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모씨등 미군기지촌여성 9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인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기지촌운영·관리에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70년 만에 법원 판결로 확정된 것이다.
이씨 등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경기 파주·평택시 등 미군기지기지촌에서 국가가 성매매가 용이하게 이뤄지도록 기지촌을 조성·관리해 피해를 입었다며 2014년 6월 각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당시 성병 진단을 받고 강제 수용된 일부 여성들에 대한 정부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1977년 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이 생기기 전 수용된 57명에 대해 국가가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기지촌 조성·운영에 대해서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으며, 정부가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촉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책임이 없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정부가 전국의 기지촌을 운영하고 관리하며 사실상 성매매를 조장하고 정당화했다고 인정했다.
정부가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외화를 획득하려는 목적으로 기지촌 성매매 여성의 성을 수단화했다고 본 것으로 2심 재판부는 정부 책임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 소송을 낸 원고 모두에게 300만~7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수긍하며 <국가가 준수해야 할 준칙과 규범을 위반했고, 이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