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철도노동자의 노래

 

 

                                                                                8년 전 쓴 시

                                                                                2012년 처서를 맞으며

                                                                                서화조

 

주·휴일 보장없는 삶의 고초가

 

모질다 한들

죽음보다 더하리라고는

내 생각지 않았다

 

기약 못할 꿈일망정 앞날에 처매고

 

24시간 맞교대를 노동으로 잇대며

소란한 세상과는 담을 쌓고자

애써 모질음을 써보았다

 

한밤 수신관 앞 체류차 안에서 꼬박 세우고도

 

아침이면 서둘러 가방 싸들고

사무소 한 많은 길 걸어갈 때

어쩌면 그것은

기쁨이기도 하였다

 

암담한 철도원 생활의 먹장구름 아래서

 

내 이성이 갈 길 잃고 몸부림칠 때면

마음은 항상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이라고 한

어느 한 시인의 서글픈 시 줄에

온 넋을 기대기도 하였다

 

희망이 꺼림 없이 나를 속이고

 

생활에서 악만을 겪을 때면

외로운 내마음

이상의 나라를 찿아 헤매었다

그 이상의 푸른 언덕에서

지친 넋을 고요히 잠재우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괴로웠던 모든 것, 슬펐던 모든 것을

헛되이 환상으로 달래며

영영 망각 속에 파묻기도 하며…..

 

허나 짓밟히는 생존권이여

 

너만은 그 무엇으로도 용납할 수 없었다

세월의 흐름으로써도 용납할 수 없었다

생존권 압살의 광풍이 몰아치는 이 땅에

너는 깃들 곳마저 없는 것을

 

철도의 공공성과 생존권을 불러

 

탄압을 맞받아 하나가 된 우리

사람들이여 생각해 보라

우리도 그대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그대의 아들이나 동생이라고

어쩌면 그대들 자신이라고

 

현장에서 사고와 과로로 사망해도

 

안전대책과 인력충원이 절실한데도

일년에 수십명씩 철도현장에 생명이 빼앗기고

달려오는 열차에 갈갈이 찢긴 젊은 목숨들이

당신들의 목숨처럼

우리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것임을

 

허나 우리 물러설 수 없었다

 

생존권 확보 없는 삶의 고초는

천백 배

죽음보다 더한 것이었거니…..

 

그 철도의 공공성과 생존권 확보를 찾아

 

피 흘리며 쓰러지면서도

우리 부르고 부른 것은”주·휴일보장과 인간답게 사는 것”

죽어도 인간답게 사는 것

 

그렇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여

 

너는 민주의 초석!

너는 이 땅 노동자의 숨줄!

너는 철도노동자의 나래!

 

오!

 

철도의 공공성과 생존권 확보

그 앞에

인간답게 사는 것이여, 네가 있도다.

 

 

 

-04년 11월 24일 총파업 승리 9일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