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 하이브에서 불거진 아이돌대상 직장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를 다뤘다. 이를 계기로 아이돌의 <노동자>해당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어도어소속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 팜하니와 어도어대표 김주영하이브최고인사책임자를 각각 참고인과 증인으로 참석했다. 현직아이돌그룹멤버가 국감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앞서 하니는 지난달11일 유투브라이브방송에서 모기업 하이브의 또다른 자회사 소속 연예인과 매니저로부터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뉴진스멤버들이 직장내괴롭힘을 당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뉴진스팬들은 어도어와 하이브 담당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용노동부에도 100여건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반면 하이브자회사 빌리프랩측은 아일릿의전담당매니저는 뉴진스멤버에 대해 <무시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아일릿멤버들도 뉴진스멤버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하니는 직장내괴롭힘 및 아이돌따돌림문제에 관해 발언했다.
하니는 (하이브내) 매니저한테 <무시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이 일을 왜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 문제는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기에 말하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또 묻힐 것이라는 걸 알아서 나왔다, 데뷔 초반부터 (회사내) 어떤 높은 분이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아줬다, 직업을 떠나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블라인드앱(직장익명커뮤니티)에서 회사직원분들이 뉴진스를 욕하는 걸 봤다, 회사 PR(홍보)실장이 뉴진스의 일본음반판매성적을 낮추려 한 (통화)녹음도 들었다고 성토했다.
계속해서 직장내괴롭힘 관련해 당시 김대표에게 알리고 대응을 요청했는데 김대표는 <증거가 없으니 참아라>고 말했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무시해>발언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자 내부CCTV영상을 확인했으나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 해당하는 영상은 지워졌고 그 앞부분 8초가량만 담겼다면서 CCTV담당직원들은 영상이 삭제된 이유에 대한 해명을 번복하며 말실수했음을 폭로했다. 또 해명을 번복하는 과정을 녹음해, 거짓말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대표는 취할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고 해명했으나 하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으로 최선을 다해달라는 취지냐는 안호영위원장의 추가질의에 하니는 그렇게 말하면 이 문제가 넘어갈 것이란 걸 너무 잘 안다, 미래 얘기가 아니라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달라고 일축했다.
하니는 1시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뒤 마지막발언에서 눈물을 보이며 서로 인간으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 다른 선배님들이든 동기들이 후배들이든 연습생들이든 이런 걱정을 안 했으면 좋겠다, 죄송하실 분들은 진짜 잘못이 없다면 숨김없이 나오셔야 하는데 자꾸 자리를 피하시니까 너무 답답하다, 호주대사관도 걱정하고, 부모님께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한 것만으로도 감사드렸다고 토로했다.
여야의원들은 이날 참고인으로 나선 하니에게 지지와 응원을 표했다.
우재준국민의힘의원은 하니씨가 오늘 나와주셔서 뉴진스뿐 아니라 후배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음악생활을 할수 있을 것이다, 많은 국민이 뉴진스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박홍배민주당의원은 하니팜씨가 직접 <무시해>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폭로해서 국민들의 충격이 크다고 언급했다.
정혜경진보당의원은 우리도 인간이라는 하니님 말씀을 듣는 순간 울컥했다, 엔터업계에서 우리도 사람이라는 목소리를 낸 역사적 순간이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노동당국에서 조사에 착수한 해당 사안의 골자는 하니 등 아이돌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느냐,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괴롭힘이 있었느냐다.
통상적으로 가수나 배우와 같은 프리랜서예술인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해 왔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에는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근로자로 보지는 않아 왔다.
2010년 고용부는 연예인을 근로자가 아닌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외대상자>라고 판단했다. 김유진고용부노동정책실장은 이날 근로기준법상으로는 좀 적용하기가 힘든 현실이 있다고 밝혔다.
박지순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노동법적 시각으로 접근하기 보단 본질적으로 매니지먼트업계에 만연한 인권침해를 바로잡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연예인도 근로자로 인정받을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정한국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연예인도 소속사의 주문대로 공연이나 연습 등을 정해진 시간에 수행해야 한다,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장소를 지정받고 이에 구속받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은 나이가 적은 아이돌의 경우 소속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이 국감에 오를 사안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한 언론은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 부처와 기관을 감사해 국정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따지는 자리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뉴진스소속사내부갈등이 국감대상인지도 의문이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걸그룹멤버가 <직장내괴롭힘>의 대상인지도 불확실하다. 안위원장은 하니 출석과 관련해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감에선 산업재해로 숨진 하청노동자 문제도 다뤄졌다. 정작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문제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니출석으로 환노위 국감은 <팬미팅>으로 희화화됐고 같은 시간 진행되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까지 파행을 겪었다. 최민희과방위원장이 국감 도중 하니와 별도만남을 가진 사실이 논란이 되어 여야 간 거친 공방이 오가면서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