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한진중공업의 고최강서조직차장처럼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때문에 잇따라 자살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2003년 두산중공업에서 일하던 배달호씨는 손해배상, 가압류 때문에 분신자살을 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한진중공업 김주익지회장, 세원테크노조 이해남위원장도 목숨을 끊었다.

 

이때 손해배상과 가압류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소송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최강서열사의 죽음까지 이어졌다.

 

고용노동부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노조와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액수가 2010년 121억4200만원에서 작년 7월기준 700억1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가압류신청금액 역시 2010년 13억3000만원에서 작년 160억4900만원이 됐다.

 

사측은 대기업노조부터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2006년 파업의 대가로 2010년에 1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었고, 2009년 파업으로 또다시 6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됐다.

 

철도노조관계자는 “가압류가 들어오는 순간 노조는 돈줄이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손배, 가압류는 노조를 옥죄는 노동탄압의 수단”이라며 “이명박정부 들어와서 노조뿐만 아니라 노조간부 개인에게도 손해배상이 청구되면서 노조활동이 더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사측으로부터 조합원 수백명을 상대로 116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이어 가압류까지 받았으며, 홍익대 청소노동자들도 홍익대로부터 2억8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받았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투쟁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파업이 불법으로 간주되고 나면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등의 법적 대응이 이어진다.

 

현행 노동법에서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관련 분쟁’만 합법파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구조조정, 민영화, 정리해고 등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노동자의 생존권, 노동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한 만큼 이에 대한 파업도 정당화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사용자측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에 대한 요구 등을 너무 쉽게 인정하고 있어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이 그치지 않고 있다.

 

강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