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강의를 배정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그간 학교측과 시간강사의 처우문제로 대립해오던 김영곤교수(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고려대분회장)에게 강의배정을 하지 김영곤교수와 세종캠퍼스총학생회 등 학생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학교측은 김영곤교수의 강의 미배정에 대한 근거를 끊임없이 번복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온 김영곤교수가 2013년도 뚜렷한 이유없이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학교측이 밝힌 첫번째 이유는 ‘박사학위가 없는 자는 강의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나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졸업자라 하더라도 연구실적연수 2년, 교육경력연수 1년의 기간만 거치면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고려대학칙에서도 비정년트랙 임용기준을 ‘박사학위소지자’라고 정하고 있지만 경력과 능력을 고려해 임용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명시돼 있다.
사진=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사진=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이에 대해 학생들은 ‘고등교육법상 조항을 무시하고 이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특히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우수한 과목임에도 강의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학교측은 말을 바꿔 ‘총장의 권한내에서의 업무지시‘라고 강의미배정이유를 바꿨다가 다시 한번 ‘학교의 경영정책이 사유‘라고 말을 바꿨다. 이는 경영상 적자가 나는 기업에서 마지못해 인원을 감축할 때 쓰는 정책적 결단으로 비영리기관인 학교에서 단한번도 등장해 본 적이 없는 사유다.
학생들은 이런 이유를 내놓은 배경에 대해 고용자와 피고용자간의 노사간 문제로 몰아 고용자인 학교가 집행할 수 있는 고유권한에 대해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도록 만들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고려대 학생단체들과 김영곤교수는 성명서를 통해 ‘규정과 현실을 무시하고 박사가 아닌 강사에게 강의를 주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은 사실상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강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적립금과 고위험금융파생상품’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학내구성원들의 처우를 개선할 돈은 없다고 말하면서, 금융투자 같은 돈놀이를 위해서는 쟁여놓은 돈도 마다않고 쓰는 것이 학교당국’이라며 비난했다.
고려대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로 인한 강사들의 고용불안이 극대화되고 학생들도 강의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김영곤교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부인 김동애씨(한성대시간강사)와 6년간 천막농성을 해오면서 교육당국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요구해으며 지난해 2월15일부터는 임금인상과 수업방식 및 환경개선 등을 요구하며 고려대 본관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해왔다. 현재는 대학이 제기한 농성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심의중에 있다.
유하나기자
기사제휴: 21세기대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