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노동조합이 막판교섭 결렬로 23일 새벽5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 오전9시30분 서울대병원시계탑 앞에서 총파업돌입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대병원분회와 병원측은 지난 6월27일부터 단체교섭을 시작해 4달동안 40차례 교섭을 진행해왔으며 두차례에 걸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분회의 요구안은 △적정진료시간 보장 △어린이환자식사 직영 △의사성과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병원인력충원 △13.7% 임금인상 △병원내 조직문화개선 △단체협약개악안 철회 등이다.

 

분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교섭을 통해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 제자리를 찾기 위해 ‘돈벌이진료’가 아니라 환자들을 우선하는 병원이 돼야 한다고 병원에 요구해왔지만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10% 비용절감, 검사실적 5%증가 등을 직원들에 요구했고, 주사기, 수액세트, 기도흡인 튜브 등 의료재료가 도입돼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은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과 단체협약개악을 요구하면서 근거도 없는 ‘비상경영’의 고통을 전담시키며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수천억원대의 신축공사 진행 등을 지적하면서 “과잉된 규모확장으로 회계장부상 적자가 발생하면 또다시 환자와 직원들을 쥐어짜는 명분이 되고, 또다시 돈벌이경영의 명분이 되는 셈으로 병원이 말하는 ‘비상경영’은 돈벌이진료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또 교수의사성과급제에 대해 “환자수와 검사건수에 따라 교수들에게 돈을 주다보니 환자들은 1시간대기 1분진료, 한명의 수술교수가 3-4방 수술을 동시에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이 아니라 환자를 만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공간이 돼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계속해서 분회는 1143명의 비정규직을 거론하며 “병원은 정부에 비정규직숫자를 축소해 보고했고, 비정규직을 늘려 인건비를 줄이려고 혈안이 돼 있다”면서 “적은 인력과 불안정한 고용은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서울대병원노조는 그동안 투쟁을 통해 의료공공성 관련한 합의안을 만들어낸 바 있다”면서 “우리는 돈벌이경영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비상경영을 반드시 철회시키고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아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전체조합원 1400여명중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배치된 최소필수인력을 제외한 4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부터 5일간 진행된 쟁의행위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4%가 찬성해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사측이 단체교섭에 응하고,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면 파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사측에 단체교섭을 계속 진행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노조의 요구안은 인사경영 전속권한을 침해하는 요구라면서 올해 680억원의 적자가 예상돼 비상경체제에 돌입하는 등 경영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