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산재사고로 최소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중 15명의 노동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산재사망사고 10건중 7건은 50인미만사업장에서 발생했고 대다수 산재사망자는 비정규직노동자다. 한편 50인미만사업장은 2024년 1월까지 법적용이 유예됐고 5인미만사업장은 아예 제외됐다. 일련의 사실은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중대재해처벌법조차 비정규직노동자·영세노동자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은 비정규직노동자·영세사업장노동자다. 최근 노동자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광주의 한아파트붕괴사고에서 건설사 현대산업개발측은 <하청업체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망발했다. 이러한 붕괴사고는 2중3중의 하청구조에 따른 비용절감압박과 그로인한 안전설비미흡·공사기일단축에 따른 것임에도 그 책임을 비정규직노동자·하청노동자에게 전가시키기 일쑤다. 현대건설장에서 지난 10년간 무려 5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연이은 참사의 원인이 불법적인 재하도급으로 인한 인재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사고도 1평당 공사비가 28만원이던 것이 재하도급을 거치며 4만원까지 떨어진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하도급업체대부분이 50인미만기업이었다는 사실은 하청구조가 철폐돼야 하는 이유와 중대재해처벌법의 전사업장에 시행돼야 하는 이유를 동시에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는 건설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지만 실제는 노동자인 플랫폼노동자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지난해 10월 여수시요트선착장에서 발생한 <현장실습생사망>사건 등도 법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중대재해법적용을 위해서는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50인미만사업장에서 발생한 요양재해자수는 총 6만5744명으로 전체 요양재해자수 9만789명의 72.4%를 차지한다. 50인미만사업장에서 대다수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예외없이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적용이 필요하다. 

불법적인 하청구조와 일부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반노동성·반민중성을 보여준다. 하청구조는 노동자에 대한 2중3중의 착취구조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일부적용은 재벌·기업을 비호하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그렇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기본원칙위반을 넘어 생명과 안전에도 <등급>을 매기는 참혹한 현실에 노동자·민중이 격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불법적인 하청구조를 분쇄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예외없이 적용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근본적으로 실업·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노동권·인권이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