하여 자신들만 바라보고 있는 민중을 실망시킨다면 그러한 집단은 정당이 아니라 대중을 명분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도당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실패로 보아 자민통이 추구하는 높은 단계의 통일전선적 정당은 당분간 성공할 수 없다. 공동전선적인 정당, 낮은 단계의 통일전선적인 정당이 성공하려면 당내에서 협의제민주주의, 권력분점, 합리적 의사결정, 현대적 정파문화 등이 구축돼야 한다. 특정노선을 고집하지 말고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일하는 대중을 기본으로 다양한 계층을 포괄해야 한다. 또한 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청년학생운동이 정당의 정파구조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중적 역량으로 진보정당내 정파의 폐해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혁신은 통합의 선결조건이 아니라, 통합과정에서 실현되는 것
정당정치는 운동과 달리 차선을 선택한다. 완결이 없고 완전한 통합이 없다. 싸우면서 같이하는 것이고, 흩어졌다가 선거때가 되면 다시 뭉친다. 선거와 함께 부침한다. 진보적 대중정당은 더더욱 차차선책이다. 명망가, 활동가, 대중들이 판을 깨지 않는 한도내에서 명분과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정파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혁신은 통합의 선결조건이 아니다. 혁신하지 않은 세력은 통합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주장은 혁신과 통합이라는 정치현상을 단절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혁신과 통합은 논리적 선후관계이지, 시간적 선후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이나 지도부 인사들이 지금사태의 주된 책임자이기 때문에 그들 혼자 고립적으로 혁신이 불가능하다.
이들의 혁신은 이들이 스스로 무슨 대회를 열어 반성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통합테이블에 앉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않을 방안을 합의하고 국민앞에 다같이 사죄하는 것이 곧 혁신이자, 통합이다. 진정한 혁신은 통합의 자리에서 적이 아닌 동지로 만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과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 당사자끼리 서로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가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다.
이른바 조준호진상조사서는 선거무효와 당선무효를 구별하지 못하고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당선무효로 몰아갔다. 당선무효사유를 입증하지 못했고, 선거무효의 사유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진상을 조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전면적인 부정선거라는 사법적 판단까지 했다.
당선자의 정치생명을 끊고, 특정정파에게 타격을 입히는 후보자 총사퇴의 문제는 다수결로 처리할 사항이 아니다. 그런 것은 표결여하에 따라 조직의 일체성이 깨질 수 있는 것이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과 합의에 의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결별을 할지언정, 다수결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한 다수결은 표결폭력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고려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볼 때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직접 부정을 하거나, 공모했다는 증거는 없다. 진실은 입중되지 못했다. 이석기, 김재연의 사퇴 요구는 정치적 요구일뿐이지, 법률적 요구는 아니며, 그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조직을 깨야 하는 그런 요구는 아니었다. 혁신의 내용으로서 이석기, 김재연의 사퇴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이들의 사퇴가 통합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 이는 명백하게 과도한 것이다.
IV. 진보정치의 혁신과 통합을 위한 제안운동
당장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첫째, 평가하고 대안을 논의하자는 것, 둘째, 기존정당들에게 명확한 평가와 입장을 요구하는 것, 셋째, 이러한 토론과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제3의 공간을 확대하여 기존정당을 압박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 이상의 것은 열어놓고 토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당에 남아 있건, 탈당했건 진보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국민들과 민중들을 설득해보겠다고 결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진보정치의 구태와 분열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모든 진보정당과 진보정치 활동가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민주노동당 10년과 진보대통합 및 통합진보당 사태 등 그간의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와 대안 마련에 대한 전국적인 토론운동을 부문별로 지역별로 계층별로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은 경쟁적 태도와 상대방에 대한 소송을 청산하고, 진보정치의 혁신과 단결을 위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지역과 부문 및 계층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제한 없이 한자리에 모여 진보정치의 혁신과 단결을 이루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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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기자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