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는 지난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이후 정리해고자 2,646명, 징계해고자 44명, 징계자 72명, 비정규직노동자 19명중 단한명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3년이 지나고 있다. 본기사는 앞으로 3회에 걸쳐 22명의 죽음을 딛고 대한문 앞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쌍용차노동자들의 투쟁과정을 다시 돌아보며 야만스러운 사회적 학살을 멈추게 할 현재의 투쟁과 사회적 힘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먹튀자본의 수탈, 이어진 법정관리와 회계조작
2004년 7월, 쌍용자동차는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상하이차로 매각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뒤 노사채권단 합의를 통해 △고용승계 △생산설비와 생산능력 유지확장 △2008년까지 1조2천억원을 투자할 것과, 이를 위해 2010년까지 33만대생산체제 구축을 위한 연3천억투자, 생산시설확충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국내설비투자는커녕, 쌍용자동차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여 카이론, 체어맨W, 신차인 C-200의 기술을 헐값에 이전했다. 또한 전산망을 통합하고 기술진을 중국으로 파견하는 등 오로지 기술유출만을 가속화했다.
급기야 12월17일부터 이듬해 1월4일까지 휴업을 통보하고 바로 1월9일, 경영상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채권단도 아닌 대주주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기술만 빼먹고 흑자부도를 낸 것이다. 법정관리는 대량정리해고로 나가기 위한 수순이었고, 이를 위해 3단계에 걸친 회계조작이 자행됐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이정희정책기획실장은 ‘쌍용차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안진회계법인이 쌍용자동차의 유형자산평가를 대폭 낮춰 부채비율을 높이는 수법으로 상하이차의 법정관리신청의 정당성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또 이후 법정관리상태에서 삼정KPMG가 안진회계법인의 자료와 근거가 부실한 생산성비교를 통해 대규모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주장, 삼일회계법인이 안진회계법인의 조작을 부정하여 청산가치를 높이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전제로 계속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정리해고를 정당화했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2646명, 생존을 위한 77일간의 전투
2009년 4월8일, 살인계획이 발표되었다. 쌍용자동차는 ‘근본적 체질개선과 미래경쟁력확보를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시행’이라며 총인원 7,179명의 36%인 2,646명의 인력감축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조는 인력감축안에 분노하며 ‘2009년 임금교섭 및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쟁의행위찬반투표’를 실시했고, 전체 조합원 5,151명중 5,025명(97.55%)이 투표에 참여해 4,328명(86.13%)의 조합원이 찬성,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며칠뒤 5월8일, 쌍용차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쌍용자동차가 경영상의 이유로 2,646명 중 사무직희망퇴직인원 204명을 제외한 2,405명의 정리해고 계획을 노동부에 신고하고, 희망퇴직을 강행한 것이다.
어버이날 사형선고를 받고 가족대책위는 평택시청에 모여 눈물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 참석자는 “반년째 생활비가 끊겨서 분유값도 없어 살길이 막막한 상황”이라며 “제발 정리해고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쌍용차의 정리해고는 그들의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렸고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더 큰 투쟁을 예고했다.
2009년 5월13일 새벽4시, 쌍용차지부 부지부장, 쌍용차 정비지회 부지회장, 쌍용차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 3인이 전격적으로 70미터 굴뚝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22일, 쌍용차노조는 무기한총파업에 돌입하였다. 생존을 위한 77일간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사측은 직장폐쇄단행, 곧바로 2일 정리해고 1,056명 명단을 우편과 팩스로 통보, 정비지회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어 인터넷과 음식물, 전기를 차단하고 단수조치를 자행하였다.
이에 뒤지지 않는 경찰의 폭력은 80년의 광주를 연상케 했다. 5만볼트의 테이저건과 고무총을 난사하고 한해 최루액사용량의 90%를 옥상에 퍼부으며 광기어린 진압작전을 벌였고 DNA를 채취해 평생 씻지 못할 낙인을 새겨 놓았다. 국가권력의 추악함과 인권유린이 극에 달했다.
한편, 경찰은 올해 전국수사경찰관설문을 통해 3년간의 주요사건 중 베스트 10을 선정했고 ‘평택 쌍용차점거농성사태 조기해결’을 우수사례 5위로 뽑았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학살을 멈춰라 함께 살자
2009년 8월6일, 77일간의 옥쇄투쟁은 “정리해고자 48% 무급휴직, 52%는 희망퇴직 및 분사, 무급휴직자에 대해 1년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합의와 더불어 종결되었다.
이후 쌍용차는 경영실적이 점차 개선되어왔다. 올해를 기준으로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등과 비교해보면, 기업의 재정안정성을 알 수 있는 부채비율은 가장 낮고 기업의 자금조달능력을 알 수 있는 유동비율은 기아차, 한국지엠 보다 높았다.
반면 노동강도지표인 편성효율은 현대차 53%, 기아차 56%, 한국지엠 76%에 비해 상당히 높은 85~90%에 달한다. 편성효율을 줄이면 1,500명 이상의 고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정리해고자 2,646명, 징계해고자 44명, 징계자 72명, 비정규직노동자 19명 중 단 한명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본과 국가의 폭력에 내몰린 사회적 학살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는 말은 단순한 투쟁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을 건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다. 이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그 절규에 대답해야 할 차례다. 함께 살겠노라고.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더이상 어떤 말씀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힘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힘을 모아 국민들이 살려주세요. 집단학살을 당한 노동자문제를 함께 해결해 주십시오. 산다는 것이 죽는 것만큼이나 힘이 듭니다. 무기력해진 우리, 다시 힘을 내고 힘을 충전해 살아가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해주신다면 심기일전해서 다시 싸우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
△ 4월5일 오후2시, 대한문에서 열린 쌍용차 스물두번째 죽음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쌍용차해고노동자 김정우지부장 발언중
다음에는 22명의 죽음과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 정리해고가 사회적 살인이 되는 현실을 조명해본다.
구철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