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의료진 급파 '심부정맥혈전증' 의심...뼈마디 '앙상'
150일째 굴다리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성기업 홍종인지회장의 건강상태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지회장을 진찰한 의료진은 "이미 팔과 다리 근육이 마치 70~80대 노인들과 비슷하게 매우 얇아졌고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19일 오후 천안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유성기업 유시영 구속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정우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이날 농성현장을 방문해 진료한 결과에 대해 "1평도 안되는 곳에서 150일을 넘기다보니 건장한 체구를 가졌던 홍 지회장이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해 건강이 매우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지의 근육이 줄어들어 70~80대 노인들의 얇은 팔다리 처럼 매우 마른 상태이고 오른쪽 다리와 왼쪽 팔은 더욱 심각해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고공농성 150일 '70-80대' 노인 상태
홍지회장은 지난해 10월30일부터 충남천안 유성기업앞에서 고공농성에 돌입, 1평도 안되는 크레인에서 살인적인 추위를 견뎌내며 유성기업의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자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정전문의는 이어 "문제는 이같은 상태에서 핏덩어리로 불리는 혈전들이 뇌혈관 등을 막게하는 위험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것"이라며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을 '시한폭탄의 시계가 돌아갔다'고 표현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참가자들의 검찰과 경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홍지회장의 고공투쟁을 지지하며 단식농성16일째를 이어간 최만정 민주노총 충남본부장은 "5개월 동안 그 좁은 공간에서 건강이 매우 악화됐다는 얘기에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는 어떤 선택,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승리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본부장은 유성기업의 상황을 담은 자작시 '법(法)'을 낭송하며 검찰의 재조사결정을 비판했다.
"검찰의 정의가 무엇인가" 탄식
함께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박창식 민주노총충남본부 금속노조지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도 유성기업의 폭력이 확인됐는데, 검찰은 아직도 판단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노동부에 재조사할 것을 결정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법과 원칙에 맞게 처리해 달라고 아무리 애원하고 항의해도 검찰이 해결하지 않는다면 홍종인 지회장처럼 온몸으로 우리가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선춘자 진보당(통합진보당) 충남도당사무처장도 "유성기업노조가 탄압받는 사이 유시영사장이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국회에 무려 1만6000쪽에 달하는 보고서가 있는데 검찰은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이제와서 더 무엇이 필요해 재조사를 요구하느냐"며 "살고자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법원의 저울이 형평성을 갖기를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2년이 걸릴 줄 몰랐다"며 입을 연 한 해고노동자는 "경찰의 정의가 무엇인가, 검찰의 정의가 무엇인가"라고 묻고는 "노동자만 구속하고 탄압하고, 12억원의 손배소가압류로 노동자를 옭아매는 것이 정의인가"라고 법과 원칙의 공정성을 되물었다.
유성기업의 폭력사태는 지난 2011년 5월 유성기업 파업현장에 투입된 용역이 차주가 없는 대포차량으로 시위대에 고의적으로 돌진, 중상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촉발된 이후 갈등이 심화됐다. 특히 파업당시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을 동원한 사실이 인정됐지만, 회사측은 현재까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그 사이 노조간부 27명은 해고, 17명은 구속됐다. 또한 12억원이 넘는 손배가압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은 회사측의 압력에 회사측 노조에 가입해 당초 금속노조 지회는 교섭권을 잃게 돼 버렸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유성기업 청문회에서는 직장폐쇄기간중 회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조파괴에 단골로 등장하는'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공격적 직장폐쇄→용역깡패 투입→어용노조 설립→민주노조 파괴'의 경로를 확인시켜주는 증거들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유성기업측이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폭력행위를 기획하고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과 함께 유시영 회장 구속의견으로 검찰에 올렸으나 오히려 검찰은 유성기업에 대해선 별다른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노동부에 재조사할 것을 요구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코리아충남연대