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들의 힘으로 노동자 권리 지키고 현장으로 돌아가자! 우리를 해고한 자본가들의 눈에서 우리는 두려움을 읽는다. 노동자들을 쥐어짜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미친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통제할 수 없을까봐 두려워한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더 많은 분노를 갖고 조직하고 투쟁할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해고’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우리들의 삶을 빼앗고 협박하려고 한다. 우리가 해고된 것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당당하게 투쟁했기 때문이다. 투쟁하는 것이 지옥같은 노동과 경쟁으로 피폐해진 삶을 되살리는 것임을 당당하게 선언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이 투쟁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마치 발악처럼 우리를 일터에서 쫓아냈다. 우리 해고자들은 당당하게 버텨왔지만 고통도 컸다. 생계의 고통, 자본의 탄압에 온몸으로 맞서야 하는 긴장감, 그리고 용역깡패와 공권력의 폭력 앞에서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다. 고공농성, 단식투쟁, 기나긴 길거리 생활도 해고자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기약없는 복직의 희망 속에 지쳐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해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24명이나 목숨을 잃은 쌍용자동차, 그리고 2012년 말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던 노동자 일곱분의 죽음에는 모두 해고자들의 고통이 스며들어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우리를 돌아본다. 이 힘든 시기를 딛고서도 우리가 투쟁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가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우리 해고자들의 투쟁은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키는 매우 강력한 힘이었다. 쌍용자동차나 콜트-콜텍, 풍산마이크로텍 등 정리해고자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정리해고는 지금보다 더 마구잡이로 벌어졌을 것이다. 재능이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는 잊혀지고 있을 것이다. KEC와 유성기업, 그리고 한국3M 등의 해고자들이 버티면서 노조파괴 공작을 폭로했기에 노조파괴 전문업체들을 처벌할 수 있었다. 공무원과 전교조, 그리고 공공부문의 해고자들이 버티고 투쟁해왔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심각한 부패를 막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개별 자본가와 맞서 싸우지만, 해고자를 양산하는 정부와도 맞서 함께 싸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조합원에 해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하고, 공무원 해고자 복직에 침묵하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국정조사에 대해 말바꾸기했다. 그리고 재정대책 없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해고의 부당성을 가려야 할 노동부와 사법부가 기업과 유착하여 해고자들을 괴롭히는 것도, 기업과 결탁하여 노동권을 불온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으려는 정부 정책의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개별 사업장의 투쟁을 넘어 해고자를 양산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투쟁할 것이다. 해고가 일상화되고 대량화되는 시대, 이 암울한 시대를 뚫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해고자들은 앞장서서 투쟁해왔다. 이제 우리는 홀로 싸우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투쟁하는 해고자들과 단결하고 연대할 것이다. 우리의 싸움이 곧 다른 이들의 권리를 지켜나가는 싸움임을 알기에 아직 해고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일깨워 함께 싸우도록 조직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에 연대하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지치지 않고 웃으며 투쟁할 것이다. 그 치열한 투쟁의 끝에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현장으로 돌아가서도 우리의 투쟁과 연대는 지속될 것이다. 마침내 모든 해고노동자가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노동자의 세상을 만들 때까지. 투쟁! 2013년 3월 30일 전국해고자대회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