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새로 만들어진 뒤 설립 1주일만에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한 한진중공업 제2노조(기업별)가 사측과의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는 노사동수로 구성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면서 사실상 징계권을 사측에 넘겼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26일 임단협합의안에서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조항을 삭제하고 ‘노조임원 3명이 참고인으로 참석하여 변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사실상 징계위원회에서 노조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축소시키는 방안으로, 징계권을 회사에 넘겨주는 것이다.

 

지난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중공업은 금속노조와의 협상을 4년동안 미루더니 기업별 노조가 들어서자 한달만에 단체협약을 전면후퇴시키고 어용합의를 기획했다”고 질타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유장현교육선전국장은 이번 합의에 대해 “앞으로는 해고자나 휴직자 복직과 노동조건악화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대량 징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명백한 ‘노조 죽이기’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제2노조는 또 ‘무파업선언’에 동참하고 생활안정지원금 1200만원 지급 및 기본급 15%인상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미 상반기에 대출형태로 지급된 1000만원에 대한 채무를 없애주는 것을 제외하면 실제 지원금은 200만원뿐이며, 이에 한진중공업지회는 회사가 거짓 홍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2노조는 수년간 생활고를 겪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생활지원금 1000만원을 준다. 금속노조를 탈퇴하라”는 문자를 발송하는 등 금속노조의 교섭권을 빼앗기 위해 생활지원금을 미끼로 회유작전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2노조는 또 이번 노사합의에서 9개월째 현장에 돌아가지 못한 휴직자 500여명에 대해 복귀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고 “조기 현업복귀에 노력하며, 신규수주를 위해 노력한다”고만 합의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지회는 “가장 중요한 회사정상화와 휴직자복귀문제에 대해 ‘노력한다’는 추상적인 언어만으로 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6일 지난해 청문회당시 약속한 사항들에 대한 미이행과 관련해 한진중공업 이재용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강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