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노동자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앞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하루만에 경찰에 의해 농성물품을 빼앗기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5일 밤10시경부터 해산명령을 내리고 아침까지 노동자들과 대치했으며, 이 과정에서 3차해산명령을 하기도 전에 비닐, 깔판, 침낭 등 엄동설한을 버티기 위한 농성물품들을 빼앗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은 아침까지 밤에 내린 비에 온통 젖은 채로 버텨야 했으며, 이후 경찰에 가져간 물품을 반납하라고 요구했지만 기자회견때 사용하려던 현수막만 걸레가 된 상태로 돌려받았다.

 

김정우지부장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쌍용차노동자, 가족 24명이 소리없이 죽었다. 사측이 회계조작, 기획파산으로 장난쳐서 더 이상 죽으면 안된다고 요구하기 위해 우리가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워서 비닐을 덮고 있는데 엄동설한에 비옷도 통째로 가져간다는 게 말이 되냐”며 “비가 오는데 물품 다 가져가고, 차안에 앉아서 히터 틀고 매연 내뿜는 경찰에 분노한다”고 질타했다.

 

녹색당 하승수사무처장도 “인수위가 그렇게 대단하냐”며 “국회앞에서도 침낭은 덮고 농성했는데, 최소한의 인권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쌍용차범국민대책위는 6일 오전 인수위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는커녕 기자회견까지 막아서는 막무가내 경찰은 물론 지금까지 단한차례의 면담도 받아들이지 않는 인수위는 노동자에 대한 박근혜당선자의 속내를 여봐란듯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발에 박힌 얼음을 깨가며 79일째 머리위로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15만4000볼트 전류와 사투를 벌이는 철탑노동자들의 심장엔 분노의 핏줄기가 역류하고 있다. 그동안 24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저승의 언강으로 건너갔지만 손 내미는 정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쌍용차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며 국회가 나서 이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밝히자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정조사라는 바른길을 두고 엉뚱하게 여야협의체라는 정쟁의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지 말라”며 “박근혜당선자와 18대대통령직인수위는 쌍용차국정조사와 해고자복직문제에 시급히 답하라”고 촉구했다.

 

강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