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민주노총, 전국철거민연합,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구속노동자후원회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공동행동(공안탄압반대양심수석방과사면복권을위한공동행동)은 26일 오전 11시 청와대앞 청운동주민자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수석방과 사면·복권을 촉구하는 각계인사선언을 발표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범민련남측본부 김을수의장권한대행, 민주노총 김경자비상대책위원, 전철연 장영희의장, 민가협 이영전회장, 양심수후원회 권오헌명예회장, 구속노동자후원회 유기수위원장, 안병길양천구광양교회목사 등 각계 30여명이 참가했다.
권오헌양심수후원회명예회장은 “양심수 사면없는 사면은 사면권남용일 뿐”이라 꼬집고 “박근혜대통령이 이명박과 다르다면, 또 유신독재를 사과한다면 실제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며 1988년 12월21일 사면·복권과 같이 ‘조사되고 있는 모든 시국사범 조사중단’, ‘공소하에 재판받고 있는 모든 양심수석방’, ‘재판확정자의 사면·복권’, ‘출소자의 복권’을 요구했다.
김경자민주노총비대위원은 “‘4대강삽질’등으로 파탄난 경제를 노동탄압과 노동자구속으로 막아온 이명박과 박근혜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영희전철연의장은 구속된 남경남의장의 석방을 촉구하며 “용역깡패에 시달려 천막 한장조차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라며 “박근혜는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철거민들의 마음을 보듬고 개발악법을 철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을수권한대행은 “이명박정권하에서 국가보안법으로 억울하게 잡혀간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박근혜대통령이 말한 북과의 ‘신뢰프로세스’에 첫번째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병길목사는 “박근혜가 가면 괜찮고 일반인이 가면 국가보안법 위반은 말이 안된다”며 “평화를 위해 북을 조문한 사람들을 비롯해 국가보안법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사면복권”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이영민가협전의장과 유기수위원장이 선언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후 공동행동측은 선언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27일 한겨레 사회면에 광고를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언에는 노동계 45명, 보건의료계 67명, 법조계 15명, 종교계 79명, 인권활동가 44명, 시민단체인사 17명, 정당인 27명, 학계 14명, 통일민중운동단체인사 52명 등 각계 365명이 참여했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양심수 전원 석방’을 통해 진정한 ‘국민 대통합’의 의지를 보여라
어제(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18대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의 취임을 반기지 않는 것 같다. 48%에 불과한 낮은 지지율이 그것을 입증한다.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대선기간 동안 국민의 뇌리에 심어주었던 온갖 환상이 물거품처럼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부조차도 인격을 걸고 한 약속을 함부로 뒤집지 않는 법인데,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수천만 국민 앞에서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다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라며 어느 누구 보다도 “국민대통합”을 강조했다. 진정한 ‘국민 대통합’은 집권 세력이 사상과 정치적 견해 차이를 떠나 다양한 입장을 가진 집단과 개인들을 포용하는데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5년 동안 이것을 망각한 채 “법질서 확립”이란 미명아래 민주주의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 서민들을 극단적으로 탄압하면서 엄청난 국력낭비를 초래했고,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원한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 결과 국가보안법, 집시법, 폭처법, 병역법 같은 반인권 악법과 정치적 탄압에 의해 부당하게 구속당하는 양심수들이 속출하게 되었고, 지금도 감옥에는 39명(2월 15일 현재-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조사)의 양심수들이 차디찬 겨울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고통을 강요받고 있다. 종교적 이유로 입영 대신 대체복무를 요구하다 부당하게 구속된 청년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양심수는 700여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용산 참사’, ‘쌍용차 파업’, ‘유성기업 파업’,’희망버스투쟁’, ‘제주해군기지반대투쟁’ 등 이명박 정권의 살인적인 인권 탄압에 의해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거나 수배조치를 당한 국민들도 수천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권이 대선 공약대로 “사회분열을 치유”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고자 한다면 이들 양심수들을 석방하고 사면.복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정권 앞에는 ‘민생 안정’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다. 중산츠이 붕괴되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자’로 첨예하게 양분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양심수들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생존권마저 박탈당하는 현실에서 노예가 아닌 인간으로 당당하게 살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했던 노동자, 서민들이다. 박그혜 대통령이 진정 민생 안정을 바란다면 감옥에 갇혀 있는 양심수들을 석방하고 노동자, 서민드르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미 동맹에 의존한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유발시키면서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박근혜 정권 앞에는 남북 화해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야만 하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있다.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을 주장하는 국민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마녀사냥’ 행태는 문제 해결에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자아도취에 빠져 이명박 정권이 밟아 온 전철을 되밟지 않길 바란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집권 6개월 만에 ‘촛불 항쟁’이라는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딛혀 좌초할 위기를 맞았고 악랄한 언론 장악과 공안 토잋로 간신히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심이 등을 돌려 새누리당의, 재집권이 어려워 보이던 상황에서 야당이 주장했던 진보적인 의제들을 자신의 공야긍로 끌어들이고 적극적으로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당선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1987년 6.10항쟁 이후 어부지리로 집권에 성공한 노태우 정권과 비슷한 면이 있다.
박근혜 정권은 1988년 12월21일, 노태우정권이 단행했던 ‘양심수 전원 석방’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태우 정권은 당시 특별사면을 통해 이른바 시국사범 194명을 전원 석방했으며 ‘금단의 벽’이었던 공안사범 64명, 계엄 국법회의에서 형이 확정된 수형장 23명 등 양심수 281명을 석방했다. 또한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민주 시민’ 16,221명을 사면복권했고 공안사범 94명에 대한 감형, 시국관련 수배자 61명의 수배조치를 해제했다. 특히 ‘시국사범 전원 석방 원칙’에 따라 기결수 41명을 특별 사면, 복권했을 뿐만 아니라 수사중이던 미결수 30명, 재판에 계류 중인 미결수 123명까지 검찰의 공소를 취소시켜 석방시킨 사례도 있다.
아울러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수형자의 80%가량은 경제 불황으로 심화된 사회 양극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 소위 ‘생계형 범법자’들이거나 벌금을 못내 구속된 빈민노역수들이다. 권력층 범죄자들에겐 ‘솜방망이 처벌’도 모좌라 ‘봐주기 사면’까지 일삼는 국가가 ‘법질서 확립’을 외치면서 서민들에게만 가혹하게 준법을 강요하는 건 위선이다.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더 이상 믿었던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이명박 정권과 다르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국민 대통합’을 통해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는 나라를 만들기 원한다면 모든 양심수를 조건 없이 석방하고 악법 철례와 공정한 법집행을 통해 사법저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2013년 2월 26일
‘양심수 석방 및 사면, 복권 촉구 각계 인사 선언’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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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