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7일 이천쿠팡물류센터에서 큰불이 났고 인명피해가 있었다. 열흘전인 6월7일에는 쿠팡물류센터노조가 출범했다. 쿠팡물류센터노조는 <물류센터화재는 필연이었다>고 지적하며 연일 쿠팡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물류센터노동자들과 쿠팡소비자들은 쿠팡에 찾아온 위기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위기는 내부적, 외부적 불안정요소를 관리하지 못했을때 필연적인 것으로 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물류센터노동자들과 쿠팡의 새벽배송을 지켜보거나 이용하던 사람들은 쿠팡에 어떤 불안정요소가 있는지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쿠팡이 집중적으로 관리했던 것은 무엇일까? 원래 기업은 이윤창출에 골몰한다. 쿠팡의 미국주식시장상장은 쿠팡의 <경영>이 <성공적>이었거나, 그만큼 유통이 21세기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21세기경제는 정보산업기술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공간이 서로 상호보완하는 시장을 갖게됐다. 문제는 온오프라인간의 상호보완성이 기형적이라는데 있다. 쿠팡이 그렇다. 온라인거래수요가 늘어나면서 쿠팡은 자유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기업소유의 무계획적인 <풀필먼트>를 확대구축했다. <풀필먼트>란 직매입과 물류를 결합한 생산방식이다. 입고-보관-포장-운송-반품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이경우 모든 과정에 가치를 낳는 노동이 있다. 입고부터 포장까지는 물류센터노동자가, 운송과 반품은 <쿠팡맨>이 담당한다. 온오프라인간의 기형적인 상호보완성이 야기하는 문제는 특히 노동자의 권리에서 두드러졌다.
쿠팡은 시류를 타고 늘어나는 확대재생산을 감당하기 위해 첨단기계를 도입하기보다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한두달 사이 폭발적으로 고발된 쿠팡물류센터의 노동환경실태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거기에서 가장 값싼 부품이었다. 또한 <쿠팡플렉서>, <나도 쿠팡맨>과 같은 <노무관리>법을 개발했다. 개량주의적인 주52시간노동제에 따라 노동시간이 줄고, 임금까지 줄었지만 배송물량은 그대로이거나 늘어났기 때문에 기업에서 머리를 써 비정규직고용률을 늘인것이다. 쿠팡맨의 직고용비율은 많아봐야 40%에 지나지 않는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물류센터노동자의 직고용비율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러니 이천물류센터화재참사라는 기업의 위기를 그냥 넘겨선 안되는 것이다. 쿠팡을 넘어 풀필먼트기업들의 물류창고노동자들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풀필먼트기업들로는 신세계, 네이버, 마켓컬리가 있다. 2020년2분기를 기점으로 각기업들의 대형물류센터가 꼬리를 물고 건축됐다. 앞으로 더 건축될 예정이다. 로봇과 센서로 자동화를 이뤘다고 하지만 사람이 일하는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다. 회전율과 기업마진은 비례하고 거기에 노동자권리는 무관한 자본주의사회에서, 유통산업은 특히 회전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통산업의 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하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한다 해도 설득력이 있다. 국내4개 풀필먼트대기업들의 물류센터를 모두 합치면 축구장1000개 규모가 된다. 쿠팡물류센터노조는 이제 갓 한달 차이지만 미래에 거대노조, 힘있는 노조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도 마찬가지다. 물류센터노동자들이 온다.
자본주의첨병인 미국의 경우엔 어떨까? 풀필먼트를 하는 플랫폼기업은 알리바바, 아마존이 대표적인데 올4월 아마존노조의 설립이 전국적인 이슈였다. 바이든미대통령은 <노조에 가입할 자유는 노동자에게 달렸다. 노조건설은 나나 고용인이 정하는게 아니다.>라면서 노조설립을 지지하는것 같아 보이나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미국의 4월을 달군 아마존노조설립은 실패에 그쳤다. 지난달 6월24일 알라바마의 아마존물류센터노동자들은 다시 대규모투쟁을 예고했다. 그들이 말한 알라바마아마존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은 쿠팡과 거의 비슷했다.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기 위한 시간으로 겨우 8분을 얻는다고 했다. 알라바마아마존물류센터노동자들은 <아마존에서 노동자들의 권력을 세우고 노동자를 돕는 노조를 건설하겠다>고 결의하고 <아마존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인 캠페인에 돌입했다.
코로나19바이러스의 변이바이러스가 대유행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적인 타격이 더 커지고 더 길어지고 있다. 이커머스기업들이 풀필먼트에 매달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만큼 물류센터에 요구되는 노동자의 수가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노동자의 권리침해가 심각해질 것이다. 부르주아정부로서는 이제 도가 텄을 노동탄압, 노조파괴공작에 대비해야 한다. <쿠팡 플렉서>, <나도 쿠팡맨>이라는 비정규직, 하도급, 특수고용, <자기고용>의 고리는 표현방식을 바꿔가며 더 교묘해지고 복잡해질 전망이다. 신자유주의시대를 거치면서 정부와 대기업자본가와 정보기관이 합작해 벌인 노동탄압의 역사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은 노동자・민중의 자주적인 투쟁만이 승리의 열쇠라는 점이다. 물류센터노조건설과 물류센터노동자들의 의식화, 조직화가 시대적과제로 무게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