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를 보고한 시간과 횟수 등을 조작해 국회에 답변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단을 내렸다. 보고 시간 등이 허위가 아니고, 답변서 내용 일부는 김 전 실장 의견에 불과해 허위사실인지를 따질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법원3부(주심안철상대법관)는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19일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박전대통령에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처럼 답변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김전실장은 그해 8월 국회에 낸 답변서에서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유·무선으로 보고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박전대통령은 참사 당시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원심은 <비서실 보고서가 실시간으로 전달됐는지 확인되지도 않고, 전달이 됐다고 해도 대통령이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보인다. 비서실장으로서 보고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20~30분 간격으로 보고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은 허위로 보인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30분 단위 보고>가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통령비서실·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부속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보고횟수, 시간, 방식 등을 종합하면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 내용은 김 전 실장의 주관적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사실인지 여부를 따질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허위공문서작성죄에서 <허위>는 표시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않아 그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여야 하고, 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게 기존 대법 판례>라며 <이 사건 답변서가 김 전 실장의 직무상 작성된 공문서에는 해당하나, 허위 내용의 문서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다고 볼 수는 없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