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일자리 밀실 협약’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 노동부와 경총, 한국노총은 오늘(30일) 소위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대부분 이전 정권에서 논의되거나 추진되었으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특히, 그 핵심 내용은 대통령이 며칠 전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미 얘기했던 것(시간제 일자리)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법률에 의하여 논의하여야할 것(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인데 새로울 것도 없고 실현의지나 부작용이 의심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중소기업 육성책은 재벌중심의 수직하청계열화라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덮어둔 채 규제완화 따위의 시장의존책을 내세우고,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인상 자제에 이르러서는 사회양극화의 책임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노사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를 정부가 개입하여 노사 불공정을 초래할 여지를 만들고 있어 우려스럽다. ‘일자리 협약’은 지난 4월 29일 시작되어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공개된 논의 한 번 없이 밀실에서 진행됐으며, 그것도 노골적으로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추진된 것으로 절차와 형식에서도 온당치 않다. 민주노총은 오늘의 발표를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선물로 준비된 그들만의 정치적 쇼케이스에 불과한 밀실협약으로 규정한다. 때문에 오늘의 발표는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설립신고 문제,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 및 현대차 사내하청 대법판결 이행 등 중요한 노동현안을 철저히 외면했으며, 최근 부적절한 발언으로 통상임금을 이슈화시켰던 박근혜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이번 협약에서 구체적으로 노동자가 얻은 게 무엇인가. 사용자단체의 오랜 숙원인 ‘규제완화’, ‘직무-성과급제 전면 도입’, ‘임금인상 자제’, ‘풀타임 정규직 축소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은 대거 포함된 반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내용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정부와 사용자의 압박에 의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이에 따르면 결국 나쁜일자리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에 들러리로 나선 한국노총에도 깊은 유감과 더불어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사정 협약’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기만적이다. 취약한 노동기본권 탓에 노동조합 가입률이 10% 남짓인 현실에서 민주노총까지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이루어진 ‘협약’은 어떠한 대표성도 가질 수 없다. 소위 ‘일자리 협약’이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가지려면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산적한 노동현안부터 진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은 어디 갔으며, 현대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노사정 협약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또한 염치가 있다면 선진외국의 사례를 들먹이기 전에 ILO 핵심협약부터 비준하고 OECD 가입국 중 최저 수준인 한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부터 시급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노동기본권이 보호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모든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일 뿐이고 국민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는 그저 종속적인 피고용인이 될 뿐이다. 민주노총은 오늘 발표된 ‘노사정 협약’을 인정하지 않으며, 노동자의 더 많은 권리만이 더 많은 일자리와 제대로 된 일터를 만들고, 그럼으로써 사회역사의 능동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임을 재확인 한다. 민주노총은 6월 4일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에 맞추어 보다 종합적이고 구체적으로 노동정책의 허구성을 밝혀낼 것이며, 이를 계기로 투쟁사업장 노동자 등과 함께 집중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13. 5. 3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김진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