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가 17일 4차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차가 2016년까지 사내하청노동자 약30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꼼수임이 밝혀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참세상에 의하면, 현대차는 8월16일 단체교섭에서 “회사는 당면한 사내하청문제 해결을 위해 정년퇴직 소요, 신규소요 등을 포함하여 2016년도까지 현재 사내협력업체 근무자 중 약 3000명을 노사간 별도협의를 통해 당사 채용기준에 적합한 자를 채용한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 1000명을 사내하청노동자로 우선채용하고 나머지 2000명은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같은 제안의 배경에 대해 “사내하청과 관련된 논란을 해소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3000명이라는 숫자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의 정년퇴직 인원수와 거의 일치한다.
현대차에서 2016년까지 정년퇴직하는 정규직노동자는 모두 2845명이다. 즉, 현대차는 정년퇴직으로 비는 정규직노동자 인원수를 사내하청노동자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의 사내하청노동자는 또다시 비게 된다. 현대차는 “당분간 비정규직 결원은 설비향상, 자동화, 아웃소싱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감당할 것, 아직 신규채용을 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규직으로 옮기는 3000명의 사내하청노동자 결원을 충원하지 않으면 노동강도가 높아질 것은 뻔한 일이다. 결국 현대차는 그 빈자리를 또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자리다.
현대차는 또 정규직으로 채용할 사내하청노동자 3000명에 대해 기존 경력을 무시하고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인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체불임금 2억여원까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심산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정년퇴직자 자리에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단체협약 의무사항일뿐 불법파견문제해결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규직노조관계자도 “이번 신규채용으로 또 다른 비정규직이 양산되면 회사는 공정분리를 통해 합법도급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결정적으로, 노사합의를 통해 3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뒤 나머지 노동자들을 그대로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면서 정규직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없애고 ‘비정규직노예’로 계속 사용하려는 꼼수가 존재한다.
참세상에 의하면 현대차는 “사내협력업체인원의 직영채용 등으로 인해 자리이동이 불가피할 시 원하청공정 재배치를 실시한다”고 했다. 8천명의 사내하청노동자들중 매년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정을 재배치해 ‘합법도급’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7월 ‘컨베이어벨트시스템으로 생산되는 제조업생산공정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2년이상 근무한 사내하청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된다’고 판결했다. 올해 8월 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파견법은 하루만 일해도 불법파견이 확인되면 직접 고용해야 한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8000여명의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이 공고하게 이어지고 사회적 관심이 모여야 한다. 현대차노동자들의 비정규직철폐투쟁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